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늘은 한국인의 식탁에서 거의 매일 등장하는 향신료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이 마늘을 다지거나 으깬 뒤 곧바로 팬에 넣습니다. 빨리 조리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당연한 선택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행동 하나가 마늘이 가진 항암 성분의 상당 부분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마늘은 으깨거나 다지는 순간 알리나아제라는 효소와 알린이라는 성분이 화학 반응을 일으켜 알리신을 만들어냅니다. 이 알리신이 마늘의 항암·항균 효능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성분인데, 이 반응이 완성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사실은 실험을 통해서도 확인됐습니다. 학술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마늘을 자르거나 으깨면 황화수소라는 물질이 생성되는데, 이 황화수소는 혈관을 안정시키고 혈류를 개선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마늘에 열을 가하거나 가공하면 이 황화수소를 만드는 능력이 상실됩니다. 그래서 마늘을 요리에 사용할 때는 으깬 후 10분을 기다린 다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실제로 한 대학 연구진이 마늘의 조리법에 따른 영양소를 비교한 결과, 조리 방식과 타이밍에 따라 유효 성분의 양에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바로 가열하면 효소가 죽습니다
마늘을 다지자마자 뜨거운 팬에 넣으면 알리나아제 효소가 열에 의해 즉시 파괴됩니다. 효소가 작동할 시간을 주지 않은 채 가열해버리면, 알린이 알리신으로 전환되는 반응 자체가 충분히 일어나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마늘 향은 나지만 핵심 성분인 알리신의 생성량은 크게 줄어듭니다. 반면 다진 마늘을 실온에 10분 정도 그대로 두면 이 화학 반응이 충분히 진행되어 알리신과 그 대사 산물들이 풍부하게 만들어집니다. 이후에 열을 가해도 이미 생성된 황화합물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 같은 마늘에서 얻는 효능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입니다.

알리신이 항암 작용을 하는 경로는 명확합니다. 알리신은 암세포의 세포 분열을 억제해 증식을 막고, 암세포의 자연 사멸을 유도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국제 학술지에 실린 연구에서는 마늘을 연간 1인당 1.5kg 이상 섭취하면 위암 발병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하루에 보통 크기의 마늘 1~2알 정도를 꾸준히 먹는 양에 해당합니다. 알리신은 또한 강력한 항균 작용으로 식중독균을 억제하고, 위궤양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억제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항산화 작용을 통해 체내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해 노화를 늦추는 역할도 함께 합니다.

전자레인지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가열 방식에 따라서도 손실 정도가 다릅니다. 한 연구에서는 마늘을 전자레인지로 1분간 가열했을 때 영양소 손실이 가장 크게 나타났습니다. 전자레인지는 짧은 시간에 마늘 전체를 빠르게 가열하기 때문에, 알리나아제가 반응할 시간적 여유를 거의 주지 않고 곧바로 효소를 파괴해버립니다. 마늘 요리를 전자레인지로 빠르게 처리하는 습관이 있다면, 그 마늘에서는 기대했던 항암·항균 효과를 거의 얻지 못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가급적 다진 마늘을 충분히 기다린 뒤, 약불에서 짧게 볶는 방식이 영양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입니다.

위가 약하거나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경우에는 생마늘이 자극적일 수 있어 익혀서 먹는 것이 안전합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다지고 10분을 기다린 뒤 익히는 순서는 그대로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마늘 효능의 핵심은 매운맛이 아니라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화학 반응에 있습니다. 오늘 저녁 요리에 마늘을 쓸 일이 있다면, 다지고 바로 팬에 넣기 전에 잠깐 도마 위에 그대로 두십시오. 10분이라는 짧은 기다림이 마늘 한 쪽의 가치를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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