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로 끝난 황선홍 A대표팀 임시 감독 체제…협회는 어떻게 책임질까

박효재 기자 2024. 4. 2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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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A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파리 올림픽 예선을 겸한 U-23 아시안컵에서 인도네시아에 져 4강 진출이 실패하며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황선홍호는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 인도네시아에 졌다. 이번 대회 준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황 감독은 앞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지역 2차 예선 태국과의 연전을 치를 소방수로 불려 나갔다. A대표팀 임시 감독을 겸임하면서 이번 대회에 오롯이 집중할 수 없었다. 이제 팬들의 시선은 대한축구협회가 이번 실패에 대해 어떻게, 어디까지 책임질 지로 쏠린다.

한국은 26일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2-2로 비겼고,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10-11로 지며 무릎을 꿇었다. 올림픽 본선에 가려면 최소 이번 대호 4강 안에 들어야만 했지만 패하면서 무산됐다.

경기 내용에서도 완전히 밀렸다. 공수 간격은 너무 벌어졌고, 롱볼을 제외하면 전진 패스도 드물었다. 중원에서 압박 강도도 떨어졌다. 인도네시아는 공수 간격을 촘촘히 유지하며 빠른 공수 전환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점유율만 65%로 높았을 뿐 위협적인 장면은 인도네시아가 더 많이 만들어냈다. 슈팅은 17-6, 유효슈팅은 6-2로 인도네시아가 많았다. 한국은 이영준(김천)이 불필요한 반칙으로 퇴장까지 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빠지며 힘든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인도네시아에 패한 선수들이 낙담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번 대회에 얼마나 집중했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렸다고 봐야 한다. 인도네시아 U-23 대표팀은 원래 지난해 자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목표로 구성된 팀이다. 인도네시아의 반유대주의 행태로 개최권이 박탈되면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며 조직력을 끌어올렸다. 이날 한국전에 나선 미드필더 이바르 제너(위트레흐트 U-21)와 센터백 저스틴 후브너(세레소 오사카) 등은 앞서 A대표팀에도 불려 2024 카타르 아시안컵에도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다.

반면 한국은 황 감독의 A대표팀 임시 감독 겸업으로 대회 준비가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황 감독은 태국과의 월드컵 지역 예선 때문에 U-23 아시안컵 시작 전 마지막 담금질이라 할 수 있는 3월 사우디아라비아 친선대회에 동행하지 못했다.

여기에 소집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해외파들이 대회를 며칠 앞두고 합류가 불발되면서 조직력 끌어올리기에 차질이 생겼다. 공수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윙어 양현준(셀틱), 센터백 김지수(브렌트포드), 황선홍에서 거의 유일하게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해 줄 2선 자원 배준호(스토크 시티)까지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대회 도중에는 전문 센터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변준수(광주)가 경고 누적 결장하고 서명관(부천)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전형을 백포에서 백스리로 전환해야만 했다.

정해성 축구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제5차 전력강화위원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실패에 대해 협회는 어떻게 책임질까.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황선홍 A대표팀 임시 감독 선임 기자회견 당시 황 감독의 겸업으로 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기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위원장의 사퇴 정도로 올림픽 10회 연속 본선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을 협회가 제대로 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정 위원장은 대표팀 차기 사령탑 찾기 업무를 수행 중이어서 지금 물러난다면 혼란만 가중될 수도 있다.

협회가 지금 상황에서 그나마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은 앞으로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그런 기술 철학에 따라 납득할 만한 차기 대표팀 감독을 뽑는 일이다. 정 위원장은 앞서 차기 감독 선임 중간 과정을 브리핑하면서 대표팀 감독에게 요구하는 기술 철학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한국적인 분위기만 강조했는데 이를 두고 황선홍 감독,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염두에 두고 형식적인 감독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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