권위·신뢰 자랑하던 공정위의 '망신'...과징금 44% 기업에 환급

지난해 환급한 과징금 1320억원...총과징금의 44%
대부분 행정 패소…"충분한 법리 검토 거쳐 부과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에 대해 법원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공정위의 권위와 신뢰에 큰 금이 생겼다.

지난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의 44%가량을 기업들에 돌려주면서 향후 기업들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 연합뉴스

공정위가 과징금 관련 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급증하면서 납부하지 않은 과징금도 최근 5년새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부과한 과징금의 44%인 1300억원 가량을 기업에 되돌려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과징금 환급액보다 70% 이상이 증가한 수치다. 때문에 공정위 내부에서조차 과징금 부과에 충분한 법리 검토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공정위의 과징금 환급액은 총 1319억4000만원이다. 이는 전년 762억6600만원보다 73% 많다.

최근 5년간 과징금 환급액 비중이 2020년 4.8%, 2021년 1.3%, 2022년 18%, 2023년 12.1%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독 지난해에는 환급률이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기업에 돌려준 과징금은 전체 과징금 수납액 3015억6700만원의 43.8%에 달한다.

지난해 공정위의 과징금 환급 사유는 행정패소가 34건(1229억3300만원)으로 93.2%를 차지했다. 이에 따른 환급 결정으로 공정위는 가산금 14억7600만을 지급했다.

이어 추가 감면 의결 10건으로 62억9100만원, 이의신청 재결 3건(12억3800만원, 가산금 200만원)이 뒤를 이었다.

재계는 공정위가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에 대해 지난해 법원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한 경우가 크게 증가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해도 먼저 이를 납부한 뒤 소송을 제기한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먼저 과징금을 내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과징금을 내려는 기업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과징금 관련 소송에서 공정위가 패소한 경우만 많아진 것 뿐만 아니라 과징금 환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공정위 예규에는 과징금 부과 처분이 취소되면 판결문 접수 후 8일 이내 환급을 완료해야 하지만, 지난해 환급 건 중 31.9%(15건)는 법정기한을 초과했다.

특히 최장 환급 지연 사례는 41일에 달했다. 이양수 의원실에 따르면 이런 기한 초과 사례가 최근 3년간 매년 15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과징금 미수납액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미수납액은 총 5651억5800만원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컸다. 임의 체납 규모도 매년 증가해 지난해 787억41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양수 의원은 "공정위가 법리 검토와 사안을 충분히 분석하지 않고 과도하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법 위반 범위를 정밀하게 설정해 제재를 필요 최소한으로 한다면 일부 과징금을 되돌려 줄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정위가 제재하고 기업이 추후 법정에서 승소해 과징금을 돌려받더라도 망가진 기업 이미지는 되돌릴 수 없다"며 "기업의 경제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섣불리 과징금 액수를 크게 설정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