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하던 말들이 하루 만에 4승…누군가는 ‘미리 알고’ 거액을 걸었다

[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미국 경마에서 부진하던 말들이 하루 사이 잇따라 우승하고, 영국에서는 이 말들을 대상으로 거액의 베팅이 집중된 사실이 드러나 경마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이른바 ‘페어힐 파이브(Fair Hill Five)’ 사건이다.
가디언은 16일 미국 경마 당국이 지난 9일 뉴저지주 몬머스파크와 뉴욕주 새러토가 등에서 벌어진 이례적인 경주 결과와 베팅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몬머스파크에서는 직전 두 경주에서 모두 최하위에 그쳤던 ‘더 그레이트 아미라’가 17대1의 높은 배당을 뚫고 우승했다. 이어 같은 조련사가 출전시킨 ‘테페약’도 약 4대1의 배당으로 다음 경주에서 우승했다. 같은 날 새러토가에서는 ‘클래식 록’과 ‘M BS 멜라니 케어스’가 각각 8대1, 12대1의 배당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들 4마리와 새러토가에서 4위를 한 ‘스쿠탈루’는 모두 최근 메릴랜드주의 페어힐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한 공통점이 있다. 이후 다른 경주에서 2위를 한 ‘윈스턴 울프’도 같은 훈련장에서 조교한 사실이 알려졌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이들 말의 이전 성적이었다. 6마리는 모두 4∼9개월의 휴양을 마치고 복귀했고, 직전 17차례 경주에서 16차례나 3위 밖에 머물렀다. 특히 더 그레이트 아미라는 직전 두 경주에서 최하위였다.
이상 징후는 베팅에서도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더 그레이트 아미라와 테페약의 연속 우승을 맞힌 2달러짜리 ‘데일리 더블’ 배당금이 25.60달러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금액보다 크게 낮아 누군가 이 조합에 집중적으로 돈을 건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영국에서는 더 큰 규모의 베팅이 확인됐다. 레이싱포스트에 따르면 최소 5개 베팅업체의 런던 12개 매장에서 관련 말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베팅이 이뤄졌다. 영국 업체들의 잠재적 손실 규모는 최대 80만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클래식 록은 미국에서는 8대1 이상 배당이었지만 영국에서는 2대1까지 떨어졌다. 영국에서만 이 말을 노린 돈이 대거 몰렸다는 의미다.
이른바 ‘베팅 쿠데타’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저평가된 말을 미리 골라 좋은 배당에 베팅하는 것은 정상적인 전략이다. 다만 금지 약물이나 경주 조작, 숨겨진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미국 경마청렴안전관리국(HISA) 등은 우승한 말들의 약물 검사와 베팅 내역, 실제 소유 관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관련 조련사 앙헬 키로스는 부정행위를 부인했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순하다. 오랫동안 부진했던 말들이 한날 갑자기 강한 경기력을 보였고, 누군가는 그 결과를 예상한 듯 미리 거액을 베팅했다는 점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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