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KTX 논란에 다시 소환된 '오송 드리프트'
"정치 논리에 직선성 훼손" 비판…20년째 이어진 후폭풍

한반도 KTX 청주 경유론이 불거지면서 20여 년 전 '오송역 논란'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당시 호남고속철 분기역이 오송으로 결정되자 "정치가 고속철 노선을 휘게 했다"는 비판이 폭발했다.
오송역 논란은 경부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선정 과정에서 비롯됐다. 1990년대 후반 정부가 호남고속철 건설을 추진하면서 경부축에서 호남선으로 갈라지는 분기 지점을 어디로 할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후보지로는 천안·아산권과 대전권, 충북 오송 등이 거론됐다.
철도업계에선 경부고속철 본선과 가까운 천안·아산권이나 기존 철도망과 연계가 가능한 대전권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서울-호남권 이동거리를 최소화하고 고속철의 핵심 경쟁력인 직선 선형을 유지하기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대전 경유안은 기존 철도 인프라 활용 측면에서, 천안·아산안은 최단거리 확보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충북은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유일한 고속철 소외 지역"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했다. 충북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오송 분기역 유치 운동에 총력을 기울였고, 대규모 서명운동과 집회까지 이어졌다. 결국 정부는 2003년 오송을 호남고속철 분기역으로 확정했다.

이후 경부고속철과 호남고속철이 만나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2010년 오송역이 개통됐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 안팎에선 고속철 노선이 오송 방향으로 휘었다는 의미의 '오송 드리프트'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철도업계와 지역사회에선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정치형 우회 노선' 사례로 회자된다.
문제는 이후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오송 분기 구조로 인해 호남고속철 선형이 우회 형태로 바뀌면서다. 업계에선 오송 경유로 호남고속선이 약 20㎞가량 돌아가게 되면서 열차 운행시간도 약 6분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무엇보다 부담은 호남권 이용객들에게 집중됐다. 서울-광주·목포 등 호남권 승객들이 오송 경유 구조로 인해 더 긴 이동시간과 높은 운임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2019년 국정감사에선 2011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호남·전라선 이용객 1억56만명이 추가 운임 6235억원을 부담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충청권 내부 갈등도 이어졌다. 세종시 출범 이후 KTX 세종역 신설 요구가 나오자 충북은 오송역 기능 약화와 중복 투자 문제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교통 수요를 고려하면 별도 고속철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갈등이 격화됐다. 이 과정에서 오송역은 단순한 철도역을 넘어 지역 정치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징적 사례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선 이번 한반도 KTX 논란 역시 오송역 사례와 닮아 있다고 보고 있다. 고속철 본연의 기능인 '최단·최고속 간선망'보다 지역 안배와 정치 논리가 다시 우선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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