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2주기… 유통업계, 올해도 ‘조용한 핼러윈’
한정판 상품·식품 찾기 어려워
“11월 연말 쇼핑대목에 만회”
핼러윈데이가 2주일 정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핼러윈 마케팅에 나서지 않고 있다. 2022년 10월 말 벌어졌던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국민적인 추모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들은 올해 핼러윈을 앞두고 관련 마케팅 활동을 밝히지 않았다. 핼러윈은 유령·괴물 분장을 하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탕과 초콜릿을 얻는 영·미권 어린이 축제다. 매년 10월 31일 밤 열린다.
전통적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축제였던 핼러윈에는 2020년대 들어 젊은 성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핼로윈데이가 국내에서 큰 행사로 자리 잡으면서 유통업계가 벌이는 마케팅 규모도 커졌다.
2022년 이태원 참사 이전 매년 10월 중순 무렵이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유통기업들은 핼러윈 대목을 잡기 위한 공세를 벌였다. 백화점 업계와 호텔가에서는 핼러윈 이벤트를 진행했다. 복합 쇼핑몰과 아울렛 매장은 광장에 대형 구조물을 설치하고 축제를 진행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거지 인근 대형마트들은 핼러윈 특수로 10월 중순부터 월말까지 매출이 30% 정도 늘었다”며 “이전에 10월은 추석 마치고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까지 쉬어가는 달이었는데, 핼러윈이 10월 매출에 기여를 상당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22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면서 핼러윈 이벤트는 일제히 사라졌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은 지난해 핼러윈 관련 이벤트와 행사를 일체 열지 않았다. 대형마트 역시 이전처럼 큰 행사 매대를 준비하거나, 기획전 광고를 싣지 않았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GS25는 핼러윈을 ‘MZ의 명절’이라며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못지않은 행사로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조용히 넘어갔다.
올해도 유통업계는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사고에 대한 애도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 지역 상인들과 올해 핼러윈 기간 음악을 끄고 입간판도 세우지 않기로 했다.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핼러윈 축제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고려해 별도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는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 역시 핼러윈을 겨냥한 한정판 같은 관련 상품을 내놓지 않았다. 커피 프랜차이즈는 그동안 핼로윈 때마다 전용 음료나 디저트 등을 출시했지만, 올해는 관련 메뉴를 출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매년 핼러윈이면 맞춤 퍼레이드를 준비했던 테마파크도 올해 핼러윈 대신 다른 주제를 준비했다.
에버랜드는 2017년 이후 매년 핼러윈 관련 콘텐츠를 선보이다, 올해 넷플릭스와 손잡고 공포 시리즈물 ‘지금 우리 학교는’과 ‘기묘한 이야기’를 활용해 가을 공포 축제를 꾸몄다. 롯데월드도 2008년부터 이어졌던 핼러윈 파티 대신 아이돌 그룹 엔하이픈이 등장하는 새 이야기를 마련했다.
대신 유통업계는 다가오는 11월 빼빼로데이와 연중 최대 쇼핑 성수기에 해당하는 11월 말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제 11월이 추석 연휴와 연말 시즌 사이 비수기가 아니게 된 셈이다.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와 대표적인 제과업계 행사 빼빼로 데이가 11월 11일에 열린다. 이어 11월 넷째 주에는 전 세계 최고 쇼핑 축제 블랙프라이데이가 이어진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1월에 맞춰 롯데는 유통계열사 통합 할인 행사를, 신세계는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쇼핑 이벤트 ‘쓱데이’를 열었다.
브랜드 포지셔닝 전문가 김소형 데이비스앤컴퍼니 컨설턴트는 “유통기업들이 소비자 심리를 파악한 결과, 아직 관련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진행하기에 적절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이태원을 포함해 홍대, 성수처럼 젊은 인구가 몰리는 공간에 인파로 인한 두려움이 여전히 남아있어 상업적인 핼러윈 이벤트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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