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삼성 반도체人 신조, 싹 바꾼다

이해인 기자 2024. 9. 23. 11: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987년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3라인 기공식에 참석한 고 이병철(맨 오른쪽) 삼성그룹 창업자와 이건희(오른쪽에서 둘째) 선대 회장. /삼성전자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일에 착수하면 물고 늘어져라’ ‘철저하게 습득하고 지시하고 확인하라’ …

삼성전자가 삼성 반도체인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온 이른바 ‘삼성전자 반도체인의 신조’를 개편한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지 50년이 되는 해다.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면서 동시에 앞으로 이어질 새 시대에도 적용할 새로운 정신적 구심점을 정립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이달 초 그간 삼성 반도체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해온 ‘반도체인의 신조’를 개편하기로 하고 직원들로부터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삼성 반도체의 초격차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는 새로운 문구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공지글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삼성 반도체의 구심점이었던 ‘반도체인의 신조’를 앞으로 50년에 맞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시켜야할 때”라고 밝혔다.

◇반도체 신화의 저력, 반도체인의 신조

이번에 새롭게 개편할 ‘반도체인의 신조’는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라’로 시작되는 10가지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큰 목표를 가져라’ ‘일에 착수하면 물고 늘어져라’ ‘지나칠 정도로 정성을 다하라’ ‘이유를 찾기 전에 자신 속의 원인을 찾아라’ ‘겸손하고 친절하게 행동하라’ ‘서적을 읽고 자료를 뒤지고 기록을 남겨라’ ‘무엇이든 숫자로 파악하라’ ‘철저하게 습득하고 지시하고 확인하라’ ‘항상 생각하고 연구해서 신념을 가져라’는 내용이다.

삼성 반도체인의 신조는 1983년 삼성 이병철 창업주가 본격적으로 반도체 사업 진출을 알린 이른바 ‘2·8 도쿄 선언’ 이후 제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결코 성공할 수 없다”, “3년 안에 실패할 것이다” 등 부정적인 예상이 많았지만 이 창업주는 “누가 뭐래도 삼성은 반도체 사업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그해 마이크론의 기술을 이용해 64K D램을 상용화하는 등 ‘반도체 신화’를 써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0가지 신조는 삼성 반도체인에게 어떠한 마인드 셋과 방식으로 일해야하는 지를 명확히 제시해주었다”며 “이는 수많은 도전과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없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삼성 반도체인의 신조는 그간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의 정신적 구심점이 돼 왔다. 권오현 전 회장은 저서 ‘초격차’에서 “나를 포함한 모든 삼성 반도체 임직원은 아침마다 반도체인의 신조 10개 항목을 외치고 일을 시작했다”며 “그중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와 ‘큰 목표를 가져라’는 지금도 내 삶의 신조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고 썼다.

◇40년 만에 다시 소환한 이유

삼성전자가 1983년 제정된 ‘반도체인의 신조’를 재소환한 것을 두고 삼성의 위기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회복 속에서도 메모리 사업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겼고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 /뉴스1

이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정신적 구심점을 마련하는 등 고삐를 잡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5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된 전영현 부문장(부회장)은 삼성 반도체의 초격차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 부회장은 다소 개선된 지난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 발표 직후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며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조직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DS 부문은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근원적 경쟁력 회복 없이 시황에 의존하다 보면 또다시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낸) 작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인의 신조를 다시 소환하며 “반도체 기술과 시장 트렌드가 급변함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지각 변동은 가속화되고 있고 우리도 시대의 변화에 맞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지난 반세기 동안 삼성 반도체의 구심점이 되었던 반도체인의 신조도 앞으로 50년에 맞는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