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일본은 각기병(비타민 B1 결핍증)으로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당시 일본 사회에는 백미(흰쌀밥)가 문명화된 식사이자 상류층의 상징처럼 여겨졌고,군대, 학교, 기숙사 등지에서는 흰쌀밥 위주의 식사가 단독으로 제공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었습니다.정제된 백미에는 티아민(비타민 B1)이 거의 남아 있지 않고, 단백질과 채소, 잡곡이 빠진 단조로운 식사는 병을 불러온 것이었습다.결국 일본군과 관료 사회를 중심으로 각기병이 폭발적으로 퍼졌고, 메이지 정부는 한때 이를 "정체불명의 전염병"으로 오인해 대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비슷한 시기 한국 역시 백미를 먹었지만, 각기병은 생각보다 크게 유행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쌀을 먹었는데, 왜 결과가 달랐을까요?그 답은 놀랍게도 ‘마늘’과 ‘전통 반찬’에 숨어 있었습니다.

각기병은 왜 생기는가?
각기병은 비타민 B1(티아민)이 부족할 때 발생합니다.정제된 백미는 표피와 배아가 제거되어 티아민이 거의 남지 않는데,백미만 많이 먹고 반찬이 부족하면 점차 티아민 결핍이 누적되어 신경 손상, 심장 기능 저하, 부종, 피로, 기억력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일본에서는 백미를 고급 식재료로 여기며 반찬 없이 흰쌀밥만 먹는 식습관이 퍼지면서 군대, 교도소, 기숙사 등 집단생활 공간에서 대규모 각기병 유행이 발생했습니다.

한국인은 왜 각기병에 덜 걸렸을까? 이유는 바로 ‘마늘’입니다
한국인도 백미를 먹었지만, 식단 구성이 달랐습니다.한국 식단엔 항상 마늘, 부추, 파 같은 향신채가 함께 사용되었고,이 재료들엔 알리신(allicin)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이 알리신이 티아민과 결합하면 ‘알리티아민’이라는 물질로 바뀌며, 체내 흡수율이 더 높아지고, 비타민 B1처럼 작용합니다.즉, 마늘 반찬이 자연스럽게 티아민을 보완해준 셈이죠.
일본은 마늘 섭취가 거의 없었고, 한국은 반찬이 많고 마늘을 기본 양념처럼 사용했기 때문에 티아민 부족 자체를 막았고, 부족하더라도 흡수율이 높은 형태로 보완됐던 것입니다.

단순히 마늘 때문만은 아닙니다 – 된장, 멸치, 나물의 조화
한국인은 국과 반찬을 함께 먹는 식문화 속에서 멸치, 된장, 콩, 잡곡 등도 꾸준히 섭취해 왔습니다.이 식품들 또한 비타민 B1이 들어 있어 티아민 결핍을 예방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게다가 한 끼 식사에 반찬이 3~4가지 이상 나오는 ‘백반 문화’는 단조로운 식단이 원인인 각기병을 원천적으로 막는 구조였습니다.

한국인이 각기병에 강했던 이유는 체질이 아니라 음식 구성의 다양성과 전통 식습관 덕분입니다.특히 마늘은 단순한 향신료가 아닌, 비타민 작용을 도와주는 기능성 식품이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오늘날에는 각기병이 거의 사라졌지만,이 사례는 왜 균형 잡힌 식단이 중요한지, 전통 식문화가 얼마나 건강을 지켜주는지를 잘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