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탈탈 털어냈더니…“중국에서 ‘만리장성 메달’ 줬어요”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3. 1. 2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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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 광주청 자치경찰부장
3년간 주중 경찰협력관 근무
칭다오·지린성 일대 피싱조직
중국 공안과 힘 합쳐 소탕
국내에서 수천억원대의 사기를 저지르고 해외로 달아난 인터폴 적색수배자가 2020년 중국 심양에서 검거됐다. 한국 영사와 협력관들이 중국 공안 측에 끈질기게 협력을 요청한 결과였다. 범죄자는 자신이 한국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한국행을 거부했지만 이듬해 도피 20여년 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박경수 광주경찰청 자치경찰부장(경무관·사진)은 2018년 8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주중한국대사관 경찰협력관으로 근무하며 중국 공안과 국제 도피사범 송환, 전화 금융 사기(보이스피싱) 사건 등에서 협력했다. 해당 공로로 박 경무관은 지난해 11월 30일 중국 공안부로부터 ‘만리장성 메달’을 받았다. 만리장성 메달은 공안부가 국제법 집행과 세계 평화·안정에 공헌한 외국인에게 수여하는 최고 영예의 메달이다.

박 경무관은 특히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 공조에 힘을 기울였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들이 주로 칭다오, 지린성 등 중국을 거점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이들 조직들은 한국인과 이들이 고용한 중국 동포(조선족)들로 구성된다. 한국어에 능통한 사람이 많으면서도 한국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수사 공조는 한국 측이 국내에서 발생한 범죄 피해를 알리며 협조 요청을 하면 중국 공안이 이에 응해 협력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범죄자가 한국인일 경우 한국 송환을 요청할 수 있고 조선족일 경우 중국 사법기관의 조사와 처벌이 이뤄진다. 박 경무관은 “협력 요청을 하면 중국도 잘 들어주는 편”이라며 “중국 측에서 비슷한 요청을 했을 때 적극 협조하는 등 실무자 간에 평소 신뢰를 쌓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경무관은 2019년 이 같은 방식으로 칭다오에 있던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 7명을 한꺼번에 한국에 송환했다.

박 경무관은 보이스피싱 범죄 소탕을 위해서는 상호주의 원칙 아래 중국 공안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처럼 국경을 넘나들며 자행되는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서는 관할권을 가진 해외 기관과의 공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박 경무관은 “국내 수사만으로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서로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영역에서는 최대한 도움을 주고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역시 자국민의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 역시 한국처럼 전자결제 시스템이 보편화돼 있어서다. 중국인 대상 보이스피싱 범죄는 동남아시아, 유럽 등에서 중국어를 하는 화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박 경무관은 한·중 공안기관 간 교류 강화에도 힘을 기울였다. 한국의 경찰대학과 중국인민공안대학 간 교환교수, 교환학생 교류를 확대했고, 중국 공안을 대상으로 하는 경찰대학 초청 연수 과정을 만들었다. 왕샤오훙 공안부장이 2019년 공안부 상부부부장으로 방한했을 때는 숙소, 식사, 경호를 꼼꼼히 챙겨 경찰청과 공안부의 유대를 강화했다. 박 경무관은 “외교는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고 상호 간 신뢰하는 관계가 전제될 때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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