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 유해 DNA 분석했더니… 500년 만에 드러난 출생의 비밀
전설적인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0~1506)에 대한 출생의 비밀이 사후 500여년 만에 드러났다. 이탈리아 제노바 공화국 출신으로 알려진 그가 실제로는 스페인계 유대인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13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법의학자 미구엘 로렌테 박사는 22년간에 걸쳐 세비야 대성당에 안치된 콜럼버스 유해와 아들의 체세포를 분석한 결과 Y염색체와 미토콘드리아 DNA로부터 유대계와 합치하는 특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진 콜럼버스가 1450년 이탈리아 서북부 해안의 제노바 공화국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통설로 여겨져 왔다. 이를 이유로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은 연방 의회가 콜럼버스를 기념하는 ‘콜럼버스의 날’을 법정공휴일로 제정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로비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학계에선 스페인 왕가 후원으로 신대륙 탐험에 나섰던 콜럼버스의 고향이 이탈리아는 아닐 것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 스페인계 유대인이라는 분석에서부터 폴란드·그리스·포르투갈·헝가리 출신일 것이라는 설까지 존재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콜럼버스가 그 시절 종교적 박해를 피하려고 유대인임을 밝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슬람 왕조의 이베리아반도 지배 기간에는 스페인계 유대인 사회도 번성했으나, 1492년 기독교 세력이 이슬람을 몰아낸 후 상황은 달라졌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찾았던 바로 그해 일로, 당시 스페인에는 스페인계 유대인 약 30만 명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가톨릭 개종을 강요받거나 이에 불복하면 외국으로 떠나라는 통보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연구로 콜럼버스가 스페인계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출생 국가까지 밝혀내는 데는 실패했다. 25개의 출생 후보지를 분석했으나 현재로선 ‘서유럽 출생’이라는 게 가장 안전한 결론이다.
한편 최근 남미에서는 콜럼버스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문명의 전파자’로 볼 것인지, 아니면 유럽의 착취를 상징하는 ‘잔혹한 침략자’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다.
시작은 지난 12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상륙일인 ‘1492년 10월 12일’을 기념해 아르헨티나 대통령궁이 쓴 “아메리카 대륙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라는 표현이었다. 이에 일각에서 콜럼버스의 상륙으로 인해 토착 문화가 말살되고 식민지 수탈이 시작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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