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승진인사가 예년보다 축소된 가운데 삼성 금융계열사들에서는 확대돼 대조를 이룬다. 삼성생명·화재·증권·카드·자산운용 등 5곳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순이익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라는 삼성문화가 2025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금융계열사에 적용된 모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 금융계열사는 총 32명의 승진인사가 포함된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부사장 승진자는 9명, 상무 승진자는 23명으로 전년 대비 10% 늘어났다.
앞서 삼성전자가 지난달 29일 실적부진과 반도체위기론에 따라 임원 승진 규모를 4% 축소하면서 금융계열사들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여부가 관심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214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시행한 후 2022년 198명, 2023년 187명, 2024년 143명, 2025년 137명 등 5년 연속 규모를 줄여왔다. 특히 이번 임원인사 규모는 2017년 이후 최소다.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기 등 삼성그룹 제조업 계열사들도 예년보다 임원 승진 규모를 줄이면서 임원 감축 분위기가 이어졌다.
반면 금융계열사들은 분위기가 다르다. 회사별로 보면 보험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서 부사장 승진자가 많았다. 별도기준으로 삼성생명보다 순이익을 더 많이 낸 삼성화재는 부사장 4명을 포함해 총 11명 등 5곳 중 가장 많은 임원 승진자를 배출했다. 3분기 누적기준으로는 삼성생명이 전년 대비 38% 증가한 1조5508억원, 삼성화재는 16% 늘어난 1조834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삼성생명은 박해관·이종훈 부사장 등 2명과 김원·송준규·양경용·원창희·유승협·장정수 상무 등 총 8명에 대해 승진 발령을 냈다. 지난해보다 부사장이 1명 늘었지만 상무는 2명 감소하면서 총 승진인원은 1명 줄었다. 박 신임 부사장은 삼성생명에 입사해 전략1지원팀장, FC지원팀장, GA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 신임 부사장은 삼성화재에서 일반보험지원팀장, 경영지원팀장을 맡은 뒤 지난해 삼성생명의 금융경쟁력제고 태스크포스(TF) 담당 임원을 지냈다.
삼성화재는 고기호·박민재·방대원·이상동 부사장 등 4명과 김도형·김수연·김철진·이범열·이해성·조진만·최성진 상무 등 7명을 포함해 총 11명을 승진시켰다. 지난해보다 부사장급이 3명 늘었다. 고 신임 부사장은 디지털추진팀장(상무)과 디지털본부장을 지내며 디지털 경험을 쌓았다. 박민재 신임 부사장은 삼성자산운용 경영지원실장으로 일한 뒤 올해 삼성생명으로 이동해 전략투자사업부장을 맡았다. 방대원 신임 부사장은 인사팀 임원이었다. 이상동 신임 부사장은 지방보상1팀장과 자동차보상기획팀장 등을 역임했다. 김수연 신임 상무는 이번 인사에서 유일한 고졸 여성 임원으로 직전까지 호남 GA영업추진파트장을 맡았다.
삼성증권은 고영동 부사장과 김영수·박성호·이기덕·이병훈·이성주 상무 등 총 6명의 승진 인사를 냈다. 지난해보다 상무가 2명 늘었다. 고영동 신임 부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삼성생명에서 금융경쟁력제고TF 담당 상무를 맡았다.
삼성카드에서는 김대순 부사장과 김도헌·유상일·한상민 상무 등 총 4명의 승진자가 나왔다. 김대순 신임 부사장은 1995년 삼성카드에 입사해 인사팀장 수석, 인사담당 상무, 리스크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삼성자산운용은 김용민 부사장과 박지호·유진환 상무 등 3명을 임원으로 승진시켜 지난해보다 상무 1명을 늘렸다.
삼성생명·화재·증권·카드·자산운용 등 5곳은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 이어 조만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도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 금융계열사 중 한 곳은 "이번 임원인사에서는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경영성과 창출에 기여한 우수 인력을 승진자로 선정했다"며 "예년보다 승진 규모를 확대하며 시장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한편 별도기준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38%, 16% 증가한 가운데 삼성증권(6912억원), 삼성카드(5291억원), 삼성자산운용(887억원) 등은 34%, 24%, 13%씩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초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