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안 돌아간다"는 전공의·의대생…10년간 '신규 전문의' 끊기나
휴학한 의대생, 사직한 전공의들이 내년도 의대증원분(3058명에서 1509명 늘린 4567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공의 대표가 언급하면서 당장 내년부터 의료계 판도에 복잡한 셈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내년도 의대 신입생을 몇 명 뽑을지에 따라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간 신규 의사 배출 인원이 달라지고, 그 여파가 '기피 의료'에 직격타를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고 온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내년 봄에도 전공의들과 학생들은 각각 병원과 학교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7500명 의학 교육은 불가능하다"며 "2025학년도 증원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주장대로라면 △정부가 내년 의대정원을 예정대로 4567명 뽑을 경우 △내년도 의대증원분을 취소할 경우 각각 의료계에 미칠 파장이 다르다.
첫째, 정부 정책대로 '4567명을 뽑을 경우' 올해 의대생(예과 1학년~본과 4학년)이 졸업하기까지 최소 6년간 신규 의사 배출 공백 여파가 이어질 전망이다. 의대증원책에 반발한 휴학 중인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다. 의대 전 학년(예과·본과) 과정은 6년이지만, 남학생의 경우 군의관 기간까지 합하면 신규 의사 배출 급락의 여파는 9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정부가 내년도 의대증원책을 포기해 '종전대로 3058명만 뽑을 경우'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내년도 의대증원분 철회 없이는 올 초 휴학계를 내고 떠난 의대생들이 내년에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2026학년도 이후가 아닌, 2025학년도 이후의 의대증원책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돌아오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이다.
의대증원책을 그대로 진행하고, 현재 휴학생이 모두 복귀할 경우 제기됐던 '의대 예과 1학년생 7500여명'(신입생 4567명에 휴학한 예과 1학년생 3000여명) 시나리오는 현실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신입생 3058명에 의대 24학번 3000여명이 돌아온다 해도 6000여명이 한데 모여 공부·실습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대 교육 부실화 우려에 대한 목소리는 여전하다.
셋째, 의대 증원분 철회와 관계없이 신규 전문의와 군의관·공중보건의 배출 공백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4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에 출근하는 전공의는 1174명뿐으로, 기존 정원(1만3531명)의 8.7%에 불과하다.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는 사직서를 내고 떠난 상태로, 사직서가 실제로 처리된 사람은 7648명(올해 7월 17일 기준)이지만, 출근율이 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사직서 처리 여부와 상관없이 떠난 전공의의 복귀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공의의 수련 기간은 진료과에 따라 3~4년이다. '예비 전문의'인 전공의의 91.3%가 수련병원을 떠났다는 점에서 당장 내년부터 3~4년간은 신규 전문의를 만나기가 어렵게 된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간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해온 공중보건의(공보의), 군대에서 군인 진료를 맡아온 군의관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차출되면서 지역과 군(軍)에서 생긴 의료공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의대 졸업 후 의사 면허를 따면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복무하는데, 휴학계를 내고 떠난 의대생들이 일반 입대를 선택하는 비율이 크게 늘면서다. 공보의는 지방 각지의 보건소나 보건지소, 보건의료원 등에서, 군의관은 군대 내에서 근무하며 환자를 치료한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최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대 증원에 반대해 수업을 거부해온 의대생 1000명 이상이 입대를 이유로 휴학을 선택했다. 전국 의대 40곳 중 37곳에서 지난달 23일 기준 입대를 이유로 휴학하기로 한 의대생은 총 1059명으로, 지난해(162명)보다 6배 이상 많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전공의 수련을 포기한 이들 중 내년 3월 입영 대상은 4353명이라는데, 이는 예년보다 4배나 많다"면서 "그동안 주로 전문의들이 군의관으로 우선 선발됐는데, 내년 입영 대상자의 경우 대부분 일반의여서 향후 군 병원 등의 인력 운용에도 차질이 예상된다"고 했다. 일반의는 의대를 졸업한 후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의사로 감기나 통증 등 일반 진료를 담당한다.
하지만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입대를 선택하는 인원이 크게 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매년 1000명가량 확보해온 군의관과 공보의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박 비대위원장은 "휴학한 의대생 중 올해 2800여명이 한꺼번에 현역병과 사회복무요원에 지원했고, (입대를 위해) 군 휴학 승인이 완료된 학생도 1059명에 이른다"며 "2~3년 후 이들이 전역하면 이후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공백은 어쩌실 작정이냐"고 지적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이경실, 재혼 18년 됐는데 혼인신고 안 한 이유…"첫 결혼 트라우마" - 머니투데이
- 이홍기 "성매매 아니면 책임질래?"…팬 비판에 최민환 또 감쌌다 - 머니투데이
- 유채꽃밭서 웃는 김수미…"재밌게 해달라더니" 탁재훈 캐나다서 애도 - 머니투데이
- 간미연 "베이비복스 때 해외 땅 1000평씩 선물 받아" 무슨 사연? - 머니투데이
- 최병길 PD, 서유리 저격 글에…"합의금 반드시 지급할 것" - 머니투데이
- "예약 손님만 받아" 방이 무려 31개…강남 유흥주점 소파 들췄더니[영상] - 머니투데이
- "37억 집도 해줬는데 외도에 공금 유용까지"…트리플스타 이혼 전말 - 머니투데이
- "김영선 해줘" 윤 대통령-명태균 통화 공개...대통령실 "공천지시 없었다" - 머니투데이
- "차 조심하세요" 하던 손녀딸이…'청소차 참변' 빈소엔 울부짖는 소리만 - 머니투데이
- [단독]'소녀상 입맞춤·편의점 난동' 소말리, 경찰 수사 착수…업무방해 혐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