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나와!" 국내 빈대 탐지견 1호 '세코'
● 공항에 있는 빈대를 찾아라!
‘세코’는 우리나라 최초의 빈대 탐지견입니다. 빈대는 크기 6.5mm 정도의 작고 납작한 벌레로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빨아 먹고 살아요. 빈대는 아주 빠르게 번식합니다. 2마리가 있으면 90일 뒤 성충은 최대 300마리, 알은 최대 1000개로 늘어나요.
질병관리청은 지난 8월 폐막한 2024 파리 올림픽으로 해외에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빈대가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올 걸로 예상했어요. 올림픽이 열린 프랑스 파리는 빈대가 자주 발견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이에 행정안전부와 질병관리청 등은 8월 9일 종합 환경 위생 기업인 세스코에서 훈련시킨 세코를 인천국제공항에 투입시켰습니다.
지난 8월 세코가 빈대를 잡는 현장을 찾았습니다. 세코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세스코 빈대 방제 전담팀은 크고 작은 가방 4개를 차례로 바닥에 놓고 가장 오른쪽에 있는 가방에 빈대가 든 통을 넣었습니다. 세코는 왼쪽에 있는 가방부터 차례차례 코로 냄새를 맡기 시작했어요.
빈대가 없는 가방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가방을 스치듯 훑고 지나갔습니다. 반면 빈대가 있는 가방의 냄새를 맡은 세코는 코를 깊게 박고 자리에 꾹 눌러앉았어요. 빈대를 발견했다는 표시였습니다. 세코가 빈대를 찾는 데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세코는 이 같은 방식으로 95% 이상의 정확도로 빈대를 찾아낼 수 있어요.
세코는 9월 8일까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빈대와 빈대의 알, 배설물 등을 찾아냈습니다. 세코가 빈대를 찾으면 세스코 빈대 방제 전담팀이 빈대가 발견된 가방에 65℃ 이상의 높은 열이 나오는 스팀기를 뿌립니다. 빈대는 높은 열이 가해지면 죽기 때문이에요. 방제 전담팀은 가방 속 물건에도 스팀기를 꼼꼼하게 뿌린 뒤 물건을 비닐 팩에 넣고 묶어서 가방 주인에게 돌려줍니다.
세코는 앞으로 다른 곳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세스코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 등 공공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 말고도 숙박시설 등에서 세코가 활동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 빈대의 페로몬 냄새를 맡는다!
개의 후각은 아주 예민해요. 코의 구조 덕분입니다. 사람의 코에서 냄새를 감지하는 부분의 면적은 3~4㎠이지만 개는 최대 150㎠에 달합니다. 또 냄새를 탐지하는 뇌의 신경구도 사람보다 40배나 많아요. 그래서 개는 사람이 찾지 못하는 것을 후각으로 대신 찾아줄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개의 능력을 이용해 공항에는 세코뿐 아니라 다른 개도 활동하곤 합니다. 경찰 과학수사대에서 훈련을 받은 특수 목적견입니다. 이 개들은 냄새로 사람의 몸이나 가방에 숨어 있는 마약이나 폭발물을 찾아내요. 냄새를 맡다가 자리에 앉으면 마약이나 폭발물을 찾았다는 신호입니다.
세코도 예민한 후각을 이용해 빈대의 페로몬 냄새를 맡도록 훈련을 받았어요. 페로몬은 동물이 같은 동물에게 특정한 행동을 일으키도록 하기 위해서 분비하는 물질이에요. 동물에 따라 페로몬은 다른 냄새가 나요. 빈대의 경우 먹이나 짝을 찾을때 페로몬을 분비하는데 특유의 향으로 유명한 채소인 고수와 비슷한 냄새를 풍깁니다.
세스코 전문방제요원은 세코가 빈대의 페로몬 냄새를 맡고 그 자리에 앉으면 닭고기 등 간식으로 보상을 줬어요. 세코에게 빈대를 찾아야 한다는 목표 의식을 심어준 거예요. 또 세코가 음식 같은 다른 냄새의 유혹을 피해 빈대 냄새만 가려낼 수 있도록 다양한 장소에서 훈련을 반복했습니다.
빈대의 페로몬 냄새만 잘 맡는다고 바로 빈대 탐지견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세코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약 1년간 사람과 가까워지는 사회화 훈련을 거쳤습니다. 공항에서 빈대를 찾을 때 여행객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데 이들을 놀라게 하면 안 되기 때문이지요. 또 사람이 많은 곳에서 사람을 물거나 짖는 등 사나운 행동을 하면 빈대를 찾는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사람들과의 친화력을 키우는 훈련을 거쳤습니다.
이렇게 여러 훈련 과정을 거쳐 세코는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제1호 빈대 탐지견이 됐어요. 세스코는 "외모가 사납게 생긴 개는 사람이 무서워하거나 피하다가 다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어요. 그러면서 "사람에게 친근하고 냄새도 잘 맡는 비글 세코가 첫 빈대 탐지견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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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하 기자 cown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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