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개봉하여 대한민국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차태현과 전지현의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앞세워 한국 로맨틱 코미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작품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무려 15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러 등장한 공식 후속편은 전작의 명성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참담한 흥행 결과와 냉혹한 평가를 받아들여야 했다.

2016년 개봉한 <엽기적인 그녀 2>는 전작의 주인공 견우(차태현 분)가 성인이 된 이후의 삶을 다룬 정통 속편이었다.
전작의 아이콘이었던 전지현이 탈퇴하고 새로운 여주인공으로 걸그룹 f(x) 출신 빅토리아가 대륙의 첫사랑 역으로 합류했다.
취업난과 실연에 시달리던 견우 앞에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던 그녀가 나타나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한중 합작 프로젝트로 기획되어 제작 단계부터 큰 관심이 쏠렸다.

기대 속에 베일을 벗은 속편은 개봉 직후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혹평을 면치 못했다.
전작이 선사했던 특유의 풋풋함과 깊은 멜로 감성, 개성 넘치는 캐릭터 간의 케미스트리가 사라지고 억지스러운 코미디와 과장된 상황극만 늘어났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전작의 정체성 그 자체였던 전지현의 캐릭터를 다소 무리하게 퇴장시키고 서사를 진행시킨 설정 역시 팬들에게 큰 거부감을 안겼다.

두 작품의 흥행 성적은 한국 영화사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2001년 원작 <엽기적인 그녀>는 전국 약 48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당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신기록을 작성했다.
반면 2016년 <엽기적인 그녀 2>의 최종 누적 관객 수는 약 7만 7천 명 수준에 그치며 개봉 일주일 만에 안방극장(VOD)으로 직행하는 아쉬운 성적표를 남겼다.

주연을 맡아 견우로 복귀했던 배우 차태현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전작에 대한 부담감과 전지현이 빠진 상황에서 속편을 제작하는 것에 대해 오랜 고민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영화 완성 후 스스로의 연기와 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표함은 물론, 전작의 가치를 함께 만든 전지현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현실적인 한계를 동시에 언급하기도 했다.

<엽기적인 그녀 2>의 실패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전작의 후광과 유명 지식재산권만으로는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는 대표적인 교훈으로 회자된다.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화한 관객의 눈높이와 대중의 취향을 읽지 못하고, 핵심 요소가 빠진 상태에서 상업적 기획에만 의존한 후속편이 어떤 결과를 맞이하는지 명확히 보여준 사례다.
역설적으로 속편의 부진은 2001년작 <엽기적인 그녀>가 지닌 참신함과 완성도를 다시금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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