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박병호가 푸른 박병호 집어 삼켰다, 거포 배트 침묵에 삼성 눈물
[스포티비뉴스=광주, 최민우 기자] 삼성 라이온즈 박병호(38)의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정규시즌 때 홈런을 펑펑 때려냈던 박병호의 모습은 포스트시즌에서 찾아볼 수 없다. 박병호의 침묵 속에 삼성은 KIA 타이거즈와 맞붙은 한국시리즈 1,2차전을 모두 내주고 말았다.
삼성은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2차전을 모두 KIA에 졌다. 지난 21일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1차전은 1-5로 패했다. 2차전도 3-8로 무릎을 꿇었다. 삼성은 시리즈 전적 2패로 열세에 놓였다. 10년 만의 정상 도전을 노렸지만, 시리즈를 조기에 마감할 위기에 처했다.
특히 박병호의 부진이 뼈아프다. 박병호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장점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LG 트윈스와 맞붙은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타율 0.231(13타수 3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장타는 단 한 개도 없었다. 모두 단타였다. 박병호의 플레이오프 장타율은 0.231에 불과하다. 그래도 김영웅, 르윈 디아즈, 김헌곤, 강민호 등이 홈런을 펑펑 때려내준 덕에 박병호의 부진이 드러나지 않았다.
삼성은 박병호가 한국시리즈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여전히 박병호의 방망이는 위력적이지 못하다. 특히 1차전 부진은 더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21일 진행됐던 1차전 6회초 삼성은 김헌곤이 상대 선발 제임스 네일에게 홈런을 때려내며 선취점을 올렸고 르윈 디아즈가 볼넷으로 출루해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삼성은 강민호가 바뀐 투수 장현식에게 또 볼넷을 골라 무사 1,2루 찬스를 만들었다.
우천으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돼 23일 다시 1차전이 이어졌다. 6회초 무사 1,2루 상황에서 경기가 재개됐다. 바뀐 건 KIA 투수가 장현식에서 전상현으로 달라진 것뿐이었다. 삼성은 김영웅이 번트를 댔지만, 실패에 그쳐 1사 1,2루가 됐다.
그리고 타석에는 박병호가 들어섰다. 박병호는 정규시즌 때 전상현에게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그래도 박병호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만 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삼진으로 잡혔다. 1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박병호는 전상현의 145km짜리 패스트볼에 배트를 호기롭게 돌렸다. 그러나 배트에 공을 맞히지 못했고, 고개를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후에도 홈런은 물론 안타도 때려내지 못한 박병호.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박병호의 침묵 속에 삼성은 KIA에 1-5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도 “6회초 상황에서 추가점을 내지 못하며 경기가 어렵게 흘러가게 되었다. 한국시리즈라는 큰 경기 원정에서 경기 후반 역전을 당하고 다시 분위기를 가져오기는 쉽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2차전에도 박병호는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5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사실상 승기를 내준 9회초에도 박병호는 배트를 헛돌렸다. 경기 내내 끌려가던 삼성은 3-8로 점수차를 좁혔다. 2사 1,2루 때 박병호가 타석에 섰는데, 2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정해영의 5구째 136km짜리 슬라이더를 공락했으나 삼진을 당했다. 결정적일 때 박병호는 또 침묵했다.
박병호는 포스트시즌 내내 지명타자로만 뛰고 있다. 박진만 감독은 박병호가 타격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1루수는 전적으로 디아즈에게 맡겼다. 하지만 박병호는 공격에서도 이렇다 할 활약을 못하고 있다.
올해 박병호는 정규시즌 때 맹타를 휘둘렀다. kt 위즈에서 주전 경쟁에 밀렸던 박병호는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우타거포가 필요했던 삼성으로 이적했다. 푸른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는 전성기급 기량을 뽐냈다. 더욱이 타자 친화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이점을 십분 활용해 홈런을 펑펑 때려냈다. 박병호는 지난 5월 29일 삼성으로 팀을 옮겼는데, 이후 홈런 20개를 쳤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지만 큰 무대에서 약했던 박병호는 올해도 역시 침묵을 유지 중이다. 올해 플레이오프까지 박병호의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64경기 13홈런 32타점 41득점 타율 0.246 출루율 0.351 장타율 0.445 OPS(출루율+장타율) 0.796이었다. 한국시리즈 성적은 15경기 타율 0.163(55타수 9안타)에 불과하다. 2홈런 5타점 9득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도 가을 박병호가 푸른 박병호를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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