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고래 위협하는 선박들…고속 추월에 포위까지
관찰 수칙 어기면 내년 4월19일부터 200만원 이하 과태료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관광낚시선박이 국내 멸종위기종인 제주 남방큰돌고래 무리를 뒤쫓고, 한술 더 떠 고속으로 추월하며 위협을 가하는 충격적인 모습이 연합뉴스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 16일 오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는 남방큰돌고래 30∼40여 마리가 집단으로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며 먹이 사냥을 하고 있었다.
관광객 10여명을 태운 낚시체험배가 남방큰돌고래 무리를 발견한 뒤 다가가 돌고래 무리와 20∼30m 거리를 유지했다.
돌고래 무리가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자 낚시체험배는 갑자기 속력을 내기 시작해 돌고래 무리를 쫓아갔다.
무리는 혼비백산했고, 그 중 한 마리는 물 위로 높게 뛰어오르며 다른 돌고래들에게 위험을 알리기도 했다.
낚시체험배는 돌고래 무리 뒤쪽에서 거리를 좁혀가더니 결국 물속에서 유영하는 무리 위로 추월을 시작했다.
속력을 낸 배의 선수와 호흡을 위해 올라온 남방큰돌고래와의 간격이 불과 1∼2m밖에 안 될 정도의 아찔한 광경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돌고래 무리 가운데는 선박 스크루에 등지느러미가 잘린 돌고래도 섞여 있었다. 사람에게 있어 수족과 같은 지느러미가 선박에 의해 잘릴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자구내 포구 앞에서 돌고래 무리는 결국 뿔뿔이 흩어졌다.
문제는 이러한 돌고래 선박관광 행태가 비일비재하다는 데 있다.
심지어 여러 척의 관광선박이 무리를 포위하며 관찰하는 일도 벌어진다.
관광선박이 돌고래 무리에 접근하면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먹이활동과 휴식 그리고 사교활동 시간을 빼앗아 돌고래들에게는 큰 위협이 된다. 결국 개체수 감소로 이어진다.
해양수산부의 남방큰돌고래 선박 관찰가이드에 따르면 낚싯배와 요트 등 소형선박은 돌고래와 750∼1.5㎞까지의 거리에선 속력을 10노트까지 줄여야 하고, 300∼750m 이내에서는 속력을 5노트 이하로 줄여야 하며, 300m 이내에서는 선박의 스크루를 정지해야 하며, 절대 50m 이내로 접근해선 안된다. 대형 선박의 경우 100m 이내로 접근할 수 없다.
돌고래에 접근하는 경우 앞쪽과 뒤쪽을 피하고 옆쪽에서 천천히 다가가야 하며, 동시에 3척 이상의 선박이 돌고래로부터 300m에 접근할 수 없다.
최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양생태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이러한 관찰 가이드를 지키지 않을 경우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법 시행일은 내년 4월 19일부터다.
현재 제주도 내에는 남방큰돌고래 관광을 광고하는 선박관광업체가 6곳이 있으며, 관광 목적의 유선과 도선 등도 아무런 제약 없이 돌고래 관광 사업을 할 수 있다.
체험낚시 선박 등도 사실상 돌고래 관찰관광 영업을 하고 있지만, 돌고래 보호를 위한 업체 대상 교육 대상에서 빠져 있는 상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5월부터 '남방큰돌고래 생태지킴이' 10명을 투입해 돌고래 관광 선박의 관찰가이드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지만, 대상 지역과 시간대가 광범위해 점검에 한계가 있다.
해양환경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는 "과태료 200만원 이하로는 업체들을 규제하기 어렵다"며 "규정 위반 반복 업체 영업 정지, 관광선박 접근 금지 구역 및 해양생물보호구역 지정, 해양포유류보호법 제정, 생태법인 도입 등 더 강력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제주해양경찰청과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에 따르면 상괭이와 남방큰돌고래 등 고래류가 제주 연안에서 폐사한 채 발견된 사례는 2013년 10마리, 2014년 13마리, 2015년 28마리, 2016년 31마리, 2017년 52마리, 2018년 28마리, 2019년 52마리, 2020년 68마리, 2021년 51마리, 2022년 10월 현재 32마리 등이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연안에서 연중 관찰되는 해양포유류로 현재 약 110여 개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해양수산부는 2012년 남방큰돌고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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