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출장가는데 폭발한 헤즈볼라 '삐삐'…멀어지는 가자 휴전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 빠진 중동 출장은 처음…
헤즈볼라·하마스, 이스라엘에 '폭발' 보복 경고
미국 국무부 장관이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위해 전쟁 발발 후 10번째 중동 출장에 나섰지만, 휴전의 기대는 더 낮아지고 있다. 오히려 레바논에서 발생한 무선호출기 폭발 사건으로 최근 잠잠했던 중동 전면전 위기가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18일(이하 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해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협상 논의 등을 위한 사흘(미국시간 기준 17~19일)간의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중재국' 이집트와 논의를 통해 가자지구 휴전 협상 진전과 양자 관계 강화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이 이집트에 도착하기 전 레바논에서 발생한 이스라엘 소행 추정 무선호출기 동시다발 폭발로 중동 전면전 우려가 다시 커졌고, 휴전 협상 관련 유의미한 소식이 전해질 거란 기대는 더욱 낮아졌다. AFP는 "미국 관리들은 이번 카이로 회담에서 (가자 휴전을 위한) 어떤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블링컨의 이집트 방문은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간 휴전 협상을 위해 압박을 계속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레바논에서는 헤즈볼라 대원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선호출기가 동시 폭발하는 일이 발생해 어린이·여성 포함 최소 9명이 숨지고, 2800명 이상이 다쳤다.
블링컨 장관이 이번 중동 출장길에 이스라엘을 찾지 않는 것도 휴전 협상 진전 기대를 낮춘다. 블링컨 장관은 가자 전쟁 이후 중동 국가를 찾을 때마다 이스라엘을 방문했었지만, 이번 중동 일정에서 이스라엘은 빠졌다. 이와 관련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 "우리가 실현하려고 하는 휴전안과 관련해 이집트 정부와 협력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다"며 "아직 이스라엘에 제시할 휴전안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제안할 휴전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이스라엘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 일정에서 제외됐다는 설명이다.
밀러 대변인은 17일 레바논에서 발생한 무선호출기 폭발 사건이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다. 미국은 계속해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이번 일과 관련해 추측이나 예측은 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폭발이 중동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거나 예측하고 싶지 않다"며 "중동 분쟁 확대 위험을 키운 사건은 지난해 10월7일(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여러 차례 있었다. 우리는 항상 (중동 전쟁) 확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은 레바논 무선호출기 폭발 배후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이번 폭발을 사건에 알지 못했고,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외교적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헤즈볼라와 하마스는 이번 폭발의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며 외교적 해결 대신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우리는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은 이 범죄적 침략에 대해 이스라엘에 전적인 책임을 묻겠다"며 "이스라엘은 반드시 정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노했다.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의 책임을 묻고자 유엔과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 하마스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헤즈볼라 형제들의 투쟁과 희생, 그리고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을 계속 지원하고, 지원하겠다는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우리는 레바논인과 헤즈볼라 형제와의 완전한 연대를 약속한다"며 헤즈볼라와 함께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대만 골드아폴로의 무선호출기에 별도의 폭발물을 설치해 이번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은 미국 등 서방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구입한 골드아폴로의 무선호출기가 레바논에 도착하기 전에 가로채 호출기 안에 폭발물과 이를 원격으로 폭발시킬 수 있는 스위치를 넣었고, 이것이 레바논 전역의 헤즈볼라 대원들에게 제공됐다"고 전했다.
다만 골드아폴로의 쉬칭광 설립자는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폭발한 호출기는 유럽 내 이 회사 브랜드 사용 권리가 있는 업체가 제작한 것이라며 "우리 역시 이 사고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AFP에 따르면 문제의 호출기는 골드아폴로의 헝가리 파트너사가 제작했다고 한다. 대만의 한 고위 보안 관계자는 CNN에 "골드아폴로는 2022년 초부터 올해 8월까지 대만에서 약 26만개의 호출기를 출하했고, 대부분 미국과 호주로 배송됐다"며 "레바논 등 중동으로 수출한 기록은 없다"고 말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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