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아재車, 가족이 더 원하는 아빠車 되더니…정의선도 머스크도 ‘픽미업’ [세상만車]
머스크·정의선의 야심작으로 거듭나
타스만과 O100 “픽미 픽미 픽미업”
예전에는 도시보다 시골에서 짐도 나르고 사람도 나르는 ‘네바퀴 경운기’로 사용됐지만 요즘은 ‘다재다능한 아빠차’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픽업’이라 부르는 픽업트럭(Pick-up truck)입니다. 캠핑이나 차박(차+숙박)에 이만한 차 찾기 쉽지 않습니다.
이제는 짐을 싣는 대신 사람을 주로 싣고 다닙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버금가는 승차감과 편의성을 갖춰 가족 나들이용이나 출퇴근용이나 가족 나들이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슈퍼카가 아니라 가족 모두를 위한 ‘패밀리 슈퍼카’죠. 덩달아 운전자인 아빠를 가족을 위해 못하는 게 없는 ‘슈퍼맨’으로 만들어줍니다.
세금은 용달차 수준입니다. 국내에서는 화물차로 분류돼 세제혜택을 받습니다. 연간 자동차세는 2만8500원에 불과합니다. 같은 배기량의 승용차를 구입할 때보다 연간 70만원까지 아낄 수 있죠.
머스크는 사이버트럭으로 픽업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정의선 회장도 미국차와 일본차가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픽업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현대차 싼타크루즈에 이어 내년에는 기아 타스만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50년 전 국산 픽업시장을 개척했던 기아 브리사 픽업과 현대차 포니 픽업의 화려한 환생이라고 봐도 됩니다.
국산 픽업 강자인 KG모빌리티(구 쌍용차)도 토레스를 기반으로 만든 전기 픽업 ‘O100’(프로젝트명)으로 방어에 나설 태세입니다.
2020년 3만8929대, 2021년 3만902대, 2022년 2만9685대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1만8199대로 전년보다 38.7% 감소했습니다. 올해 1~8월에는 9797대에 그쳤습니다.
픽업 판매가 줄고 있는 이유는 새로운 모델 투입이 더딘 데 있습니다. 국산차와 수입차 가격 차이가 커 선택폭이 좁은 것도 영향을 주고 있죠.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국산 픽업인 KG모빌리티 렉스턴 스포츠(칸 포함)는 2911만~4078만원에 판매됩니다. 수입 픽업은 대부분 7000만원 이상입니다.
패밀리카 구입예산으로 많이 책정하는 4000만~5000만원대에 살 만한 차가 사실상 없습니다.
업계는 4000만~5000만원대 신차,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또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높은 신차 등이 나오면 시장 규모가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시장 규모를 키울 대표 모델은 기아 타스만, KG모빌리티 O100입니다. 지난달 킨텍스(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2024 오토살롱위크에서 국내 최초로 전시된 테슬라 사이버트럭도 분위기를 띄워줄 신차로 관심받고 있지만 언제 출시될지는 모릅니다.
타스만은 다음달 29일부터 11월2일까지 사우디에서 열리는 ‘제다 국제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됩니다.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이어 호주,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도 판매될 예정이죠.
타스만은 기아를 넘어 현대차그룹의 기대주입니다.
현대차는 준중형 SUV인 투싼을 기반으로 만든 싼타크루즈를 북미시장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국내 출시 픽업트럭은 없습니다.
해외에서는 싼타크루즈와 힘을 합쳐 미국·일본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는 픽업 시장을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만드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현대차그룹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차종인 만큼 정의선 회장도 출시 준비 과정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험 종류는 ▲록(Rock)·샌드(Sand) 모드 등 오프로드 특화 성능시험 ▲내구성 시험 ▲R&H(Ride & Handling) 시험 ▲트레일링 안정성 시험 ▲도하 시험 등 1777종이나 되죠. 지난 5월 기준으로 누적 시험 횟수는 총 1만8000회에 달합니다.
타스만은 중형 픽업으로 전장은 5m가 넘습니다. 경쟁차종들의 전장x전폭x전고는 렉스턴 스포츠가 5095x1950x1840mm, 렉스턴 스포츠 칸이 5405x1950x1855mm, 쉐보레 콜로라도가 5410x1905x1810mm입니다.
가격은 국산 픽업 1위인 렉스턴 스포츠와 수입 픽업 1위인 쉐보레 콜로라도 중간 정도에 나올 것으로 업계는 예상합니다.
패밀리 SUV 구매자들은 4000만~5000만원대 차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타스만은 5000만원대에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타스만과 O100, 새로운 수입 픽업의 등장은 소비자에게도 좋은 소식입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너도나도 소비자들을 향해 ‘픽미, 픽미, 픽미업’(pick me, pick me, pick me up)을 외치며 상품·서비스 경쟁에 나설 테니까요.
픽업은 미국에서 사랑받을 운명을 지녔습니다. 이왕이면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인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만큼 미국인들은 강하고 큰 마초 성향의 차를 ‘드림카’로 여깁니다.
미국 마초 문화의 뿌리는 19세기 금을 찾아 광활한 서부를 개척했던 미국인들의 프런티어 정신, 그리고 카우보이 문화에서 유래했습니다.
거친 황무지에서 생존하기 위해 요구됐던 강한 남성상과 큰 덩치를 숭상하는 분위기, 청교도가 가져온 가족 중심 문화, 넓은 땅과 싼 기름 값, 안전을 위한 욕구 등이 맞물린 결과죠.
짐칸 덮개가 없는 트럭인 픽업은 미국 환경과 미국인의 생활에도 최적화됐습니다. 현재도 차고를 갖춘 교외 주택이나 시골에 사는 미국인들 생활방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다목적 차로 여깁니다.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배달 문화가 발전하지 않은 교외나 시골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에게 픽업은 화물용은 물론 출퇴근용이나 가족 나들이용으로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미국에서 픽업은 용도에 따라 구매자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레저용으로는 미드 사이즈, 개인 사업용이나 여행용으로는 풀 사이즈가 선호된다고 하네요.
풀 사이즈 픽업트럭이 도로에서 많이 보이면 경기가 활성화됐다는 뜻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일거리가 늘어났고, 놀러가는 사람도 많아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픽업은 자동차 브랜드의 효자 상품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승용차 한 대당 자동차회사가 가져가는 수익은 3000달러(400만원) 수준이지만 픽업트럭은 8000달러(1064만원) 이상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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