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디자인세미나] “세상에 나쁜 땅은 없습니다”
건축가 12인의 하우스 디자인 세미나_⑩
에스아이건축사사무소 정수진
‘건축가 정수진’이라는 이름에는 그것이 좋은 평가든, 박한 평가든. 자주 ‘중정형 주택’에 관한 이야기가 따라다닌다. 확실한 것은 그만큼 그의 작품이 우리나라 주거 문화에 던지는 메시지가 작지 않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 <2024 하우스 디자인 세미나> 세 번째 날 첫 번째로, ‘집의 힘’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연단에 나섰다.
에스아이건축사사무소 정수진 소장이 시원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강연의 문을 연 것은 역시 [도시형 단독주택]과 [중정형 주택]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나라의 도시 환경에서 중정형 주택이 나오게 된 이유였다. 언론 등 세간에서는 ‘편집증 환자의 집 같다’, ‘감옥에 사는 것 같다’, ‘개념 하나로 길게 우려먹는다’하지만, 그것은 그의 의도를 절반도 채 읽지 못한 평가다.
그는 집에서 얻고자 하는 가치에 관해 이야기했다. 따뜻하고 시원한 집? 중요하지만, ‘사람이 빵만 먹고 살 수 없듯’ 그것만으로 주거 생활을 영위할 수는 없다. 오롯이 공간을 자유롭게, 그러면서도 안전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프라이버시라는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다. 우리나라 도시 주택의 많은 제도는 이런 부분을 간과했고, 또 지가가 비싼 도시의 잘 정돈된 땅은 작은 사각형 형태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시형 단독주택에서 중정형 주택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설계했음에도 넓은 대지와 프라이버시 확보가 어렵지 않은 전원주택들은 넓게 개방된 형태로 나온 작품들이 많다.
주택에서의 삶은 건물 성능만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다.
그는 공간이 중첩·집약되는 ‘겹집’과 모든 공간이 외부와 맞닿는 ‘홑집’ 개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겹집이 시공비 대비 건축물 성능이 상대적으로 더 효율적이겠지만, 주택에서의 삶은 뷰나 외부 공간 활용, 동선 등 효율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주택의 필수요소가 마당인 만큼, 마당과 만날 수 없는 주택의 공간은 그만큼 빛이 바란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이와 함께 강연은 계단실이나 욕실 등 ‘가볍게 여겨지지만 소중한 공간들’의 가치와 공간의 완성인 가구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 땅에 대한 생각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가장 설계가 어려운 땅에 대한 질문에 ‘네모반듯한 땅’이라고 대답한 정 소장. 세상에는 가지각색의 형태와 사연을 가진 땅이 많지만, 무엇이 더 좋고 나쁜 땅은 없다는 그의 말에서 땅과 사람, 그리고 공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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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_ 신기영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12월호 / Vol.310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