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mark] A씨의 사정... 물려받은 땅에 묘지가 있다면

A씨는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임야를 물려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상을 치르고 난 뒤 물려받은 토지에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찾아간 토지에 다름 아닌 모르는 사람의 묘지가 있었던 것입니다.
살아생전 아버지로부터 경매로 땅을 샀다는 얘긴 들었지만, 묘지 얘길 듣지 못했던 A씨는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요. 문제는 언제부터 이 묘지가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A씨는 부랴부랴 등기부등본을 살펴봤지만, 해당 묘지와 관련된 내용은 전혀 확인할 수가 없었는데요.
해당 묘지에는 잔디도 심겨 있지 않았고, 비석도 없는 탓에 누구의 묘지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땅 주변의 주민들에게 묘지 주인이 누구인지 백방으로 수소문해봤으나, 이전 땅 주인이 소유했던 묘지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소식도 들을 수가 없었는데요. 묘지를 이장시키려 해도 이전 땅 주인의 연락처가 없어 A씨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습니다.
[Remark] 남의 땅에 묘지를 관리할 권리가 있다고?

그렇다면 A씨는 왜 자기 땅임에도 타인의 묘지를 이장시키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분묘기지권’ 때문입니다. 분묘기지권이란 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奉祭祀, 조상의 제사를 받들어 모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다른 사람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분묘기지권의 존속 기간은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분묘가 존속하는 동안 계속 유지됩니다.
판례에서 분묘기지권은 크게 3가지로 그 성립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우선 토지주의 승낙으로 얻는 경우(승낙형), 자기 소유 토지에 묘지를 만들고 분묘 이전 약정 없이 토지를 양도한 경우(양도형), 그리고 타인의 토지에 소유자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해 20년 동안 평온·공연하게 분묘의 기지를 점유한 경우(취득시효형)입니다. 이때 봉분 등 외부에서 분묘의 존재를 알 수 있는 형태만 갖추고 있다면 등기 없이도 권리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이에 A씨는 내 땅임에도 함부로 분묘를 어쩌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요.
[Remark] 장사 등에 관한 법률... 분묘기지권 성립 안 될 수도

그렇다고 타인의 토지에 묘지를 몰래 세워놓고 분묘기지권 핑계를 댄다면 사회적 문제가 커지겠죠? 이에 정부에서는 2001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며 2001년 1월 13일 이후에 설치하는 분묘에 관해서는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2001년 1월 13일을 기점으로 분묘기지권을 인정받거나,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봉분이 없는 평장이나 몰래 암장된 경우, 그리고 분묘 내부에 시신이 없는 경우에는 분묘기지권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는데요. 또, 이미 분묘기지권을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그 옆에 새로운 분묘를 설치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알려졌습니다.
[Remark] 분묘기지권 꼼짝 마~ 지료 청구 가능해져

분묘기지권은 그동안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해왔습니다. 묘지를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조상을 숭배한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토지 소유자 입장에서는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죠.
기존에는 관습법에 따라 분묘기지권을 인정해왔지만, 토지 소유자의 지탄이 늘어나자 사법부에서도 현재는 토지 소유권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지료’, 즉 토지 사용료 의무를 인정한 것인데요. 이전까지는 묘지 소유자가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를 낼 의무가 없었으나, 2021년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장사법 시행일(2001. 1. 13) 이전에 취득시효 또는 양도로 인해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사람이라도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생겨나게 됐습니다.
이는 그동안의 관습도 중요하지만, 사법부가 토지 소유자의 사유재산권을 보호하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에 판례에 따르면 묘지 주인은 토지 소유자가 지료 청구를 한 시점부터 토지 사용료를 내야 하며, 2년 이상 지료 연체 시 분묘기지권 소멸도 청구할 수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Remark] 지료 청구하려는데 소유자를 알 수 없다면?

하지만, 지료를 청구하려 해도 묘지 소유자가 누구인지 모른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죠? 현재 전국의 묘지 중 일부는 연고자가 없는 ‘무연분묘’인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요.
이런 무연분묘도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관할 관청 홈페이지 및 일간 신문에 3개월 이상 분묘 개장공고를 올리고, 분묘 연고자를 찾을 수 없다는 사유서 및 분묘 연고자에게 권리가 없음을 증명하는 서류 등을 첨부해 개장신고필증을 발급받으면 묘지를 개장해 해당 지자체 내 납골당 등에 안치할 수 있는데요.
이때 연고자가 없는 줄 알았으나, 개장 이후 상황에 따라 후손들이 나타나 보상을 요구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만일 분묘 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지자체 묘지 담당자 또는 법률 전문가와 상담 후 진행하기를 권합니다.
금일은 분묘기지권과 관련한 정의와 지료 청구 등 다양한 정보를 알아봤습니다. 분묘는 조상을 기리고 추모한다는 점에서 매우 신성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내 조상을 지키기 위한 곳이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요. 모쪼록 이 글을 읽는 구독자 여러분 중에서도 분묘기지권으로 갈등을 겪고 계신 분이 있다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원만한 합의와 해결을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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