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변심한 美 흑인·히스패닉 유권자, 왜 민주당 대신 트럼프 지지하나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흑인·히스패닉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 높아져
핵심은 경제
미국 대통령 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지지층으로 알려져 있던 흑인·히스패닉계 사이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젊은 남성 흑인·히스패닉계 사이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 증가가 도드라진다.
뉴욕타임스(NYT)가 시에나대학과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흑인 유권자 589명 및 히스패닉계 유권자 9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3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흑인 유권자는 15%, 히스패닉계는 37%로 공화당 대선 후보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역대 최저다. 해리스를 지지하는 흑인 비율은 78%이고 히스패닉 비율은 56%에 불과하다.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흑인 비율이 92%, 히스패닉계는 63%였다는 것과 비교하면 급락했다.
흑인·히스패닉계 사이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은 크게 5가지 요인이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우선 트럼프의 인종, 범죄, 이민에 대한 견해에 흑인·히스패닉계도 동의한다. 흑인 유권자의 40%, 히스패닉 유권자의 43%가 남부 국경을 따라 벽을 짓는 트럼프 정책에 지지한다고 답했다. 또한 흑인 유권자의 41%, 히스패닉 유권자의 45%가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답변했다. 이 외에도 히스패닉 유권자의 50%, 흑인 유권자의 47%는 대도시 범죄가 통제 불능 수준이라고 답했다. 이는 백인 유권자(50%) 비율과 같다.
두 번째는 트럼프가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 사는 아이티 이민자에게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등 허위 주장을 펴도 흑인·히스패닉계 유권자가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히스패닉계의 53%와 흑인 유권자의 35%는 최근 트럼프 발언 중 불쾌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올해 초보다 줄어든 수치다.
무엇보다 경제 문제로 인해 흑인·히스패닉계 중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들이 늘었다. 흑인·히스패닉계가 보통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인종적 평등을 증진하려는 민주당의 노력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경제적인 이유가 컸다는 것이 NYT의 설명이다. NYT는 “민주당이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를 확보하기 시작한 것은 민권 운동이 시작된 1960년대 아니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을 편 1930년대”라며 “뉴딜 정책은 민주당을 과거 백인의 남부 동맹 정당이 아닌 ‘노동자 계급의 당’으로 재정의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히스패닉 유권자와 흑인 유권자 중 현재 경제 상황이 좋거나, 매우 좋다고 답한 비중은 각각 20%, 26%에 불과했다. 이들의 절반 이상은 지난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식료품 구매량을 ‘종종’ 줄였다고 답했다. NYT는 “억만장자 사업가인 트럼프는 유권자들이 이전보다 경제에 더 불만을 품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 1기를 평화로웠던 시대로 회상하는 시기에 다시 출마했다”며 “노동 계급 정당이라는 민주당의 핵심 브랜드 우위가 약화됐다”고 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 외에도 민주당에 투표해도 상황에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트럼프에게 오히려 호재가 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어느 당이 약속을 가장 잘 지키는가’를 물었을 때 흑인 유권자의 63%, 히스패닉 유권자의 46%만이 ‘약속을 지킨다’는 표현이 공화당보다 민주당을 더 잘 설명한다고 답했다. 여기다 히스패닉계 유권자의 50% 만이 해리스가 개인적으로 더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답했고, 37%는 트럼프가 자신의 삶에 도움을 줄 것이라 봤다. NYT는 “민주당이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오늘날의 경제 상황과 관련이 있다”면서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동안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종류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지난 16년 중 12년 동안 대통령을 배출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그 기간 흑인 유권자는 큰 기대를 걸었으나,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의 지지율은 이번 조사에서 젊은 흑인과 히스패닉 남성 사이에서 크게 상승했다. 45세 이하의 히스패닉 남성만 놓고 보면 트럼프 지지율은 55%로 해리스(38%)를 앞섰다. 다만 흑인 남성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해리스 지지율(69%)이 트럼프(27%)보다 높긴 했으나, 트럼프에 대한 흑인 남성의 지지율이 과거 한 자리 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상승세다. NYT는 “젊은 남성 중 가장 어린 이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만 해도 유아였고, 2016년 트럼프의 선거 운동에 대한 기억이 없을 수 있으며, 그들에게 트럼프는 ‘평범한’ 사람일 수 있다”며 “트럼프를 ‘규범을 무시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묘사하더라도 이들이 이를 인지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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