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구하기 별따기…‘한강 열풍’ 지역서점엔 미풍

본보, 지역서점 31곳 긴급 설문조사
80% “공급 막혀 매출 변화 無” 응답
유통망 구조 탓 재고 확보에 어려움
대형서점 중심 ‘노벨상 특수’ 누려

본보 대전지역서점연합회 대상 긴급 설문조사. 그래픽=김연아 기자.

지역서점의 위기가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불러일으킨 이른바 ‘한강 신드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향토서점 하나 없는 대전지역 서점업계엔 때 아닌 특수의 즐거운 비명 대신 곡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최근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탄 이후, 전국에 ‘한강앓이’가 계속되고 있다.

실제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등 3대 대형서점에서만 한강의 책은 80만부가 넘게 팔렸다.

그렇다면 과연 지역서점들도 같은 상황일까.

14~15일 이틀에 걸쳐 본보는 대전지역서점연합회 소속 31곳을 대상으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지역서점에 변화가 있었는지를 묻는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NO’였다.

지역서점 31곳 중 25곳(80%)은 ‘매출에 영향이 없다’고 답했고, 나머지 6곳(20%)만이 ‘매출에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향후 책읽기 열풍 확산 전망’에 대한 질문에는 23곳(74%)이 ‘일시적’일 것이라며 반짝 효과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에 영향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 대부분 한강 작가의 책 문의는 많았으나 공급 자체가 어려워 팔지 못했다고 이유를 전했다.

지역서점 특성상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와 같은 일부 유명도서 위주로 10권 이내의 수량만 보유하고 있는데, 폭발적인 인기로 추가 주문이 어렵게 되며 대형서점이 누리는 ‘특수’는 꿈도 못 꾸고 있다.

A 지역서점 대표는 “애초에 재고가 3권뿐이었고 추가 주문도 어려워 매출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어쩌다 방문한 손님들도 한강 책이 없다고 하면 그냥 돌아가지 다른 책을 구매하거나 그렇진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심지어 유성구의 서점 중엔 재고가 남아있음에도 팔리지 않은 곳도 있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대형서점에 쏠리는 유통구조가 문제라고 답했다.

서점 유통구조는 도매, 출판사 직거래 크게 두 가지다.

온라인이나 대형서점의 경우엔 출판사와 직거래하고 있어 주로 도매상을 이용하는 지역서점에 비해 많은 수량의 책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 현재 인쇄소에서 중판되는 한강 도서 물량들도 1~3순위 대형서점에 우선 납품되고, 2주나 뒤에나 소규모 서점에 1~2부씩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수량이 넉넉하고 가격도 저렴하면서 편리한 온라인, 대형서점에 이용객이 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는 것.

다만 일부 지역서점들은 미리 예약을 걸어 놓거나 학교에서 대량 주문을 받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 공급 문제가 해결되면 매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B 지역서점 대표는 “며칠 사이이지만 전체 매출이 10%는 오른 것 같다”며 “한강이 추천한 책, 한강이 아버지께 선물한 책들도 인기가 많아져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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