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학 원불교 대구경북교구장 "평범한 사람도 삶 속에서 수양하면 부처 될 수 있죠"
28일 원불교 최대 경절 대각개교절
교조가 큰 깨달음으로 부처가 된 날
평범했던 청년 깨달은 바 새겨봐야
교조 9인 제자 중 법 승계 정산종사
성주 출신으로 교리 제정 많은 영향
일제강점기에도 교조는 희망 예언
현실 어려울수록 꿈 가질 필요 있어
영남일보는 오는 28일 대각개교절(원불교 열린 날)을 앞두고 황성학 원불교 대구경북교구장을 만났다. 대각개교절은 원불교 교조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깨달음을 얻은 날(1916년 4월28일)을 기념하는 원불교 최대의 경축일이다. 지난 15일 대구 중구 남산동 원불교 대구교당에서 만난 황 교구장은 "대각개교절은 평범한 청년이었던 소태산 대종사께서 깨달은 바에 대해 한 번 더 되새기는 날"이라며 원불교 교도와 지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대각개교절의 의미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4월은 원불교의 최대 경절인 '대각개교의 달'입니다. '대각개교의 달'은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께서 큰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이 되셨다는 의미와 원불교를 창교해 교화사업을 시작했다는 두 가지 뜻을 되새기는 절기입니다. 소태산 대종사의 깨달음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삶 속에서 마음을 단련하고 수양을 한다면 능히 부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원불교의 철학과 대구·경북의 선비 정신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불교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에게는 9인의 제자가 있었습니다. 그중 법을 승계하신 정산종사께서는 경북 성주 출신으로 백세각에서 공산 송준필 선생 문하에서 유학을 공부하셨습니다. 특히 정산종사께서는 소태산 대종사께서 교리를 제정하실 때 옆에서 직접 보필하셨기 때문에 원불교의 교리 형성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셨습니다. 대구·경북은 '선비의 고장'이라는 자부심이 큰 곳입니다. 선비는 성리학이 만들어낸 이상적 인간형으로 지덕(智德)을 겸비하고 청렴하면서도 명분과 의리를 중시하는 인물을 지칭합니다. 이러한 선비 정신은 오늘날 되살려야 할 '시대정신'입니다. 원불교의 일원사상과 철학은 유·불·선(儒·佛·仙) 삼교사상을 두루 통섭하고 있습니다. 원불교의 예법 역시 유교의 예법을 인용, 혁신, 창조한 부분이 많습니다."
▶원불교 대구경북교구는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떤 사업들이 있습니까.
"교구에서는 '원문화원'을 설립하고 지역민들을 위한 음악·미술교실을 운영 중입니다. 또한 김천교도소 재소자를 위한 교도소 법회를 수십 년째 운영해 오고 있으며, 청운회 주관으로 지산복지관 목욕 봉사와 경주 숲 가꾸기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여성회는 '천지보은 운동사업'에 앞장서고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아나바다 운동입니다. 물건을 아끼고 나누고 바꿔쓰고 다시 쓰자는 운동입니다. 둘째는 지구 환경을 위해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대안학교인 경주의 화랑고와 달성의 한울안중학교를 통해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대안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총선이 끝났지만, 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각 진영의 다툼으로 후유증이 커 보입니다. 종교인으로서 국민 통합을 위한 방안을 말씀해 주신다면.
"얼마 전 민의를 대변하는 총선이 끝났습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제가 얻은 느낌은 '민심이 천심'이라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항시 국민이 무서운 것을 알고 민심은 언제라도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정치는 정치가 국민을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염려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여야 간의 끝없는 정쟁은 국민을 불편하게만 합니다. 민주사회란 모든 구성원이 나라의 주인인 세상을 말합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자세가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정치의 문제는 여야가 서로를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는 데서 오는 것입니다. 내가 소중한 만큼 남도 소중하게 모셔야 합니다. 서로를 공존의 대상으로 여겨야 합니다. 그러려면 화합·상생하는 통합의 정치를 복원해야 합니다."
▶원불교 교도 및 지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오늘날 서민의 삶이 어렵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원불교를 창교하신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상황에서도 한국은 어변성룡(魚變成龍, 물고기가 변해서 용이 된다) 할 것이란 희망의 예언을 하신 바 있습니다.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처럼 오늘날 세계에는 'K-컬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한겨울 추위가 매서워질수록 봄이 가까워 오듯 우리의 현실이 어려울수록 꿈과 희망을 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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