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독무대였던 대형 전기 SUV 시장에 현대차가 아이오닉 9으로 뛰어들었다. '기술은 결국 삶을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현대차의 철학이 곳곳에 배어 있는 차량이다.
이번 신차의 가장 큰 특징은 '과하지 않은 미래'다. 최근 전기차들이 앞다퉈 미래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과 달리, 아이오닉 9은 절제된 세련미를 추구했다. 아우디 A2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전면 디자인과 날렵한 후면부의 조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특히 셀라돈 그레이 컬러는 마치 한국의 청자처럼 은은한 기품을 뽐낸다.
실내는 그야말로 '달리는 라운지'다. 항공기 퍼스트클래스에서나 볼 법한 여유로운 공간 설계가 돋보인다. 최대 190mm까지 움직이는 '플로팅 아일랜드' 센터콘솔은 단순한 혁신을 넘어 실용적 진보를 보여준다. 곳곳에 배치된 100W USB 포트들은 디지털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일상을 세심하게 배려했다.
주행 성능도 실용에 방점을 찍었다. SK온이 공급하는 110.3kWh NCM 배터리로 532km를 달릴 수 있으며, 350kW 급속충전으로 24분이면 80%까지 채울 수 있다. 최대 출력 422마력(4WD 기준)의 강력한 심장은 대형 SUV의 무게감을 무색케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격은 만만치 않다. 7인승 모델이 6,715만~7,315만 원, 6인승이 6,903만~7,464만 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같은 급의 수입 전기 SUV와 비교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아이오닉 9은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닌 '삶을 위한 기술'을 추구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벤츠 EQS SUV의 화려함도, BMW iX의 대담함도 아닌, 현대차만의 실용적 프리미엄을 완성했다.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오닉 9이 어떤 존재감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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