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비 좋은 차를 찾고 있다면, 아마 이런 고민을 한 번쯤 해봤을 듯하다. ‘하이브리드 vs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실제 나의 주행 환경에서 더 적합한 방식은 무엇일까? 그래서 준비했다.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와 RAV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두 대를 가져와 주행 상황별 실제 연비를 다양하게 측정해 비교했다.
글 강준기 기자( joonkik89@gmail.com)
사진 서동현 기자( dhseo1208@gmail.com)
①실내외 디자인 비교

<표. 차체 크기 비교>












오늘 비교시승의 핵심은 연비 대결이지만, 실내외 디자인도 비교해볼 만하다. HEV 버전이 차분한 인상을 앞세운다면, PHEV 모델은 고성능 분위기가 물씬하다. 그릴과 범퍼, 사이드 스커트, 펜더 몰딩 등 곳곳을 고광택 블랙 컬러로 마감한 결과다. 공격적인 그릴 속 패턴과 그릴 가장자리를 둘러싼 크롬 라인, 투톤 컬러의 19인치 알로이 휠도 한 몫 톡톡히 보탠다.


실용성은 HEV 버전이 조금 더 앞선다. 제조사가 밝힌 트렁크 기본 용량은 VDA 기준 HEV가 580L, PHEV가 520L로 60L의 차이가 있다. 레이저 측정 장비로도 적재 공간을 실측해봤다. 가로‧세로 길이는 두 차가 같지만, 트렁크 바닥에서 천장까지 높이 차이가 제법 있었다. HEV는 808㎜, PHEV는 766㎜로 배터리 용량 차이로 인한 결과가 명백하다(HEV : 1.6㎾h, PHEV : 18.1㎾h).











실내 분위기도 제법 다르다. ‘신상’ PHEV의 상품성이 더 돋보인다. 가령, 계기판엔 12.3인치 고화질 모니터를 심었다. LG유플러스와 공동 개발한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눈에 띈다. 내비게이션 맵 데이터 무선 업데이트를 지원하고, 네이버 클로바 음성인식 AI도 갖췄다. 라디오나 목적지 입력 등의 기능조작은 음성 명령으로 할 수 있다. 모니터 크기는 8인치로 경쟁 모델과 비교해 여전히 작은 편이지만, 이러한 한국형 인포테인먼트를 통해 기존의 단점을 보완했다. 또한,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유선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RAV4는 기본에 충실한 SUV다. 두 차 모두 운전석과 동반석에 3단계 열선 및 통풍 시트를 갖췄다. 오토홀드를 포함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와 스마트폰 무선 충전패드 등 필요한 기능을 알차게 담았다. 특히 PHEV 모델은 가죽의 이음새를 빨간 실로 메우고, 시트에 레드 포인트를 더해 고성능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2열 공간 또한 넉넉해, 부부와 자녀 2명으로 구성된 4인 가족의 패밀리카로 충분하다.
②주행성능 비교

<표. 파워트레인 비교>



RAV4 하이브리드는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2개의 전기 모터(각각 MG1, MG2)를 사용하는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쓴다. ‘동력분할기구’가 핵심으로, 유성기어를 통해 2개의 전기 모터를 제어한다. 주행 중 구동과 충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AWD(E-Four) 모델은 뒤 차축에 전기 모터가 하나 더 있다(MGR). 일반적인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과 달리, 엔진의 힘을 뒷바퀴로 나누는 프로펠러 샤프트와 트랜스퍼 케이스가 없다. 대신 뒤 차축의 세 번째 전기 모터가 주행 상황에 따라 뒷바퀴를 굴린다. 그래서 여느 AWD보다 무게가 가볍고 연비 하락이 크지 않다. 뒷좌석 바닥 공간도 평평하다. PHEV 버전은 E-Four 단일 모델로 나온다.


두 모델의 엔진 출력은 178마력으로 같다. 그런데 전기 모터의 ‘힘’ 차이가 제법 있다. 가령, HEV 모델의 전기 모터 최고출력은 120마력(전륜), PHEV는 모터 출력만 182마력에 달한다. 즉, PHEV 버전에서 전기 모터는 ‘보조’ 개념이라기보다, 오히려 엔진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주 동력원’이라고 할 수 있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HEV가 222마력, PHEV가 306마력으로 84마력의 차이가 있다.
<표. 0→시속 100㎞ 발진가속 및 시속 100→0㎞ 제동거리>

이러한 ‘힘’의 차이는 계측기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우리 팀은 두 차의 0→시속 100㎞ 발진가속 성능과 시속 100→0㎞ 제동거리를 측정했다.

가속 성능은 예상대로 PHEV가 한층 빠르다. 평균 6.2초로, 7.8초의 HEV 모델보다 1.6초 더 빨랐다. 이는 ‘핫해치’ 폭스바겐 골프 GTI와도 비슷한 실력이다. 물론 가족용 SUV를 구입함에 있어 빠른 가속 성능이 중요하진 않겠지만, 경제성뿐 아니라 호쾌한 달리기 실력까지 충족하길 원한다면 PHEV가 나은 선택이다.
가속 성능보다 중요한 건 제동 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통상 승용차의 제동거리가 40m 안쪽으로 들어오면 상당히 뛰어난 수치인데, 두 차 모두 37m 대를 기록하며 훌륭한 제동성능을 입증했다. 이는 우리 팀이 그 동안 계측했던 수많은 시승차 중에서도 뛰어난 기록이다. 다만, 공차중량이 200㎏ 더 가벼운 HEV 버전이 0.5m 더 빨리 멈춰 세웠다.

두 차 모두 정차 중 또는 저속 EV 주행 상황에선 뛰어난 실내 정숙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RAV4는 방음 설계가 뛰어난 차는 아니다. 시속 80㎞부턴 풍절음과 바닥 소음이 실내로 제법 들어온다. 이는 렉서스 NX뿐 아니라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와 비교해도 큰 수준이다. 소음에 민감한 운전자라면, 추가적인 방음 시공을 권하고 싶다.

<표. 주행 연비 비교>

PHEV 모델 관련 기사엔 이런 댓글이 항상 붙는다. “엔진으로 자력 충전이 가능한데, 배터리 잔량이 부족한 상태에선 연비가 어떻게 나오나요?”
우리 팀은 세 가지 코스에서 주행 상황별 두 차의 연비 차이를 확인했다.


먼저 RAV4 PHEV는 크게 네 가지의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①EV 모드가 기본 값이며, ②배터리 잔량을 일정 수준 유지하면서 모터와 엔진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HV) 모드’, ③기본적으로 EV 모드로 달리되, 필요할 때 엔진 개입을 허용하는 ‘오토 EV/HV 모드’, ④배터리가 부족할 때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차지 홀드(CHG HOLD) 모드’ 등으로 구성했다. 또한, 험로주행을 위한 ‘트레일 모드’를 별도로 갖췄는데, 차동제한장치(LSD)가 있어 꽤 괜찮은 험로탈출 실력을 갖췄다.


1차 계측에선 서울 서초동에서 인천 계양까지, 약 30㎞ 구간에서 연비를 측정했다. RAV4 HEV는 일반 노멀 모드, PHEV는 ‘오토 EV/HV 모드’에 놓고 계측했다. 결과 차이는 대단히 컸다. RAV4 하이브리드는 20.8㎞/L,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88.7㎞/L를 기록했다. 언덕길 등판이나 빠른 가속 상황 등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주행을 EV 모드로 커버한 결과다. 특히 배터리 용량이 18.1㎾h로 넉넉할 뿐 아니라, 주행 중 회생제동을 통해 회복하는 에너지가 많아 배터리 소모도 기대 이상 크지 않았다. 1개의 전기 모터만 사용하는 여느 브랜드의 PHEV와 ‘회복속도’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였다.


그렇다면 배터리를 완전히 소모한 상태에서 두 차의 연비 차이는 어떨까? 우린 RAV4 PHEV의 주행모드를 ‘하이브리드(HV) 모드’로 바꿨다. 2차 계측은 인천 계양에서 영종도 미단시티까지 약 22㎞ 구간에서 진행했다. 결과는 ‘역전’. RAV4 하이브리드는 18.5㎞/L,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17.1㎞/L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에 성인 2명과 촬영을 위한 짐까지 적재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PHEV 모델은 배터리를 완전히 소모한 상태에서 일반 HEV처럼 움직일 수 있었다. 엔진 주행과 EV 주행을 적절히 오고가며, HEV와 유사한 수준의 연료효율을 뽑아냈다. 그러나 두 차의 연비가 벌어진 이유는 200㎏의 공차중량 차이에서 찾을 수 있었다. 즉, PHEV는 배터리가 완전히 바닥난 상태에서 일반 하이브리드처럼 움직일 수 있지만, 차가 무겁기 때문에 같은 조건에서 연료효율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3차 계측은 오전 출근길, 서울 서초동→종합운동장→양재동→서초동으로 돌아오는 도심 정체 구간에서 진행했다. 이번엔 RAV4 PHEV의 주행 모드를 오토 EV/HV에 맞추고 출발하되, 배터리를 완전히 소모한 시점부턴 하이브리드 모드로 주행했다. 결과는 1차 계측 때보다 더 벌어졌다. RAV4 하이브리드는 21.1㎞/L를 기록한 반면, PHEV는 179.7㎞/L의 놀라운 수치를 모니터에 띄웠다.

즉, 1~3차 계측을 통해 두 차의 효율 차이를 정리할 수 있었다. RAV4 일반 하이브리드 모델은 리터당 18~22㎞/L 사이를 주행 상황에 관계없이 꾸준히 뽑아냈다. 반면, RAV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배터리 충전 상태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차지 홀드 모드를 통해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온전히 엔진만 사용하기 때문에 좋은 연비를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PHEV의 진가를 제대로 뽑아내기 위해선 완속 충전이 필수다.
참고로 완속 충전 비용은 통상 1㎾당 200원으로, RAV4 PHEV의 배터리(18.1㎾h)를 가득 채우면 3,620원이 나온다. 만약 자신의 하루 주행거리가 63㎞ 이내라면,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전기차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특히 RAV4 PHEV는 배터리를 완충한 상태에서 인천 계양→서울 서초동→다시 인천 계양으로 돌아오는 왕복 62㎞ 출퇴근 주행을 소화하고도 배터리 잔량이 1/3 이상 남았다. 경쟁사 PHEV 모델과 비교해 모터 개수가 많아, 주행 중 회생제동 시스템을 통해 거둬들이는 에너지의 양이 상당하다.

즉, 우리 팀은 이런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집 또는 직장에서 완속 충전할 수 있는 운전자라면 두 차의 가격 차이는 저렴한 연료비로 상쇄할 수 있다. 또한, 전기차를 사고 싶은데 아직 장거리 주행은 부담스러운 운전자라면 평일 출퇴근은 EV로, 주말 장거리 여행은 가솔린+EV 하이브리드로 충전 걱정 없이 소화할 수 있다. 306마력의 호쾌한 가속 성능 역시 덤이다.

반면, 완속 충전 여건이 충분치 않다면 PHEV는 권하기 어렵다. 배터리를 완전히 소모했을 땐 일반 하이브리드처럼 엔진 주행과 EV 주행을 적절히 오가지만, 무거운 차체 때문에 일반 하이브리드보다 연료효율이 떨어졌다. 따라서 완속 충전이 어려운 운전자,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60㎞ 이상인 장거리 운전자는 일반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게 한층 경제적이다.
<제원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