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빈·김도영, 천재가 천재에게

KIA 김도영이 부상에서 복귀해 2025시즌 질주를 시작했다. /김여울 기자

김도영은 김도영이었다.

3월 22일 개막전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남기고 사라졌던 김도영이 4월 25일 팬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다시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슈퍼스타’답게 복귀 타석에서 2타점 적시타를 날린 김도영은 다음 날에는 홈런으로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KIA의 시즌 첫 3연승이 완성된 4월 29일 NC전에서도 김도영은 2개의 2루타로 멀티히트를 장식하면서 2타점과 2득점도 올렸다.

경기 전 김도영이 했던 말과는 조금 다른 결과였다.

“그건 내 아드레날린으로 친 것이다”며 복귀전 안타를 이야기한 김도영은 “아직 치는데 감이 완전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배팅을 치면서 감을 잡아나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김도영은 이날 기다렸다는 듯, 예상을 했다는 듯이 정확하게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연달아 2루까지 내달렸다.

경기가 끝난 후 김도영의 이야기도 조금은 달라졌다.

상대의 견제에 직구가 아닌 변화구 승부를 하고 있지만 김도영은 조금 더 발전된 자신을 느끼고 있다.

그는 “확실히 작년이랑 다르게 업그레이드됐다고 생각한다. 공이 보이는 길도 잘 보이고, 공이 보이는 길도 길어졌다고 해야 되나. 그래서 더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복귀 타석에서 2타점 적시타를 날린 김도영. <KIA 타이거즈 제공>

현역 시절 타격 좀 했던 이범호 감독의 ‘공의 길’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이범호 감독은 “투수가 공을 손에 놓았을 때 안 보고 치는 애들이 있다. 공을 보고 치는 선수들이 길이 보인다고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는 늦을 수 있는데 보는 습관을 들이면 공이 오는 길을 보면서 치고 나가는 것이다. 그걸 못하는 선수들은 공이 들어오는 걸 확인하고 친다. 그래서 늦는 것이다”며 “나가면서 공을 보는 습관을 들여야 공의 길이 보인다. 확인을 하고 때리는 것과 오는 공을 나가면서 확인하고 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이대호 같은 친구들이 ‘공보고 쳐야지’ 이런 말을 하는 데 오는 공을 나가면서 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도영이는 준비 자세가 좋다. 발을 들고 빨리 준비 자세를 하고 있어서 공이 오는 길에 마중 나가니까 시간적으로 공을 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다. 오는 공을 다리를 들고 타이밍을 맞춰서 나가면서 보니까, 보는 시간이 길어 보이는 느낌이 있을 것이다. 여유가 있는 것이다”며 “여유가 없는 선수는 발이 드는 타이밍이 늦다. 왜냐하면 공을 보고 쳐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확인을 다 하고 발을 든다. 선수들 컨디션 좋을 때 보면 발을 빨리 든다. 치러 나가면서 칠지 안 칠지 반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 줄 요약을 한다면 김도영은 타격을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다 갖췄다는 것이다.

좋은 준비 자세로 빠르게 반응하면서 최대한 자신이 보는 대로 좋은 타구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만큼 공의 길을 따라 힘을 정확하게 실을 수 있다. 여기에 프로 4년 차, 경험까지 더해지면서 김도영의 야구 길은 더 넓어졌다.

4월 29일 NC전에서 4안타를 기록한 김선빈과 2개의 2루타로 멀티히트를 장식한 김도영. /김여울 기자

김도영이 복귀하면서 KIA는 기대했던 폭발력 있는 공격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

나가면 귀찮은 박찬호에 이어 ‘원조 타격 천재’ 김선빈이 집요하게 타석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여차하면 넘겨버리는 김도영이 있다.

김선빈과 김도영을 연달아 승부해야 하는 투수의 심정은 어떨까?

천재와 천재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면서 마음의 준비를 한다.

김선빈을 뒤에서 지켜보는 김도영은 투아웃 상황에서도 초집중을 하고 있다.

김도영은 “내가 선두타자를 싫어하는데 투아웃 상황이라도 선배님이 앞에 계시면 나한테 타석이 올 것 같은 느낌이다. 준비를 확실하게 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김선빈이 출루하면, 선배를 불러들이기 위해 또 집중을 하게 된다.

그라운드에서 김도영을 지켜보는 김선빈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뛸 결심’을 한다.

김선빈은 “도영이가 타석에 있으면 그냥 ‘죽었다’는 생각이다.무조건 뛰어야 된다는 이 생각밖에 없다. 어차피 도영이가 단타 치는 선수가 아니고 중장거리 타자이기 때문에 일단 준비는 해애 한다”고 말했다.

그냥 뛰는 것도 아니고 3루 또는 홈까지 생각하면서 김도영의 타석을 지켜보는 주자 김선빈.

김선빈은 “일단 도영이한테 이야기를 한다. 못 들어올 것 같으니까 편하게 치라고, 그냥 넘기라고 이야기한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원조 천재’ 김선빈과 현역 시절을 함께 했고, 감독으로 ‘천재 중의 천재’ 김도영을 지켜보고 있는 이범호 감독은 “도영이 같은 선수는 잘 나오기 힘들다. 그 정도 배포를 가지고 있는 선수는 나오기 어렵다. 선빈이는 자기가 만들어 칠 수 있는 능력이 도영이 보다 더 좋다”며 “도영이는 오는 공에서 힘을 쓰면서 안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타고났고, 만들어서 치는 부분에서는 선빈이가 더 유능한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KIA의 원조 타격 천재 김선빈. <KIA 타이거즈 제공>

김선빈이 언급하는 김도영은 어떤 타자일까?

“모든 걸 다 가지고 있다. 파워, 스피드, 컨택 다 가지고 있다. 최고다. 이미 작년에 다 증명했는데 올해 뭐 말할 필요가 있나. 도영이 오고 나서 분위기 바뀐 것도 사실이고, 충분히 모든 걸 증명한 선수다.”

김선빈이 말하는 김선빈은 어떤 타자일까?

“도영이는 모든 코스를 파워있게 칠 수 있는 선수고 나는 그냥 안타를 치려고 하는 선수다. 만들어 치려고 해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면 5할을 치고 있을 것이다(웃음). 그냥 치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일단 공을 맞혀야 결과나 나오는 것이다. 삼진 먹는 걸 안 좋아해서 어떻게든 맞히려고 한다. 그래야 안타가 나오든, 에러가 나오든 결과가 나온다.”

10구가 넘는 승부를 펼칠 때도 김선빈은 “삼진 당하기 싫다. 그냥 안타 치고 싶다”는 생각으로 커트를 하고 또 한다.

악마 같은 김선빈과 김도영 조합. KIA 팬들은 두 사람의 ‘건강한 플레이’를 간절히 바란다.

지난해 목표로 했던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KBO 정상에 오른 김도영은 올 시즌도 ‘부상’이라는 키워드와 싸우면서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해 캠프와 달리 완벽한 몸으로 시즌을 준비했던 만큼 개막전 부상은 너무나 아쉬웠다.

여전히 김도영은 ‘부상 숙제’를 안고 있다.

건강한 김선빈과 김도영이 또 다른 우승 순간을 그리고 있다. /김여울 기자

김도영은 “다시 야구를 하니까 재미있다”면서도 “하나 찝찝함을 안고 하는 느낌이다. 햄스트링을 다쳐서 찝찝함, 불안감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불안감을 지우고 두려움 없이 달려야 하는 김도영, 부상이라는 벽을 넘으면 김도영은 더 거대한 산이 될 것이다.

원하는 ‘V13’을 위해서도 두 사람의 ‘건강’은 중요하다.

이미 김선빈도 한 차례 쉬어갔다.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이탈했던 김선빈은 복귀전에서 다시 한번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기도 했다.

1루에서 충돌해 윗입술을 꿰매야 했던 김선빈. 아직도 입안이 부어있다.

KIA의 반등을 예고한 김선빈이 가장 경계하는 것 역시 부상이다.

김선빈은 “우승은 당연히 하고 싶다. 올라갈 일만 남았다. 밑바닥도 찍어 봤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며 김도영과 만들 승리의 순간들을 기대했다.

<광주일보 김여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