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횡단보도를 한달음에”…휠체어 탄 시민 도운 ‘번개맨’ 정체
폭우가 내리던 저녁, 비에 흠뻑 젖으면서도 휠체어 탄 시민이 왕복 10차선 횡단보도를 무사히 건너도록 도운 버스 운전기사의 선행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책 ‘어린이, 세 번째 사람’ 등을 쓴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지난 14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9월 13일 밤 9시 40분쯤 강남 교보문고 사거리. 폭우 속에 휠체어를 탄 분이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반도 못 갔고 (신호는) 점멸 시작. 보행자는 그분뿐”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정차 중이던 버스의 기사님이 튀어 나가 휠체어를 안전지대까지 밀어드리더니 흠뻑 젖은 채 차로 복귀했다”며 “번개맨 같았다. 470번 1371호.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김씨가 올린 글은 26일 오전 9시 기준 50만회 가까이 조회됐고, 6500회 이상 공유됐다. 8000개에 가까운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당시 버스를 몰았던 서울 간선버스 470번 1371호의 주인공은 버스 운전 10년 경력의 이중호 기사다. 이씨는 추석 연휴 첫날이었던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있는 왕복 10차선 횡단보도를 휠체어에 탄 채 우산도 없이 홀로 건너는 남성을 발견했다. 남성이 횡단보도를 절반도 채 건너지 못했을 때 신호등의 파란불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늦은 밤 시간대라 어두운 데다 강한 빗줄기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던 터라 이씨는 신호가 바뀌면 반대편 차로에서 남성을 보지 못하고 바로 출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감지한 이씨는 안전벨트를 풀고 잠깐 뒤편을 바라본 뒤 한달음에 횡단보도로 뛰어갔다. 그가 버스에서 나와 횡단보도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5초 정도에 불과했다. 이어 이씨는 휠체어에 탄 시민과 함께 횡단보도를 내달렸다. 남성을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준 후 이씨는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왔다.
이씨는 “비 내리는 밤 휠체어 사용에 능숙하지 않은 분이 보호자도, 우산도 없이 언덕 지형을 힘겹게 지나가는 상황이었다”며 “곧장 버스에 있던 승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뛰어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에는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뿐이었다. 같은 일이 일어나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손님들이 사고 없이 하루를 안전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서울 간선버스 470번을 운영하는 다모아자동차 홈페이지 ‘칭찬합니다’ 게시판에도 이씨를 향한 칭찬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빗줄기로 시야가 안 좋았고 (길을 건너던 분은) 수동 휠체어 작동도 어려워 보였다”며 “그때 정차 중이던 470번 버스 기사님이 버스 앞문을 열고 달려 나가시더니 거센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빠르게 도움을 주셨다”고 했다. 이어 “순간 벌어진 따뜻한 장면이었다”며 “기사님 덕분에 추석을 다정한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다른 시민들도 “폭우 속 보행자 도와주신 기사님 감사드린다” “팍팍한 세상 속에 기사님 같은 분이 계셔서 따뜻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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