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탈락 이란의 눈물···앙숙 미국마저 위로 건넸다[카타르 스토리]
이란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2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0-1로 패한 뒤 눈물을 쏟아냈다. 비겨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경기에서 패했다는 상실감, 후반 추가시간 결정적인 순간에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 등 여러 감정들이 섞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컸던 것은 이란 국민들을 위해 기쁨을 줘야 할 상황에서 그러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슬픔이었다.
이란은 이번 대회를 정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준비할 수 없었다.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끌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여성 마흐사 아미니 때문에 이란 전역에서 일어난 시위에 이란 선수들도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힘을 보탰다. ‘에이스’ 사흐다르 아즈문(레버쿠젠)은 시위를 항의하는 게시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대표팀 발탁에 대한 외압을 받았고, 잉글랜드와의 첫 경기에서 국가 제창을 하지 않는 ‘침묵 시위’를 펼치자 이란 정부가 선수들의 가족을 인질 삼아 협박해 웨일스와의 2차전에서는 국가를 불러야 했다. 웨일스전에서는 참가하지 않는 선수들이 일부 있었으나, 정치적 앙숙인 미국과 최종전에서는 선수들 전원이 눈물을 머금고 국가를 불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란 선수들에게 쏟아진 대부분의 질문은 축구가 아닌, 조국에서 일어난 시위와 관련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이란 선수들은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꿋꿋이 버텼다. 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이 경기 후 “내 커리어에서 이렇게 적은 것을 받고 많은 것을 주는 선수들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다른 대표팀 같은 조건을 누리지 못한다. 선수들의 헌신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사이가 좋을리 없는 미국 선수들이 위로를 건낸 것도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기쁨, 슬픔, 아쉬움, 미안함 등 많은 의미로 눈물을 흘린다. 이는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폴란드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는 34살에 그토록 원했던 월드컵 첫 골을 터뜨리고 기뻐서 울었고, 네이마르는 8년 전 자신을 울게 했던 부상이 또 찾아와 슬퍼서 울었다.
한국은 3일 0시 포르투갈과 16강 진출이 걸린 운명의 일전을 치른다. 경기 후 선수들도 팬들도 눈물을 흘릴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란의 눈물을 보며 우리에겐 기쁨의 눈물이 흐르길 기원했다.
도하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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