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주소도 읽을 줄 모르는 우편배달부가 있다?

권영은 2026. 5. 3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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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수사나 페쉬 글·사라 산체스 그림 '글만 모르는 우편배달부'
'글만 모르는 우편배달부'의 한 장면. 씨드북 제공

떡갈나무 숲의 갈색곰 루카스는 우편배달부다. 매일 아침 일찍 편지가 가득 든 가방을 메고 길을 나선다. 부엉이 아저씨, 멧돼지 가족, 늑대 커플, 땃쥐 아줌마에게 빠짐없이 편지를 배달한다. 작은 흔적도 놓치지 않는 눈, 무슨 냄새든 단번에 알아차리는 코 덕분이다. 사실 루카스는 글을 읽을 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알 수 없는 편지 한 통이 남는다. 루카스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요리조리 편지를 살피던 그는 갓 구운 쿠키 냄새를 맡는다. 마르티나에게서 나던 바로 그 냄새. 확신에 찬 루카스는 마르티나네 우편함에 마지막 편지까지 무사히 배달을 마친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루카스를 기다리고 있던 건 반송된 편지. 루카스는 그토록 좋아하는 배달부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글만 모르는 우편배달부 루카스가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알기 위해 편지 냄새를 맡고 있다. 씨드북 제공

'글만 모르는 우편배달부'는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따뜻한 우화로 풀어낸 그림책이다. 학교에 다니지 못해 글자를 모르는 루카스는 편지봉투 위 알쏭달쏭한 글자들이 품고 있는 비밀을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책은 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부끄럽거나 부족한 것으로 그리지 않는다. 글자를 배워야 한다고 훈계하는 대신 읽기가 한 사람의 세계를 얼마나 넓혀 줄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글만 모르는 우편배달부·수사나 페쉬 글·사라 산체스 그림·김지애 옮김·씨드북 발행·40쪽·1만6,800원

스페인에서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수사나 페쉬가 "단어들이 간직한 비밀을 찾으려고 애쓰면서 무한한 우주의 탐험가가 되어 가는 모든 어린이에게" 바치는 책. 여기에 사라 산체스의 그림이 더해져 가을빛 숲의 온기와 다정한 분위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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