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증권이 자산관리(WM) 부문 강화를 미래의 성장축으로 삼고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실적부진과 자산건전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면서 녹록지 않은 하반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4일 SK증권이 최근 발간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는 WM 부문 강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났다. 이는 2023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및 기후정보공시보고서를 발간해온 가운데 사업전략과 연계한 영업부문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첫 사례다.
전우종 SK증권 대표는 보고서에서 '고객만족을 지속가능경영의 중심축으로 삼고 고객 수익과 직결되는 WM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WM 부문의 구조조정과 조직 슬림화로 체질개선을 시도했고 올해는 이를 성장의 중심으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전 대표의 언급과 달리 실적은 우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SK증권 WM 부문은 올해 1분기 당기순손실 103억원을 기록했다. SK증권에서 순손실을 낸 것은 저축은행업과 WM 부문뿐이다. 저축은행 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때문에 위축돼 순손실 98억원을 낸 것을 고려하면 WM 부문의 실적 저하는 더 심각한 것으로 여겨진다.
연간 영업순수익 기준으로는 2022년 227억원에서 2023년 180억원, 지난해 163억원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WM 부문의 영업력 약화뿐 아니라 시장 대응력도 점점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점유율 하락도 뚜렷하다. SK증권은 2022년 2.1% 수준의 WM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1.4%로 하락했다. 과거 트리니티자산운용(2020년), 피티알자산운용(2021년) 등 WM 부문에 강점을 가진 회사를 인수해 운용역량을 키우려 했으나 이후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이 반복되며 효과는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피티알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재매각됐다.
경쟁 대상인 대형 증권사들의 WM 강화 움직임도 SK증권에는 부담이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은 종합투자계좌(IMA)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투자, 절세, 대출 등 종합금융 서비스를 결합해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WM 시장을 넓혀가고 있어 중소형사인 SK증권의 설 자리가 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영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자본여력도 약화하고 있다. SK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은 5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78% 감소했다. 부동산PF 시장 위축에 따른 기업금융(IB) 부문의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W파트너스가 최근 배임 혐의로 형사 고발되면서 지배구조 리스크도 겹쳤다. J&W파트너스의 자산총계는 970억원에 그쳐 대규모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 가능성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WM 부문의 성장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인은 자산건전성 악화다. 올해 들어 SK증권의 요주의이하자산은 3300억원으로 전년보다 800억원 늘었고, 고정이하자산은 2300억원으로 무려 14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신용공여금 관련 고정이하자산이 919억원, 충당금이 159억원 증가했으며 일부 증권담보대출이 부실화되면서 회수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SK증권은 WM 부문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실적반등과 재무안정성 회복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WM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는 대형 증권사들과의 격차를 좁히려면 중장기적 투자와 함께 리스크 관리체계 강화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이에 대해 SK증권은 자산관리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대형 금융센터를 출범시키고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센터에서는 국내외 주식, 채권, 펀드, 랩, 신탁뿐 아니라 부동산, 세무 상담까지 아우르는 맞춤형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법인 및 공공기관 대상의 자산운용과 기업금융(IB) 연계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전문 프라이빗뱅커(PB)를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SK증권 관계자는 "올해 주요 거점 영업점을 대형화하고 전국 20개 영업 네트워크에 PB를 재배치해 고객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WM의 경쟁력 회복과 신뢰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조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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