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 프리패스 관문’으로 불리는 공인회계사 선발시험(=CPA)은 최근 선발인원과 관련된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CPA는 합격 후 2년간 실무 수습을 거친 후에야 정식 전문 자격을 얻게 된다. 신규 선발 인원은 확대되었지만, 업황 악화 등으로 회계 법인에서 수습 회계사 채용 인원을 줄이고 있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수습 교육이 가능한 인원을 훨씬 넘어선 1,200명 규모의 선발인원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과도한 공인회계사 선발인원 확대를 비판하는 시위대가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으로 집결했다.
이에 따라 교육받지 못하고 있는 ‘미지정 수습 회계사’가 600명을 돌파했다. 합격 후에도 실무 교육받지 못해 취업난을 겪는 미지정 수습 회계사가 속출하고 있다.
사태에 따라 제60회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생을 중심으로 구성된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14일 시위에서 ‘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를 중심으로 촉구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공인회계사 최소 선발 예정 인원을 1,100명 수준으로 유지해 오다 지난해 1,250명으로 증가시켰다. 따라서 올해 합격생 역시 1,200명에 달했으나 삼일 ·삼정·안진·한영 등 4대 회계법인(이른바 ‘빅 4’)의 채용 규모는 총 800명에 그쳤다.

지난달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와 한국 공인회계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회계법인의 채용 여력이 줄어들면서 합격자들이 현장 실습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국 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는 합격 후 ‘특별 실무 실습’(대체 교육) 과정을 마쳐야 한다. 특히 외부감사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수습 기관에서 1년 이상의 실무 수습이 필수다.
하지만 외부감사 실무 수습을 이수하지 못한 합격자 수는 2022년 165명에서 2023년 849명으로 급증했다. 외부감사 실무 수습은 이수하지 않더라도 세무대리 등 기본적인 업무는 가능하나, 회계사 업무의 대부분은 외부감사 업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사실상’ 공인회계사로 업무 영역을 수행하기는 중대한 제약이 있다.
한 해 합격자 수의 상당수가 감사 경험 없이 등록만 되어 ‘정식’ 회계사 활동이 불가능해진 것이 이번 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금융 당국으로서는 기존 회계사 업계의 장시간 노동과 높은 이직률에 대한 대처가 필수인 상황이었다. 매년 회계 감사 성수기(1월부터 3월)마다 회계사들은 고강도 노동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해 왔다. 이는 올해 초 ‘회계법인의 불합리한 노동 착취 근절 및 근로기준법 준수 요구에 관한 청원’으로 국회 전자 청원에 등록되어 공개되기도 했다.
따라서 올해 기준 수습 회계사의 평균 연봉은 대형 회계법인 기준 6,000만~7,000만 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올 초 수습 회계사 연봉을 4,000만~5,000만 원대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었다.
지난해 기준 공인회계사의 평균 연봉은 1억 1,8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계사의 전망은 밝지 않다. 회계업계 내에서 저연차 회계사가 수행해 오던 업무들이 인공지능에 대체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CPA 합격생들도 어려울 예정이다. 올해 빅 4 회계법인의 채용 예상 인원은 700명 수준이다. 소규모 법인이 100명가량 채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합격생 중 약 400명이 미지정 회계사로 남을 예정이다. 그러나 이전에 발생한 미지정 회계사 상당수와도 수습 채용에서 경쟁해야 하므로 매년 미지정 회계사 수는 점차 불어나고 있다.
비대위는 정부에 실무 수습 제도 개선, 선발 인원 현실화, 수습 기관 확대를 중심으로 요구하고 있다.

“취업 프리패스”로 불리던 회계사마저 수습 취업난을 겪고 있는 현시점에서, 제도적 보완 없이는 또 다른 합격자들이 ‘미지정 수습 회계사’ 상태에 머물며 사실상 회계사 업무 이행이 불가해져 국가적으로 부실 감사의 위협이 높아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매년 11월 다음 연도 회계사 합격 정원인 ‘최소 선발 예정 인원’을 정한다. 이에 맞추어 비대위는 이번 집회를 시작으로 2026년도 공인회계사 시험 일정이 발표되는 11월에 다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추가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당국이 현 사태를 인지하고 선발인원 축소와 제도적 개선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갈등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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