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한 에티켓,
나를 위한 에티켓
보편적인 에티켓은 자신이 속한 국가와 사회의 도덕률에 기초한다. 어느 사회에서는 결례에 당하는 태도가 또 다른 사회에서는 매우 예의 바른 행동이 될 수 있다. 크게 볼 때 에티켓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남을 위한 것이고, 또 하나 나를 위한 것이다. 이 두 가지 에티켓은 늘 충돌하고 있다.

대기업 오너의 비서직처럼 남을 위해서 인생을 바치는 삶을 사는 사람도 있고, 자연인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산속의 1인 가구는 오직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아간다. 요식업의 사례를 보아도 그렇다. 오성급 호텔에서 다이닝 서비스를 하는 종업원의 고객응대와 전통시장에서 50년간 국밥을 팔아온 욕쟁이 할머니의 고객응대는 사뭇 다르고 고객들도 두 가지 케이스의 응대를 나름대로 인정하고 각각 단골이 된다.

물론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 직업적으로 필요한 사람, 사회적으로 배려해야 할 사람들에게는 최선의 에티켓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에티켓에 너무 경직되거나 비탄력적이라면 오랫동안 지속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는 고통이 될 것이다. 생애 마지막 순간에 인생을 회고할 때 자신의 인생과 오랫동안 함께했거나 삶의 기여도가 높은 사람과 그 반대로 이용해 먹고 상처만 준 사람을 같은 레벨의 에티켓으로 대했던 사실을 후회할 것이다.

한 번 사는 인생에서 정말 사랑하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오롯이 최선을 다하려면, 자신의 멘탈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별 도움도 안 되면서 무례하게 구는 남들에게 저당 잡혀서는 안 된다. 시니어 라이프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역 시절 어쩔 수 없이 감정노동에 시달리면서 남을 위해 살아왔다면 시니어 시기에는 거꾸로 나에 대한 상대방의 에티켓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때로는 시정을 요구할 수도 있어야 한다.

한자로 去言美來言美, 영어로는 Nice words for nice words, 우리 말로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자신이 남에게 예쁜 말을 해야 남도 예쁘게 답을 한다는 뜻인데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로 쓰인다.

만약 상대방이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 직속상관과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예외겠지만, 대부분 만나는 지인들에게 적용해 볼 수 있는 표현이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지킬 에티켓을 VIP에게 집중하고, 인생의 주인공인 스스로에게 최고의 에티켓을 배려하자. 그리고 자신을 비하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남에게서도 함부로 취급받는다는 점을 잊지 말자.

시니어 라이프에서 지켜야 할
5가지 에티켓
의외로 사람들은 타인에 대하여 큰 관심이 없다. 여러 번 만나며 인사했는데도 “무슨 일 하시는 분이죠?”라는 질문, 혹은 오랜 인연이라 여겼던 사람이 애경사에도 연락 한 통 없는 경우를 경험했을 것이다. 의미 없는 관계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지 말자. 대신 진심으로 챙겨주는 몇몇 소수의 인맥에 집중하자.

누군가의 서비스를 받는 입장보다는, 작은 재능으로라도 남에게 도움을 주는 위치에 서보자. 셀럽들이 작은 제스처 하나로 ‘굿 에티켓’의 소유자로 칭송받듯, 시니어 사회에서도 특기 하나로 재능을 기부한다면 작은 셀럽이 될 수 있다. 지금부터 준비해 두자.

나이가 들면 예외 없이 말수가 많아진다. 또한 같은 말을 반복하는데 이것을 잔소리라고 부른다. 자식이나 후배에게 잔소리하기보다 하고 싶은 말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해 보자. 어떤 은퇴자는 하고 싶은 말과 이벤트 들을 싹 다 정리해서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해서 친지나 후배들에게 증정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출간 시점은 좀 성숙한 미래인 70세 시점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이처럼 평생의 경험과 이야기를 자서전에 담으면, 그 자체로 가족과 후대에 남기는 귀한 기록이 된다. 또한,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해 ISBN까지 등록할 수 있으니, 언젠가 세상을 떠날 시점에 본인만의 인생을 의미 있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하겠다.

큰 성취보다 매일 밥을 차려주는 이에게 “맛있다”는 한마디, 자주 얼굴을 맞대는 이에게 커피 한 잔의 감사로 마음을 표현하자. 수시로 작은 고마움을 나누는 습관은 적을 만들지 않는 방법이다.

최근 상조회사는 95세를 ‘호상의 기준’으로 본다. 그만큼 건강수명 관리가 중요해졌다. 많은 시니어가 가족에게 간병 부담을 주지 않고, 내 집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근육 유지와 체력 관리, 즉 몸테크가 필수다. 99세까지 88하게 살다 2~3일 앓다 가는 삶(9988234)이야말로 품격 있는 시니어의 에티켓이다.
‘법 안에서 막살자’는
어느 시니어 이야기
재무상담을 업으로 삼다 보니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흥미로운 건 10분만 지나도 청년보다 시니어와의 라포가 훨씬 빠르게 형성된다는 점이다.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이며 내담자가 상담을 이끌어가는 경우도 잦다.
공통적으로 그들은 지나친 배려심과 엄격한 에티켓에 얽매였던 지난날을 후회하고 있었다. 에티켓의 기준은 때와 상황, 상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에도 스스로 만든 잣대를 매 순간 적용하다 보니 감정 소모가 컸고, 인간관계도 사무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어느 날 한 시니어의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콜센터 업계에서 오랜 세월 근무하며 수많은 민원을 응대했는데, 상식과 규정을 무시하고 불만을 쏟아내는 고객들 때문에 우울감에 시달렸다 한다. 결국 그는 SNS 프로필에 ‘법 안에서 막살자’라는 문구를 걸어두고 마음을 비우니, 스트레스가 줄고 고객응대도 한결 편해졌다고 했다.

이후부터는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옷도 파격적으로 입고,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회식 자리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남기지 않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불편한 제안에 대한 거절을 짧고 명료하게 하게 되어 인맥도 실시간으로 정리되었다. 그러다 보니 퇴근 후에도 업무시간에 잠시 빠져나갔던 生氣가 급속 충전되어 결과적으로 정년퇴직까지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제는 자신을 위한
에티켓을 지켜야 할 때
어쩌면 구시대의 유물과도 같은 획일적인 에티켓의 상하한선을 법(法) 안에서 본인이 정한 삶의 기준에 맞도록 재설정해 보면 어떨까? 그리고 별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실체 없는 눈치 보기는 이제 내려놓아도 좋다. 자신의 개성을 살리고, 소중한 이들과 동행할 수 있는 멋진 시니어 라이프를 즐기길 바란다.
글 유평창 평생자산관리연구소 소장
발행 에프앤 주식회사 MONEY PLUS
※2025년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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