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 전체가 바람 한 점 없는 거대한 찜통처럼 느껴지는 요즘, 더위는 일상이 아니라 고통에 가깝다. 잠깐의 외출도 망설여지는 이 무더운 계절, 준비 없이 훌쩍 떠날 수 있는 피서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멀리 갈 필요도, 많은 돈을 들일 이유도 없다. 수도권에서 단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 자연이 품은 여름의 오아시스 ‘안양 삼막사계곡’이 그 해답이다.

삼막사계곡은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삼성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빽빽한 빌딩과 도로를 지나 단숨에 도착하는 이곳은, 마치 산 깊은 곳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청정한 자연이 펼쳐진다.
이곳이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는 ‘안전성’에 있다. 계곡 하류 대부분이 발목에서 무릎 정도의 얕은 수심에 유속도 완만해, 어린아이들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돗자리를 펼치고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근 채 송사리 떼와 가재를 찾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은 최고의 여름 피서지가 된다.
물의 투명도 또한 뛰어나 아이들에게는 생태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삼막사계곡은 뛰어난 자연만큼이나 ‘실용성’ 면에서도 완성도가 높다. 먼저 넉넉하게 마련된 공영 주차장은 계곡 입구부터 상류까지 구간마다 분산되어 있어 접근이 편리하다.
최초 30분 300원, 이후 10분당 100원, 하루 최대 6,000원이라는 합리적인 요금으로 부담 없이 장시간 머무를 수 있다. 특히 가족 단위라면 짐이 많은 만큼 계곡 초입의 하류 구역과 가까운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반대로 한적함을 선호한다면 상류 쪽 주차장을 이용해 깊은 계곡으로 바로 접근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물놀이로 허기진 배는 입구에 자리한 삼막마을 먹거리촌에서 해결하면 된다.
토속적인 맛이 살아있는 닭백숙, 오리구이, 막국수, 파전 등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어 가족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한 끼가 가능하다.

계곡 아래쪽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풍경을 뒤로하고 숲길을 따라 위로 오르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삼막사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길게 이어진 그늘진 숲길과 짙은 피톤치드 향은 몸과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해준다.
이곳은 신라 시대 고승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천년 고찰 ‘삼막사’의 품 안이다. 고즈넉한 산사 아래 계곡은 인파가 적고 조용해, 사색이나 명상에 어울리는 풍경을 품고 있다.
하류에 비해 수심이 깊은 물웅덩이들도 곳곳에 자리해 있어, 더 시원하고 짜릿한 물놀이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삼막사 아래 ‘청량존’이 인기다. 이곳에서는 바위에 앉아 물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몸속 열기가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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