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에 또 다른 도전자가 나타났다. 미국의 신생 전기차 브랜드 '슬레이트 오토(Slate Auto)'가 내년 2,800만 원대 전기 트럭 출시를 앞두고 있다. 과연 이들의 성공 공식은 무엇일까.

테슬라를 떠올려보자. 2008년 로드스터로 시작해 모델 S, 모델 X를 거쳐 모델 3로 대박을 터뜨리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 그 사이 수차례 도산 위기를 겪었지만, 연방정부 지원과 실리콘밸리의 전폭적인 투자가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피스커 같은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며 투자자들의 시선이 차갑게 돌아섰다. 슬레이트 오토에겐 테슬라처럼 시행착오를 거듭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슬레이트 오토가 처음 내건 목표는 2만 달러(약 2,800만 원)였다. 하지만 현재는 '2만 달러 중반대'로 수정됐고, 연방 전기차 보조금마저 폐지되면서 실질적인 가격은 더욱 올라갔다.

그렇다면 이들의 원가 절감 비법은 무엇일까. 크리스 바먼 CEO의 설명을 보면 답이 보인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가 2500여 개 부품을 쓸 때 슬레이트는 600개만 사용한다. 부품이 적으면 구매, 조립, 관리 인력이 줄고 결국 원가가 내려간다는 논리다. 여기에 도색 과정을 아예 없애고 복합재료 바디 패널을 쓴다. 프레스 공정도 생략할 수 있어 수백억 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슬레이트 오토의 가장 독특한 전략은 'DIY(Do It Yourself)' 컨셉이다. 소비자가 직접 차를 조립하고 꾸밀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SUV 키트를 평판 포장해 배송하고, 500달러대 비닐 랩핑 키트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게 한다. 심지어 '슬레이트 대학'이라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까지 만들어 소비자들이 서로 정비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돕겠다고 한다. 마치 레고 조립하듯 차를 만드는 재미를 제공하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만만치 않다. 모든 소비자가 DIY를 원하지 않을뿐더러, 전통적인 딜러 네트워크 없이는 실물 확인조차 어렵다. 서비스와 A/S 체계도 아직 불투명하다.

슬레이트 오토의 또 다른 약점은 2도어 구조다. 요즘 소비자들은 편의성을 중시한다. 뒷좌석에 들어가려면 앞좌석을 접고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은 분명한 마이너스 요소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 2도어 트럭과 SUV의 인기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슬레이트 오토도 이를 의식해 조만간 4도어 모델을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포드가 3만달러 전기 트럭을 예고했고, 리비안도 더 저렴한 모델을 준비 중이다. 도요타마저 소형 전기 트럭 출시설이 나돌고 있다. 이들 기존 업체들은 슬레이트 오토와 달리 탄탄한 서비스 네트워크와 브랜드 신뢰도를 갖추고 있다.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결국 슬레이트 오토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빨리 시장에 안착하느냐에 달려 있다. 2027년까지 연 15만대 생산이라는 목표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단일 모델로는 한계가 있으니 빠른 시일 내에 중형 크로스오버 같은 대중적인 차종을 추가해야 한다. 전륜구동뿐 아니라 사륜구동, 듀얼모터 사양도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테슬라처럼 '혁신'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단순히 싼 차를 만드는 것을 넘어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제시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성공이 가능할 것이다. 슬레이트 오토의 실험이 전기차 업계에 새바람을 불러올지, 아니면 또 하나의 도전자로 그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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