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주의 모빌리티 돋보기]
1896년 등장한 '배터리 교체 사업'
최근 중국 NIO사, 눈에 띄는 성공사례
국내 전기 택시 '배터리 렌탈 사업' 눈길
'필수 내구재'라는데..금융社들 눈독
세제와 제도 정비 등 혁신적 전환을
BEV, 배터리 교체식 역사
매우 단순하다. 배터리전기차(BEV)가 움직이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그러자면 전기를 담는 그릇 역할이 존재해야 한다. 축전지로 표현되는 배터리는 말 그대로 '전기를 저장하는 그릇'이다.
그렇다면 에너지가 필요할 때 전기가 담긴 그릇을 통째로 바꾸면 어떨까? 음식점이 공기에 밥을 담아 보온기구에 보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손님이 밥을 요구하면 즉시 내어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사실 전기차 배터리 교체 방식은 오래 전에 등장해 상용화된 적이 있다. 1896년 미국 전기조명회사 파트포드 일렉트릭은 전기차의 짧은 주행거리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기가 담긴 배터리 교체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이용 대상은 이동 거리가 비교적 긴 전기 트럭이었다. 기름 탱크에 연료를 채우는 것과 전기가 담긴 배터리를 바꾸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겼다.
트럭을 구매한 뒤 배터리를 빌려 쓰고 매월 이용 거리에 따라 요금을 부담하는 방식인데 이용자 호응이 꽤 높았다. 1910년부터 사업을 중단한 1924년까지 판매한 전력량은 주행거리 1000만㎞ 가량을 돌파한 규모였다.
그러자 1917년엔 아예 배터리 없이 전기차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체가 등장했다. 하지만 1920년대 도로가 늘어남과 동시에 내연기관 가격이 하락했고 이동 거리가 빠르게 증가하며 석유가 대량으로 보급되자 배터리 교체 방식 역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배터리 교체 방식이 다시 등장한 때는 2007년이다. 2005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포럼 창립자이자 독일 엔지니어인 클라우드 마틴 슈밥 박사가 “2020년까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라고 화두를 던졌다.
이스라엘 기업가 ‘샤이 아가시’는 그 대답으로 ‘배터리 교체식 전기차’를 떠올렸다. 그리고 아가시의 아이디어는 전기차 확산에 큰 마중물이 될 것으로 판단돼 시장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무려 1조원의 돈이 몰렸고 이스라엘, 덴마크, 하와이 등에서 배터리 교체 인프라 구축이 발표됐다.
여기에 고무된 배터플레이스는 2008년 프랑스 전기차 제조사와 손잡고 이스라엘 일부 도시에서 배터리 교체 사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사업의 결과는 참담했다.
비싼 배터리를 구입해 전기를 담고 전기차를 기다렸지만 기본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리고 전기차 제조사마다 배터리 표준화를 거절하며 이용자가 늘지 않자 결국 2013년 파산했다.
실질적인 이유는 석유 가격 폭락에 따른 전기차 관심의 결여였지만 호사가들은 여러 가지 시각으로 파산 이유를 분석했다. 그리고
전기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표준화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 점을 눈여겨 본 곳이 중국의 전기차 기업 니오(NIO)다. 판매 차종은 다양화하되 배터리는 하나를 표준으로 삼고 교체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직접 교체 시설을 짓고 배터리를 준비했다.
그렇다고 플러그를 꽂는 충전식을 배제한 것도 아니다. 교체하든 충전하든 전기차 이용자는 가장 편하게 전기를 얻을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출발점이다. 니오는 해외에서 실험도 했다. 노르웨이에 교환소를 세우며 사용자 편의성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 만족도가 높았다. 덕분에
전기차 가격을 25% 낮췄고 이용자는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줄었다.
이후에도 전기차에서 배터리를 떼어내려는 움직임은 식지 않았다. 니오를 시작으로 중국 내에선 충전 시간을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영업용 전기차에 교체식이 속속 도입됐고 사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배터리 사업
교체 시설이 곳곳에 존재한다면 충전 불안감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굳이 배터리를 사지 않고 빌려 사용하는 배터리 렌탈 사업이 확대될 수 있다. 어차피 차체와 배터리 모두 소모품이라면 둘을 분리해 구매, 운영하자는 움직임이다.
그래서 한국 내에서도 시범 사업이 전개됐다. 물론 대상은 '전기 택시'다. 어떻게 교체할 것인지, 그리고 교체식을 사용할 때 배터리 소유권을 렌탈 사업자에게 부여할 수 있느냐를 두고 실증 사업이 펼쳐졌다.
그 결과 체계적인 배터리 관리로 위험 예방은 물론 수명도 늘릴 수 있음이 검증됐다. 동시에 영업용의 경우 전기차 구매자가 배터리를 사지 않고 빌려 쓰는 게 오히려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러자 국내 제조사가 본격적으로 배터리 탈부착용 전기차를 만들어 보급할테니 교체식 사업을 허용해 달라고 정식 요청했다. 이를 통해 충전 시간을 5분 이내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엄밀히는 배터리 교체 시간이지만 소비자는 충전 시간의 단축으로 인식한다. 마치 동작이 이뤄지는 로봇 장난감의 1회용 건전지를 갈아 끼우는 것과 같다. 로봇이 1회용 전지라면 전기차용은 다회용 전지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금융회사들도 눈독을 들일 '사업 잠재력'
현재 법령 내에서 전기차 배터리는 자동차의 부품이다. 따라서 배터리는 별도 소유권이 분리되지 않는다. 하지만 탈착식이 적용되면 배터리 소유권을 전기차에서 떼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을 노리는 곳은 금융회사들이다.
배터리에 렌탈 또는 리스 프로그램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가뜩이나 이자 받을 곳을 찾는 마당에 배터리는 최상의 필수 내구재다. 심지어 자동차를 새 차와 중고차로 나누고, 중고차도 연식 거리에 따라 가치를 매기는 것처럼 중고 배터리 개념도 등장할 수 있다. 배터리 잔존 수명에 따라 사용 가치도 달라질 수 있어서다.
흔히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영업용이든 자가용이든 전기차 이용자에게 빠른 전기 충전은 편리하다. 그리고 교체식은 이용자 특성에 따라 개별적으로 선택하면 된다. 배터리까지 포함해 전기차를 구입해도 되고, 별도로 차체만 사도 된다.
이를 두고 여러 부정적인 전망도 있지만 제조사가 탈착식을 적용하려는 이유는 일종의 소비자 선택권 확대다. 같은 영업용이라도 교체식 여부의 선택은 개인 판단에 따를 뿐이다. 플러그를 꽂는 충전 방식에 교체식이라는 또 하나의 편의성이 더해지는 것뿐이다.

세금은 어떻게 될까
가장 큰 걸림돌은 제도다. 전기차를 구매할 때 내야 하는 개별소비세를 차체에 부과해야 하는지, 아니면 배터리를 포함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자동차 보험 또한 배터리만 별도로 해야 하는지, 아니면 전기차 전체에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매년 내야 하는 자동차세 또한 차체에만 적용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충전 편의성을 위한 배터리 교체식 전기차의 도입은 그야말로 제도의 획기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제는 전환을 획기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에너지 전환이 곧 모빌리티 라이프의 대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자동차 전문기자 출신의 미래 모빌리티 부문의 칼럼니스트로 현재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에서 모빌리티 트렌드를 강의하고 있으며, MBC라디오 표준FM의 모빌리티 프로그램 <차카차카>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