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무식자를 덕후로 만드는 놀라운 문명 탐사 여행![2025 이집트 답사기]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과 함께 하는 ‘2025 이집트 문명탐사’ 참가자들의 답사기를 싣습니다. 지난 1월 이티원 주최,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 후원으로 진행된 답사에서, 참가기를 제출한 신청자들의 작품 중 4편을 추렸습니다. 후마니타스연구소.
피라미드, 스핑크스, 미라, 상형문자, 투탕카멘, 람세스, 클레오파트라. 여행 전 이집트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이 정도 수준이었다. 대학에서 사학을 복수 전공했지만, 이집트 역사를 공부한 적은 없다. 관련 수업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 파리, 뉴욕의 세계적인 박물관 시작점에 늘 이집트관이 있는 걸 보면서, 이집트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을 품어 왔다. ‘왜 여기 이집트가 있는 거지?’ 유튜브 알고리즘이 소개한 애굽민수 곽민수 소장님의 이집트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척 흥미를 느꼈고, 기왕이면 내 첫 이집트 여행을 곽민수 팀으로 다녀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기대는 기쁨으로 돌아왔다.
누구나 동의할 만한 이집트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기자의 피라미드군, 룩소르의 왕가의 계곡, 아부심벨의 대신전일 것이다. 나 역시 주위 사람들에게 이집트 여행 자랑을 할 때, 저 세 곳 사진을 보여준다. ‘우와!’하고 반응도 즉각 온다. 하지만 내 기억에 남는 세 곳은 다슈르의 굴절 피라미드, 아비도스의 람세스 2세 신전, 기자의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이다. 특히 앞의 두 곳은 아마도 이번 여행이 아니었다면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굴절 피라미드는 하단부 54도, 상단부 43도로 경사각이 굴절되는데, 이를 피라미드 건축 시행착오 과정으로, 믿음 체계의 변화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피라미드 이야기를 꺼내면 많은 경우에 멋쩍게 웃으며 그거 외계인이 만든 거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 아니다. 계단식으로 만들어보고, 경사각도 굴절시켜보면서 완성도를 높여나간 것이다. 굴절 피라미드를 통해서 외계인이 아니라, 고대 이집트 인들과 만날 수 있다. 이집트 도착 이틀 차에 굴절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는데, 비좁은 땅굴 갱도에 진입하는 것처럼 상당한 체력과 담력을 요구한다. 낑낑거리면서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오리걸음을 걸으며 땀을 흘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피라미드와 가까워진다. 이 고생을 하면서도 피라미드를 만들었던 고대 이집트 인들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굴절 피라미드에 들어갔다 나오면 허벅지에는 근육통이 생기지만, 가슴 속에는 이집트에 대한 애정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피라미드 보고 왔다고요? 대피라미드가 힘들었다고요? 허허허, 굴절 피라미드부터 경험해 보시고 말씀하세요!
아비도스의 람세스 2세 신전. 아부심벨의 대신전이나 룩소르의 카르나크 신전 등에 비하면 폐허에 가까우며, 방문 당시에도 복원 작업이 한참 진행 중이었다. 바로 옆 세티 1세 신전의 화려함에 감탄한 후 옆으로 이동해서 만난 이 소박한 람세스 2세 신전에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지난 며칠간 여러 신전을 다니며 곽 소장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보았던 신전의 탑문, 안마당, 열주실, 지성소가 마치 증강 현실처럼 눈 앞에 펼쳐지는 느낌을 받았다. 혼자 자유여행을 했다면, 결코 느껴보지 못할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아마 아비도스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은 현대 이집트에 대한 편견을 깨준 곳이다. 처음 카이로에 도착하여 거리를 보면, 신호등도 차선도 없이, 심지어 횡단보도도 없이 자동차와 마차, 사람이 마구 뒤엉킨 거리를 보면서 놀라게 된다. 고대 이집트 유적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초라한 현대 이집트의 거리를 보면서‘왜 이렇게 하지’라는 생각이 안 들 수 없었다. 하지만 여행 막바지에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먼저, 박물관의 규모와 시설에 놀랐고, 전시 구성에 감탄했다. 가장 먼저 오벨리스크를 보고, 카르투쉬가 새겨진 입구를 지나 람세스 2세의 거대 석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실로 진입하는 계단부터 석상과 구조물이 쭉 늘어서 있고, 그 끝 통창 너머로 기자 피라미드군이 눈 앞에 펼쳐진다. 12곳으로 구획된 전시실은 종횡으로 시대별,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어 체계적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전시 구성면에서 지금까지 경험해 본 박물관 가운데 단연 최고 수준이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게 이집트 약탈 문화재를 안심하고(?) 반환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적어도 이집트 유물에 관해서는 루브르를 능가하는 박물관이 이미 완성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번 여행의 주인공은 고대 이집트이면서 또한 곽민수 소장이다. 돌이켜 생각하니, 첫날 사카라의 계단식 피라미드에서부터 마지막 날 카이로의 이집트 박물관에 이르기까지 여행 일정 모든 것에 전부 의도가 담겨 있었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설계된 작품이었다. 자연스럽게 이집트에 스며들다가, 한껏 보고 들은 것을 떠올리며 박물관에서 총복습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제대로 된 문명 답사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곽 소장님과 한 팀이 되어, 친절하고 섬세하게 이집트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이티원 유 과장님, 이십 대부터 칠십 대까지 다양한 삶의 배경을 가졌지만, 이집트에 대한 호기심 하나로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여행을 함께 했던 팀원들까지! 더할 나위 없는 여행이었다.
여행에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꽤 많은 변화가 생겼다. 출근하는 차 안이나, 혼자 밥을 먹을 때 곽 소장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듣는다. 이집트에 관한 책을 찾아 읽으며 공부도 한다. 만나는 이들에게 이집트 썰을 풀면서 우쭐하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여행을 갔었구나 하는 생각에 이제 와서 살짝 부끄럽기도 하고, 웃음도 나지만, 함께 여행을 갔다 왔기에 몇천 년 전 고대 이집트에 관한 정보가 친숙하게 눈과 귀로 들어오고,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여행 전에는 아무것도 몰랐던 나조차도 여행을 통해 이집트 덕질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언젠가 다시 한번 곽민수 팀으로 이집트에 가고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를 실감하면서, 곽 소장님이 낸 퀴즈를 여유 있게 맞히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
제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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