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그룹이 30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이마트와 백화점의 계열분리를 공식화했다. 이날 정용진 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의 '남매 회장' 시대가 본격화됐다. 이전부터 계열분리를 위한 물밑작업을 벌여온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남매 독자경영 체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972년생인 정유경 회장이 이날 승진하면서 1970년 이후 출생한 주요 대기업그룹 기업인 중 첫 여성 회장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승진은 정 회장이 지난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이 된 지 9년 만이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딸인 정 회장은 1996년 조선호텔 상무보로 입사한 뒤 호텔과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며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이후 신세계로 자리를 옮겨 2009년 신세계 부사장, 2015년 신세계 총괄사장에 오르며 신세계백화점을 중심으로 패션뷰티(신세계인터내셔날), 면세(신세계면세점), 아웃렛(신세계사이먼) 등의 사업을 이끌어왔다.
신세계그룹은 "올해는 본업 경쟁력 회복을 통한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성공적인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되고 있어 계열분리를 시작하는 데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준 시가총액은 이마트가 1조8036억원으로 신세계(1조4866억원)보다 많지만, 수익성은 백화점 부문이 더 높다. 지난해 연결기준 백화점 부문은 매출 6조3571억원에 영업이익 6398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마트 부문은 매출 29조4722억원에 영업손실 469억원을 냈다.
다만 올해 이마트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계열분리를 시작했다고 신세계는 밝혔다. 올 상반기 기준 이마트 부문의 영업이익은 12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는 전년 대비 519억원 증가한 액수다. 백화점 부문은 올 상반기 매출 3조2091억원, 영업이익 2805억원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고 있다. 현재 이마트는 153여개 점포망을 기반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계열분리 공식화...이명희 총괄회장 지분 정리할 듯
정 회장이 총괄사장에서 부회장직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회장직에 오른 이번 ‘파격승진’은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와 백화점 계열분리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결정이다. 신세계그룹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분리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원활한 계열분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총괄회장은 2011년 이마트와 백화점을 두 개 회사로 분할하며 계열분리의 초석을 다졌다. 이마트는 아들 정용진 회장에게, 백화점 사업은 딸 정유경 회장에게 맡기며 ‘남매 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본격적인 계열분리 준비는 5년 전부터 시작됐다. 이 총괄회장 아래 ㈜신세계와 ㈜이마트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2019년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을 신설했다. 이마트 부문은 이마트, 스타필드, 스타벅스, 편의점과 슈퍼 사업을 맡았고 백화점 부문은 신세계백화점을 중심으로 패션·뷰티, 면세, 아웃렛 사업에 주력했다.
남매의 독자경영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이 총괄회장은 신세계 지분을 조만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총괄회장이 10%씩 가진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아들과 딸에게 증여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이 명예회장은 2020년 남매의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신세계그룹 주식 중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2%를 각각 남매에게 증여한 바 있다. 현재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지분 18.56%,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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