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풍향계' 마이크론 '어닝서프라이즈'…"올해·내년 HBM 매진"
메모리 반도체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리지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고 다음 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 열풍 영향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마이크론은 주요 메모리 업체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메모리 실적 풍향계’로 불린다.
25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장 마감 후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3% 급증한 7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가는 최근 마이크론 매출 전망치를 76억6000만달러로 하향조정했는데 이를 웃돌았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18달러로 이 역시 시장이 예상한 1.11달러를 상회했다.
마이크론은 회계연도1분기(9~11월) 매출 가이던스를 사상 최대 규모인 85억~89억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월가에서 예상한 83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매출총이익률은 39.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또한 시장 예상치인 37.7%를 뛰어넘었다.
마이크론 경영진은 실적 가이던스 상향 조정 배경에 대해 유리해진 가격 환경과 AI용 데이터센터 구동에 사용되는 메모리 칩 수요 강세를 들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어닝콜에서 “AI의 출현으로 우리는 메모리와 스토리지 분야에서 내 경력 중 가장 흥미로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2025회계연도에 진입함에 따라 마이크론 역사상 최고의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올해와 내년에 생산될 HBM 제품이 매진됐으며 수요가 공급을 앞질러서 강력한 가격 책정력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메흐로트라는 “강력한 AI 수요로 데이터센터용 D램 제품과 업계 최고의 HBM 메모리의 강한 성장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마이크론은 최근 HBM을 엔비디아에 공급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매니쉬 바티아 마이크론 운영 총괄 부사장은 마이크론이 대량의 고급 메모리칩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최초의 반도체 제조업체라고 자평하며 그 덕분에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론은 또 개인용컴퓨터(PC)와 스마트폰 수요 둔화에서 벗어남에 따라 기기 출하량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티아는 PC와 스마트폰 등에 AI 기능이 점점 더 많이 탑재돼서 이를 작동시키기 위해 더 많은 메모리 칩이 필요하고 이로 인해 마이크론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지난 6월 마이크론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회계연도3분기 실적을 보고했다. 4분기 가이던스는 전망치에 부합했는데 한껏 높아진 투자자들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해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이날 실적 발표를 앞두고는 월가에서 HBM 공급 과잉으로 평균 판매 가격이 하락해 마이크론이 내년까지 경쟁업체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보고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잇달아 제기됐다. 모건스탠리는 ‘겨울이 온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HBM의 공급 과잉으로 2026년까지 반도체 시장의 불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마이크론이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과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이와 같은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실적 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14% 넘게 급등 중이다. 올해 들어 마이크론 주가는 약 12% 상승했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