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 오르면 공시가 안 올린다... ’文정부 계산법’ 폐지 추진

이준우 기자 2024. 9. 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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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법 개정안 이달 중 발의”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뉴스1

정부가 12일 ‘부동산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새로운 방식에 따른 공시가격 산정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정부가 도입했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중·장기 계획)’을 폐지하고 공시가격 변동률이 시세 변화와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공시법’ 개정안을 이달 안으로 발의할 계획인데, 국회 통과를 위해선 다수당인 야당의 협조가 필수인 상황이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조사·평가해 공시하는 부동산 가격으로,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각종 세금 부과는 물론, 건강보험료 사정, 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등 67개 분야의 판단 기준이 된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보유액에 따른 공평한 부담”을 이유로 60%선이던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35년까지 90%로 끌어올리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시세에 현실화율을 곱한 값으로 공시가격을 산출하되, 현실화율을 해마다 높여 공시가격 상승률이 시세 상승률보다 더 크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2020~2021년 부동산 정책 실패로 아파트 값이 폭등한데다 공시가격 현실화율까지 높아지면서 집 한채 가진 보통 사람들의 거주비 부담이 급등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2022년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아파트값이 하락했음에도 현실화율 인상으로 실거래가보다 공시가격이 더 높은 ‘역전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에 현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개선 방안을 연구해왔다. 그 결과 내년부터 공시가격은 전년도 공시가격에 시세 변동률을 곱해 산출하기로 했다. 아파트 값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떨어지더라도 공시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막겠다는 것이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조속한 시일 내로 국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에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 일각에선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폐지될 경우,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어 고가 아파트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지점장(세무사)은 “가격이 낮은 아파트보다는 고가 아파트가 보유세 부담이 줄어드는 폭이 크기 때문에 관망하던 수요자들이 구매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채’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국토연구원이 지난 7월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시가격 관련 설문조사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내집 시세가 옆집과 같다고 알고 있는데 공시가격이 다른 것’과 ‘내집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낮은 것’ 중 어떤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1.1%는 전자(공시가격의 불균형)라고 답했다. 후자(공시가격이 시세에 못미치는 것)를 고른 대답은 38.9% 수준이었다. 국토부는 “국민 인식 속에 ‘공시가격을 시세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보다 더 급한 것은 ‘공시가격의 균형성을 높이는 것’임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같은 평형의 인접한 주택임에도 공시가격에 큰 차이가 나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 공시가격은 한국부동산원과 감정평가사들이 표본 주택의 공시가격을 매기면 각 지자체가 이를 토대로 나머지 주택의 공시가격을 정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평가 주체가 다르다보니 같은 블록안에서도 주택마다 공시가격이 들쭉날쭉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토부는 공시가격이 적절한지 시·군·구별로 평가해, 과도하게 공시가격이 높거나 낮은 부동산에 대해선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통해 공시가격을 재산정하기로 했다. 재산정 된 공시가격에 대해선 대학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최종 검수하는 과정을 거쳐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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