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간 지구 52바퀴...해사 생도들의 마지막 여정 ‘순항훈련’
[생생 밀리터리] 순항훈련 때에는 군함이 전시관이 되기도...K-방산 홍보대사
지난 9월 해군사관학교 79기 생도와 장병 520여 명의 순항훈련전단이 출항했다.
110일간 미국, 캐나다 등 8개국 10개항을 방문하는 긴 여정이었지만 엊그제 마지막 기항지인 괌을 출항해 오는 23일 경남 진해 군항으로 복귀한다.
순항훈련은 졸업을 앞둔 해사 4학년 생도들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된다. 4년간의 교육을 종합하고, 실무 적응 능력 배양이 목적이다. 해외 순방국에서는 국제적 안목도 키우며 군사외교 사절 역할도 한다.
올해로 71회를 맞은 순항훈련은 1954년 해사 9기생 때부터 시작됐다. 6∙25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전쟁이란 비극을 빼면 한국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나라였을 때다.
당시 생도들을 태운 함정은 1951년 미국에서 들여온 ‘PF(Patrol Frigate)-65 낙동함’이다. 군함을 운용한 지 5년 여 만에 14개국이나 방문한다며 연안을 벗어나 대양으로 나선 걸 보면 ‘투지’가 대단했던 시절이다.
해가 거듭되면서 다양한 기록도 세웠다. 순항훈련은 보통 4개 코스가 해마다 번갈아 실시된다. 그중 가장 긴 여정이 세계일주 코스인데, 1992년 47기생부터 시작됐다. 이후 4년마다 진행되면서 작년까지 총 7회가 시행됐다. 세계일주 순항은 대한민국의 국력이 그만큼 신장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순항훈련의 누적 항해거리는 70년간 210만 km로, 지구 둘레를 52바퀴 항해한 것과 맞먹는다. 최장 훈련일수로는 2019년 6번째로 세계일주를 경험한 74기생이다. 무려 143일로, 항해거리만도 지구 둘레 한 바퀴를 훌쩍 넘는 5만9000여 km에 달한다. 방문국 수로는 최대 16개국이, 정박한 항구 수로는 1995년 50기가 세운 19개항이 최다기록이다.
순항훈련 때에는 군함이 전시관이 되기도 한다. 함정 내 대한민국을 알리는 관광 홍보부스를 마련하고, 정박할 때면 방문객을 위한 홍보하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K-방산’의 붐을 감안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방산홍보전시관을 별도로 마련했다. 국내 방산업체와 장비를 알리는 부스를 설치하고 ‘K-방산’의 홍보대사 역할도 했다.
청해부대 등 대한민국 해군의 작전 무대가 해외로 넓혀지면서 2022년부터는 전문 훈련함인 ‘한산도함’이 참가하고 있다. 작전 함정을 차출해 순항훈련에 투입한다는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잠재울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산도함’은 해군의 훈련을 목적으로 건조됐다. 2020년 취역해 2년 만에 순항훈련 멤버가 됐다. 축구장 1.5배의 크기에, 아파트 13층 높이에 해당하는 대형 함정이다. 200여 명을 수용하는 대형 강의실을 포함해 멀티미디어 강의실만도 3개를 갖추고 있다. 각종 실습실도 구비돼 최고의 교육여건을 제공한다.
순항훈련의 ‘스핀오프’격인 합동순항훈련도 있다. 해사 뿐만 아니라 육사, 공사, 간호사관학교의 2학년 생도들이 함께 참가해 통상 2~3주간 주변국 및 연근해에서 훈련한다. 2018년부터 매년 실시되고 있다. 각 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며 합동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고위 장성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요즘이다. 흔들리지 말라고 주문하는 이들이 오히려 흔들어 대는 세상이다. 오대양을 품은 당찬 기백으로, 오직 조국 바다만을 바라보는 ‘호국간성’이 돼주길 바란다. 그래야 대양해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