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뒤 피서하기 좋은 계곡 캠핑 스폿 4

안녕, 디에디트에서 아웃도어 얘기를 하는 객원 에디터 조서형이다. 정말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이것 참, 마침 캠핑 비수기인 한여름이라니. 그래서 오늘은 한여름에 더 즐거운 캠핑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것은 바로 계곡 캠핑! 깊은 산 속 계곡물은 아무리 뜨거운 날에도 청량한 온도를 유지하니까 이런 지독한 여름에 딱이다. 더위가 단숨에 식을 뿐 아니라 곧 이가 딱딱 소리 나게 마주치게 될 것이다.

도시는 더울수록 숨이 막히지만, 집 밖에서 노는 동안은 다르다. 여름이 제대로 더울수록 만물이 생동하고 숨통이 트이니까. 도심에서 더위는 아스팔트 위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도 성가시지만, 자연에서는 콸콸 흐르는 물소리와 바람에 나뭇잎 사각사각 부딪치는 소리도 부드럽기만 하다.

자, 그럼 편안하고 즐거운 여름철 휴식을 부르는 계곡 옆 캠핑 스폿 네 군데를 소개해보겠다. 물놀이를 즐기지 않는다면, 또는 계곡이 무섭다면 발만 담가도 충분하다.


[1]
포천 도마치계곡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도평리

도마치 계곡에는 전설이 있다. 이곳에는 원래 ‘용소’라는 이름의, 물이 유난히 깊고 청명한 늪이 있었다. 어느 날 아기를 임신한 한 여자가 이 늪에서 용이 승천하는 것을 발견했다. 인간의 눈에 띈 용은 그 길로 바닥에 떨어져 계곡과 폭포를 이룬다. 그게 도마치 계곡이다.

도마치 계곡은 여름내 수량이 풍부하고 물이 투명하고 깨끗하다. 한때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된 적이 있었다. 그 덕에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때도 ‘어떤 사단장의 비밀 휴가지’로 알려져 사람들의 궁금증을 사곤 했다. 더 옛날에는 무관들이 도마치 계곡에서 산나물을 안주로 술을 마시고 춤을 췄다는 기록도 있다.

도마치 계곡은 오늘날 ‘계곡 트래킹’ 성지가 되었다. 계곡을 따라 한 시간도 넘게 걸을 수 있다. 올라가다 보면 휴대폰이 터지지 않고 절벽 같은 암석이 드러나며 푸른 빛의 깊은 물도 나온다. 대체로 물은 깊지 않지만 돌에 낀 이끼가 미끄러워 조심히 걸어야 한다. 계곡 상류에는 백패킹 성지로 알려진 곳도 있다. 더 오르다 보면 가리산 동봉에 닿는다.

캠핑장 시설이 필요하다면 계곡 입구에 자리를 잡으면 된다. 도마치 자연그대로 캠핑장(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화동로 2318-30)이 있다. 1인 1만원의 저렴한 가격이고 입퇴실 시간이나 매너타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차는 들어올 수 없고 백패킹만 가능하지만 화장실과 샤워실을 쓸 수 있고 매점도 있다.

  •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도평리

[2]
운일암반일암 국민여가캠핑장

전북 진안군 주천면 동상주천로 1996-13

진안군에서 관리하고 있는 캠핑장. 비수기와 성수기, 휴일과 평일로 가격이 나뉜다. 약 3만 원에서 4만 5,000원 사이로 저렴한 편이다. 사이트마다 취사장, 샤워장, 화장실, 매점이 있고 글램핑장도 있다. 캠핑장 바로 앞에 깨끗한 계곡이 흐르고 잔디밭엔 토끼가 돌아다닌다.

운일암반일암은 운장산 자락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 이름 지어졌다. 과거엔 이곳에 길이 따로 없었다. 오로지 하늘, 돌, 나무 그리고 구름뿐이라 하여 ‘운일암’, 깊은 계곡이라 하루의 반나절만 해가 든다 하여 ‘반일암’이 합쳐진 이름이다. 계곡 물놀이를 즐기기 위한 휴양객 뿐 아니라 암벽 등반을 하러 온 클라이머, 노지 캠핑을 위한 백패커까지 아웃도어 애호가들은 여름의 운일암반일암을 사랑한다.

운일암반일암 계곡은 약 5km에 걸쳐 있다. 도로 곳곳에 무료 주차장이 있어 차를 대놓고 계곡에서 놀다가 밤엔 주변 숙소를 찾아도 된다. 일부 구간에서는 취사 금지이므로 잘 확인할 것. 상류로 올라갈수록 크고 작은 폭포와 기암괴석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아침이면 깎아내린 듯한 절벽 아래로 안개가 자욱하게 낀다.

복숭아, 수박, 캔맥주, 와인 같은 걸 돌 사이에 끼워두었다가 한참 놀고 와서 꺼내 먹으면 이런 신선놀음이 없다.

  • 전북 진안군 주천면 동상주천로 1996-13

[3]
조무락골

경기도 가평군 북면 적목리 삼팔교 아래

풍경이 멋진 계곡에 근사한 이름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가 보다. 조무락골은 울창한 숲에서 새들이 재잘거리고 춤추며 즐거워하는 곳이라는 의미의 한자어 조무락(鳥舞樂)으로 만들어졌다. 세상과 분리된 것 같은 무성한 원시림 속 계곡 수영과 백패킹을 즐길 수 있다.

조무락골은 가평군청에서 적목리 방향으로 달리다가 연인산과 명지산의 입구를 지나면 나온다. 삼팔교에서 등산로를 따라 조무락골이 흐르고 있다. 2시간 가량 6km에 걸친 계곡을 따라 산길을 오르면 정상에 도착한다. 석룡산을 지나 능선을 타면 도마치 계곡에 도착하는 종주 코스도 있다. 물에 빠지지 않고는 산을 오를 수 없다. 때론 발목까지 때론 허리까지 오는 계곡 물에 몸을 맡겨가며 야영할 장소를 찾아야 한다. 조무락계곡 입구에 펜션 몇 채가 있다. 야영할 컨디션이 아니라면 물놀이만 하다가 숙박업소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조무락골의 명소 중에는 높이 30m, 5단으로 구성된 복호동 폭포가 있다.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모양이라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시원하게 물보라를 일으키는 폭포의 풍경은 언제 보아도 압도된다. 동시에 대자연 속에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폭포에 등을 살짝 기대고 물벼락을 맞아 보는 것도 좋다. 산행하느라 흐른 땀이 식는 동시에 정신이 번쩍 든다. 산의 정기가 몸에 들고 잡생각은 사라진다.

잣나무 숲 아래 적당한 곳에 텐트를 쳐놓고 조용히 먹고 놀다 일찍 잠에 든다. 깊은 숲속이라 여름에도 이른 시간부터 깜깜해진다. 아침이면 시원한 물줄기 소리와 새 소리를 들으며 상쾌하게 눈을 뜰 수 있다.

  • 경기도 가평군 북면 적목리 삼팔교 아래

[4]
용대리 폭포가 있는 캠핑장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366-2

깊은 자연으로 들어가는 게 부담스럽다면 반은 자연 반은 도시인 곳을 선택하면 된다. 강원도 인제 용대리에는 커다란 인공 폭포가 있다. 그리고 그 근처에 폭포를 볼 수 있는 캠핑장이 있다. 캠핑장 이용객이 쓸 수 있는 전용 계곡이 있고 튜브, 보트, 구명조끼를 유료로 대여할 수 있으며 샤워실과 화장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예약하더라도 사이트는 선착순 배정이라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면 12시 입실 시간에 맞춰 서둘러야 한다.

동행 중 어린 아이가 있어 계곡이 불안하다면 여름에만 운영하는 유아용 풀장이 캠핑장에 딸려 있다. 밤엔 별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서 캠프파이어를 하며 보드게임을 해도 좋다. 각종 게임은 캠핑장에서 무료로 대여해준다. 갑자기 비가 내려 물놀이가 어렵다면, 20분 거리의 속초로 이동해 놀아도 된다.

맑고 찬 계곡에는 다이빙 스폿이 있다. 성인 키를 훌쩍 넘는 180cm부터 상류에는 3m 이상 되는 곳도 있어 사람들이 낚시를 하기도 하고 암벽에서 풍덩풍덩 뛰어들기도 한다. 강원도 계곡의 찬물에 몸을 담그고 놀다가 나와 수건만 두르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기분을 다들 느껴봤으면 한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는 황태 요리로 몸보신을 하면 좋다. 강원도 인제는 질 좋은 황태가 유명하다. 조금만 검색해봐도 황태구이나 황태해장국 맛집이 쉽게 나온다.

자연이 만든 유수풀과 워터슬라이드에서 예전 <아빠! 어디가?> 속 성동일 배우처럼 물아일체가 되어본다. 튜브나 보트를 들고가도 좋지만 없어도 충분히 재밌다. 계곡 물놀이는 어찌나 즐거운지 입술이 파래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물놀이를 하고 나면 밑 빠진 독처럼 끝없이 먹을 수 있다. 수박, 복숭아, 참외, 캔맥주, 치킨, 백숙… 배고픈 계곡의 물놀이꾼을 위한 여름의 먹거리는 달고 풍부하다.

단, 비가 온 다음 계곡의 물이 불어났거나 비 예보가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일정을 포기할 것.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니까. 다들 여름을 너무 미워하지 말고 맘껏 누려줬으면 좋겠다.

  •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36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