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선거, 표면의 대승과 그 아래의 진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2026. 6. 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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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혁명' 뒤 선거결과로는 초라한 승리
전국적 민생·정치 의제 제시 못한 게 실책
정치-선거제 개혁 외면의 대가 치른 셈

6·3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진 첫 전국 단위 선거였다. 결과만 떼어 놓고 보면 민주당의 압승이다. 광주·전남 통합으로 하나 줄어 16곳이 된 광역단체장 가운데 민주당이 12곳을 가져갔고, 국민의힘은 서울·대구·경북·경남 4곳을 지키는 데 그쳤다. 4년 전 5 대 12의 판세를 12 대 4로 뒤집은 셈이다. 경기에서 추미애 후보가 55% 득표로 첫 여성 광역단체장에 올랐고, 부산에서 전재수가 박형준을 끌어내렸으며, 울산에서도 민주당 김상욱 시장이 탄생했다. 충청 4곳, 호남 2곳, 강원·제주까지 모두 민주당이 석권했다.

6대 4 격차가 났다

그러나 예측됐던 일방적인 압승은 없었다. 광역단체장 득표율이 이를 말해 준다. 민주당은 경기·인천·강원에서 51~55%, 대전·충남·충북에서도 52~55%에 머물렀다. 광주·전남(79%)·제주(63%)·세종(61%)을 빼면 어디서도 55% 선을 넘지 못했다. 국민의힘을 압도하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물론 부산 50.5%, 울산 48.7%, 경남 48.6%, 대구 45.1%, 경북 32.8%라는 민주당 득표율은 동남풍의 엄청난 진전이다. 다만 서울시장선거의 패배는 다른 모든 승리와 바람직한 동향을 빛바래게 만드는 대형사건이 아닐 수 없다.
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 선거상황실에 설치된 모니터에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역전 소식을 전하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6.6.4 연합뉴스

기초단체장으로 가면 격차는 더 좁아진다. 227곳 가운데 민주당이 119곳(52.4%), 국민의힘이 95곳(41.9%)을 차지했다. 내란 동조와 자중지란으로 1년을 보낸 국민의힘이 42%를 이겼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 비밀은 영남의 인구와 의석수에 있다. 영남 기초단체장은 70곳으로 호남(41곳)보다 훨씬 많은데, 이를 국민의힘이 거의 싹쓸이했다(영남 50곳, 국힘 출신 무소속 포함 58곳). 국민의힘의 비영남권 기초단체장은 45곳뿐이다. 어느 당의 텃밭도 아닌 중립지대, 곧 영호남을 모두 뺀 116곳만 떼어 보면 민주당 71곳(61.2%) 대 국민의힘 45곳(38.8%)이다. 두 당의 이번 성적은 이 비율이 가장 잘 말해주는 것 같다.

광역의원은 대체로 광역단체장 흐름을, 기초의원은 기초단체장 흐름을 따라간다. 다만 광역의원은 약 87%가 승자독식 소선거구제로 뽑히기 때문에 광역의회의 경우 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의 괴리가 어디서나 극심하다(이 문제는 후속 글에서 따로 다룬다). 전체적으로 광역의원은 민주당 63.0% 대 국민의힘 35.2%으로 격차가 더 난 반면, 기초의원은 2~3인 중선거구제의 '나눠먹기' 덕에 민주당 51.9% 대 국민의힘 42.1%로 격차가 작았다.

교육감 선거는 이번에도 후보가 누구인지 모르는 '깜깜이 선거'였고 정책 경쟁은 실종됐다. 서울·경기·부산·인천 등 10곳에서 진보 성향이 당선됐다.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9 대 5(국민의힘 4 + 무소속 한동훈)로 끝나 예상보다 국민의힘이 선전했다. 14석 중 13석이 본래 민주당 의석이었으니 민주당은 4석을 잃은 셈이다. 한동훈을 '잠시 무소속일 뿐 국민의힘 사람'으로 본다면 국민의힘은 4석을 늘렸다. 서울시장 선거결과와 국회의원 선거결과는 민주당이 사실상 패배했다는 느낌을 주는 가장 큰 이유다.

가장 크게 본다면 이번에 뽑힌 지방 선출직 4,210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이 2,293명(54.5%), 국민의힘 소속이 1,704명(40.5%)이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65%를 유지하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리멸렬했는데도,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4곳, 광역의원 35%, 기초단체장·기초의원 각 42%를 건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무난한 성적표다. 여기에선 1년 전 탄핵과 정권교체, 대통령의 높은 인기가 보이지 않는다.

초라한 승리인가? 비교 대상의 문제

"민주당이 더 크게 이길 수 있었는데 못 이겼다, 사실상 패배"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서울과 대구, 경남에서 승리해서 15 대 1의 대첩을 거두지 못한 것과 평택을과 부산 북갑 보궐에서 하나도 못 건진 것을 아쉬워하는 마음의 발로이다. 그러나 위의 시나리오 아래서도 광역의회와 기초선거 결과는 거의 그대로였을 가능성이 높다. 부산시장선거와 울산시장선거에서 어렵게 이긴 민주당이 부산광역의원과 울산광역의원을 1/3도 얻지 못한 것이 그 증거다.

경제발전이 계속되고 국민의힘이 쪼개지지 않는 한 보수에는 40% 안팎의 고정표가 있다. 윤석열 탄핵 직후의 2025년 대선에서도 김문수 국힘 후보가 무려 41%를 얻은 사실이 말해준다. 이번에도 국민의힘의 지역구·정당 득표율은 모두 40%를 넘고 민주당과 10%포인트 이내 차이로 추정된다. 2018년에는 바른미래당이 떨어져 나가 국민의힘 전신의 지지율이 30% 초반에 머물렀지만, 이번엔 쪼개지지 않아서 40%를 유지했다.

평가는 비교 대상에 달렸다. 윤석열 정권 출범 한 달 만의 2022년 지방선거와 견주면 민주당은 판세를 완전히 뒤집었다. 지도부가 "큰 승리"를 자평하는 근거다. 그러나 0.7% 박빙 대선 직후의 2022년은 옳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이번 선거는 빛의 혁명과 정권교체 1년 뒤에 치러졌다. 촛불혁명·정권교체 1년 뒤의 2018년 선거결과와 견줘야 맞다. 2018년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4 대 2, 기초단체장 151 대 53으로 국민의힘을 압도했고, 광역의원 역시 79.1% 대 16.6%로 압도했다. 더욱이 서울시의원의 96.2%, 경기도의원의 99.2%, 인천시의원의 97.0%를 싹쓸이했다. 그 기준에 견줄 때 이번 승리는 초라할 정도다.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3일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서울 종로구 본인의 선거 사무실에서 투표 출구조사 결과 방송을 시청하며 지지자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6.6.3. 연합뉴스

국힘당, 크게 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처절한 패배를 면했다. 워낙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비상하게 불리하고 무기력한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결과치고는 나름 안도할 만하다. 무엇보다 상징성이 큰 서울을 지켰다. 대구·경남 텃밭 수성과는 차원이 다르다. 영호남 광역의회의 1당 지배가 그대로 재확인되며 거대양당의 지역할거주의가 건재함을 드러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를 겹치면 그림은 더 어둡다.

부산 북갑에서 한동훈이 무소속으로 원내에 진입했고, '윤 어게인'을 외치는 대구 달성의 이진숙, 울산 남갑의 김태규가 돌아왔다. 특히 대구시장에 당선된 추경호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소속 의원들을 당사로 빼돌려 계엄해제 표결을 무산시키려 했던 내란 주요임무 종사자다. 이들의 생환은 민주당이 '내란옹호 세력 심판과 핵심인물 낙선'이라는 1차 목표 달성에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과잉 승리를 거두고 잉여 권력을 가진 측면도 간과해선 안 된다

민주당은 서울, 경기, 인천, 세종, 대전, 충남북 등 10개 광역의회의 제1당으로서 소선거구제에 고유한 불비례성의 엄청난 수혜자다. 실력(지지율)보다 훨씬 많은 절대다수 의석에 힘입어 거의 무소불위의 입법 권력을 누리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6.3.지방선거에서 초라한 승리를 거두거나 사실상 패배했다는 담론은 민주당이 누릴 잉여 의회권력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민주당 스스로 그 부당한 잉여권력의 수혜자라는 사실에 눈뜨고 제도개혁의 이름으로 바로잡아야한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이재명 정권이 지방권력을 대거 장악함으로써 정치적 헤게모니에 한 걸음 다가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 크게 이길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취약함을 드러냈다. 피부에 와 닿는 전국 공통의 민생·정치 의제를 제시하지 못한 것이 큰 실책이다. 선거를 두 달 앞두고 '공소 취하' 특검법을 밀어붙여 정권 견제 심리를 불붙이며 막판 보수 결집의 빌미를 준 것도 패착이었다. 지방선거 판이 평택을과 부산북구 국회의원 선거에 가려지고 휘둘린 것도 좋지 않았다.

결국 민주당은 압도적 우위의 조건을 손에 쥐고도 국민의힘의 거점과 인물을 무너뜨리지 못한 채 양당의 적대적 공생 구도를 그대로 온존시켰다. 빈사 상태의 국민의힘이 탄핵과 내홍의 악몽을 딛고 되살아나게 생겼다. 민주당은 50% 초반 득표로 광역의석의 3분의2 넘게 차지하며 다시 몸집이 비대해졌다. 이상비만 몸집은 소선거구제에 고유한 위험한 질병이다. 깨어있지 않으면 온갖 부패비리가 싹트게 돼 있다.

그래서 민주당의 진짜 실책은 따로 있다. 부당하고 형편없는 불비례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다시 말해 선거제 개혁 없이, 이번 지방선거에 임한 것이다. 늘 되풀이되는 제1당의 이상비만 권력을 덜어낼 정치개혁 의지를 보이고 실천했더라면 더 높은 정당지지율로 돌아왔을 것이지만 민주당에는 그런 문제의식 자체가 없었다.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두는 한 지방선거 결과는 2018·2022·2026의 어디쯤을 영원히 반복하며 거대 양당, 특히 제1당의 몸집만 불릴 것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정의가 없다.

kwaknh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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