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재 동부소방서 예방안전팀장, “화재 공통어 선정해 언어 소통장벽 허물고 훈련”

외국인 근로자 많아 인식·소통문제 위험
기숙사 화재예방 훈련·워크숍 실시 등
소방 소통 돕는 ‘안전 리더’ 육성 노력도

장민재 동부소방서 예방안전팀장

 “외국인 근로자마다 천차만별인 화재에 대한 인식을 바꿔 나가 안전한 동구를 만들고 싶습니다.”

 울산소방본부를 중심으로 각 구·군별 소방관서에는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출동해 진압·구조 활동, 화재 원인을 분석하는 재난대응팀이 있다. 흔히 ‘소방관’이라고 생각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바로 그들이다.

 하지만 상황이 발생하기 전 화재 등 위험요소를 사전에 저지하기 위한 활동도 중요하다. ‘예방안전과’는 화재 예방, 위기 상황 대처 등 큰 사고로 번지기 전 이를 차단하기 위해 시민들이 알아야 할 요소들을 알리고,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이른바 행정가 소방영웅이다.

 동부소방서는 대형 조선소가 위치한 지역 특성상 외국인 근로자가 많다. 외국인 근로자의 문화, 살아온 환경 등이 내국인과 차이가 있어 유사시 2차 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동부소방은 외국인 근로자의 소방안전관리를 중점 사업으로 삼고 만전을 기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소방안전의 아버지’로 통하는 장민재(사진) 동부소방서 예방안전팀장은 지난 1994년 임관했다. 올해로 30년 경력에 접어들었고, 3년째 예방총괄팀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동부소방서에서는 1년6개월째 근무 중이다. 장 팀장은 동부소방서로 전입한 뒤, 동구에서 어떤 예방 활동을 진행할 것인지 고민하던 중 ‘동구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유입된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

 지난 7월 말 기준 동구 지역 외국인 인구는 8959명으로 정부가 외국인을 집중 투입한 초기인 2022년(4091명)보다 120%나 증가했다.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스리랑카 등 문화권과 언어가 천차만별이라 사고 발생시 인식 및 소통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동부소방서는 외국인 기숙사 화재 예방을 위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조선업 사내협력사 등을 대상으로 훈련 및 워크숍 등을 실시하고 있다.

 장 팀장은 “전국적으로도 외국인이 크게 증가했고, 조선소를 중심으로도 많이 유입됐다. 하지만 대부분은 소수의 외국인이 한 기업체에 근무하기 때문에 안전예방 관리 필요성이 덜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렇기에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소방 체계는 전국 어디에도 없는 실정”이라며 “동구의 경우 2개의 공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몰려 있다 보니 이를 매뉴얼화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우선 동부소방서는 HD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과 협업해 조선소에 근무하는 외국인 중 한국어에 능숙한 26명을 선발해 ‘소방 안전 리더’로 육성하고 있다. 소방 안전 리더는 화재 등 유사시 소방과 소통하고, 다른 근로자에게 소방기구 활용 등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3월 소방관들이 실제로 훈련하는 동부소방서 지하 농연장에서 화재 대피 훈련 및 소화기 사용법 등을 익혔다.

 또 지난 9월에는 4일에 걸쳐 HD현대미포 안전교육장에서 HD현대미포 소속 6개국 외국인 근로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소방안전교육을 진행했다.

 장 팀장은 “대피 훈련이 몸에 익으면 자연스럽게 대피할 수 있어 좋은 훈련이었지만 인식 차이로 걸어서 대피하는 등 화재의 심각성 파악이 부족했다”며 “소방관이 가장 힘든 경우가 내부에 요구자가 남았는지인데, 이번 훈련에서는 대피 후 인원 파악 등을 진행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각 기숙사별 리더 격인 ‘키맨’ 증원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동부소방서는 우선 언어 소통의 장벽을 없애기 위해 ‘화재 공통어’를 선정해 배부했다. 화재 공통어란 화재 등 위급상황 발생 시 ‘불이야’ ‘119’ ‘도와줘’ ‘대피해’ ‘소화기’ 등 5개 단어를 외국인 근로자 국적별 발음기호표로 제작한 언어다.

 장민재 팀장은 “화재 조사팀에서 10년 간 일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를 선정해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했다”며 “외국인 근로자가 소방안전 인식 개선을 하려면 10년이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주기적인 훈련과 교육으로 사고 없는 안전한 동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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