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남성 3대 소울푸드 돈까스, 국밥, 제육볶음. 어떤게 내 마음속 1등인지 순위를 매기기 어려울 정도인데 이런 사진 보면 당당하게 자리잡은 돈까스에 비해 뭔가 어색하게 귀퉁이에 놓여있는 밥 한숟갈.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쓰는 스쿱으로 뜬 거 같은 이 밥 한숟갈. 햇반 1개의 3분의 1이나 4분의 1쯤 될거 같다. 유튜브 댓글로 “왜 한국 돈까스 음식점에서는 밥을 조금만 주는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전국의 돈까스집을 찾아다니며 ‘돈까스 대돈여지도’를 쓴 돈까스 인플루언서 돈방구님에게 물어봤는데 밥의 양은 부족한 거 같다는 의견.

돈까스를 하루에 한 번이라도 먹지 않으면 ‘돈단 현상’이 온다는 돈방구님은 자신이 아는 미식가 열 명 정도에게 물어봤더니 밥 양이 적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해왔다.

돈까스에 밥을 요 정도만 주는 건 왜 생겨났을까. 우선 빵이 밥으로 바뀌면서 나타난 흔적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한국의 돈까스는 서양에서 유래해 일본을 거쳐 들어온 커틀릿에 기원이 있는데 작고 귀여운 둥근 모닝빵이 밥으로 바뀐 거라는 설.

그러니까 이런 관점에서는 돈까스가 메인 음식이고 빵이나 밥은 사이드 정도 역할인데 한국인 식성으로는 밥이 사이드가 될 수 없다.

[심훈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 작가]
제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만 해도 경양식 돈까스를 파는 곳은 나름 격식 있는 곳이었습니다. 주로 데이트 목적으로 많이 갔는데, 여성들은 돈까스만 먹어도 그 양이 상당히 많았을 거고. 밥을 남기기도 했을 겁니다.

1980년대 한국식 돈까스를 대중화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기사식당에서는 얇게 편 돈까스에 공깃밥 한 그릇과 김치, 풋고추와 쌈장, 국까지 한상차림이 나왔는데 이렇게보면 돈까스 자체로 메인이 아니라 밥과 함께 먹는 반찬으로서의 의미가 강하다.

기사식당으로 시작해 38년째 운영 중인 유명돈까스 집을 가봤는데 여기 밥의 양은 역시 스쿱으로 뜬 것보단 많았는데 햇반 하나보다는 적은 편이었다. 공깃밥 추가는 1000원이어서 시켜봤더니 취재중인 걸 눈치채셨는지? 한 공기 그대로 서비스로 주셨다.

밥 양이 줄어든 것은 통상적으로 밥을 많이 남기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돈까스집을 하는 사장님께 물어봤는데 사장님은 밥을 많이 줬다가 남기는 사람은 많은데 밥을 추가로 더 달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대학로 근처에서 20년째 돈까스 장사를 하는 사장님은 기본적으로 샐러드와 국이 함께 제공되니까 1인 섭취량이 충분하고 크게 모자라다고 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밥이 모자라다고 하면 더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긴 요즘엔 우동이며 소바며 곁들어 나오는 음식들이 많다 보니까 여기서 밥을 더 주면 오히려 그게 영양 균형 파괴가 될 수도 있는데, 실제로 옛날 보다는 고기 조리 기술과 품질이 발전해서인지, 도리어 밥에 손이 잘 가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돈까스가 메인 요리냐 밥 반찬이냐는 건 역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을 거 같은데 정작 중요한 것은 돈까스 가격과 그 가격 대비 배불리 먹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인것 같다.

돈까스 역시 물가폭탄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데 단적인 예로 최근 5년 새 고속도로 휴게소 돈까스 값이 8916원에서 1만 1218원으로 25.1% 인상됐다. ‘밥 추가’ 요금이 자연스럽게 붙은 것도 낯설다.

김밥 한 줄 6000원 하는 시대에 이제는 만원짜리 한 장으로 국밥 한그릇 간신히 먹을랑말랑 든든하게 배 채우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돈까스에 밥까지 먹어두면 그 어떤 음식보다 든든한데 앞으로도 오래오래 소울푸드로 남아주길. 그런 의미에서 저녁엔 돈까스에 밥까지 푸짐하게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