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퇴론’으로 갈라진 민주당, 봉합 열쇠는 ‘지지율’?
李 ‘인적쇄신’ 거론에 ‘미봉책’ 지적도…野일각 “총선 전 지지율 관건”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에 이어 과거 비서실장의 사망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당내 책임론 공방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검찰의 압박 수사 프레임 속에서 이 대표 사퇴를 직접 언급하기 주저하던 인사들마저 이 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하나둘 화력을 더하고 있다. 사퇴 대신 정면 돌파를 택한 이 대표는 당 수습을 위해 다양한 '인적쇄신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당내 셈법이 분분해 파장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모씨의 사망 소식이 보도된 직후 당 안팎 비명계 인사들은 이 대표를 향해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대표적으로 비명계 윤영찬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이 대표가)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인간이고 그게 사람"이라며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해영 전 의원 역시 SNS에 "이 대표와 같은 인물이 민주당의 당대표라는 사실에 당원으로서 한없는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김 전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SNS에 올린 글에서 더 보탤 말이 없다"면서도 "너무도 답답한 마음에 글을 쓰게 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공세에 친명계 의원들은 일제히 이 대표를 비호하고 나섰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13일 당내 이 대표 사퇴 목소리는 "일부의 주장"이라며 "당대표 사퇴시킨 후 비대위를 꿈꿨다면 헛물 킨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남국 의원 역시 "(이 대표 사퇴 요구는) 곁가지를 건드리는 것"이라며 사안의 본질인 검찰의 강압수사 비판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내대표 선출 이후 인적쇄신" "계파 갈등만 더 키울 것"
당내 갈라진 주장 속 당사자인 이 대표는 사퇴 결단에 확실하게 선을 긋는 모양새다. 주말 사이 장외 투쟁에 나서 윤석열 정부 규탄에 목소리를 높이며 당대표로서 대정부 공세에 계속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사퇴를 대신하는 당 수습책으로 이 대표가 당직을 개편하는 쇄신안을 꺼내들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이 대표는 최근 내년 총선 공천룰을 정하는 공천제도 태스크포스(TF)에 친이낙연계 등 비명계 인사들은 전면 배치하며 당 화합을 노린 바 있다. 일각에선 다음 달 무렵 실시될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명계 후보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분위기 수습을 시도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친명계에선 인적쇄신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친명계 의원 측 관계자는 "당 지도부를 비롯해 인적쇄신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진 않고 있다. 아직 필요성을 절실히 체감하지 않는 것 같다"며 "다음 달 원내대표가 뽑힌 이후를 쇄신 시점으로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오는 15일 민주당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의 간담회에 이 대표가 참석하기로 한 만큼, 이 자리에서 인적쇄신과 관련한 허심탄회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표의 책임론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인적쇄신은 미봉책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 본인의 사퇴 요구를 잠재우기 위한 방안일 뿐"이라며 "지금 분위기에선 오히려 쇄신하는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더욱 분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결국 이 대표의 운명은 이 대표와 민주당의 지지율에 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대표의 책임을 물을 만큼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게 친명계의 중론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막 끝났기 때문에 지지율 추이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여기에 여전히 이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층의 주를 이루며 당을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비명계에서도 이 대표 책임론을 주장하는 집단적 움직임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당내 일각에선 민주당의 승부처인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당 지지율이 국민의힘과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며 위기감을 표하고 있다. 따라서 총선모드가 본격화되는 올 하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지지율 고전이 이어질 경우 이 대표 사퇴 압박은 배가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13일 고민정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 거취에 대해 "아직 총선이 많이 남아 있고 변수도 많아 예단하기 이른 시기"라며 "늦여름에서 초가을쯤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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