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으로 평가받는 고(故) 이어령 교수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회에 던진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그가 70세를 넘긴 인생의 황혼기에 도달하여 깨달은 철학적 지혜는 타인과의 경쟁에 매몰되어 앞만 보고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이어령 교수가 생전 강조한 인생에서 가장 무의미하고 헛된 일은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최고의 한 명이 되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 행위였다.
이러한 무모한 경쟁은 결국 개인의 고유한 가치를 잃게 만드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타인을 쫓는 경쟁의 한계와 360도 인생론
현대 사회의 구성원들은 평생 동안 하나의 목표와 1등이라는 기준을 향해 달려가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이어령 교수는 타인의 궤적을 쫓지 말고 각자의 방향으로 뛰는 360도 인생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모두가 하나의 방향으로만 질주하면 1등은 단 한 명에 불과하지만, 각자가 자신만의 고유한 방향을 설정해 360도로 흩어져 뛰면 구성원 모두가 자신만의 영역에서 1등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70세 이후 돌아본 과거에서 타인의 뒤꽁무니만 추종하던 시간들이 가장 허무하게 느껴졌다는 회고가 이를 뒷받침한다.

고유성 확보와 내 삶의 주권을 회복하는 태도
조직 내부에서 최고의 한 명이 되려는 강박을 버리는 것이 주체적인 삶의 첫걸음으로 제시된다.
대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독창적인 인간이 되는 것에 삶의 목적을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의 압박에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경로를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 삶의 실질적인 주인은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명확한 명제를 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리 없는 나무의 성장과 침묵이 지닌 지혜
인간은 대개 자신의 성취를 과시하고 지식을 자랑하는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생전 고인은 지식은 누적되는 자산이지만 지혜는 내면에서 깨어나는 현상이라고 정의하며 차별점을 두었다.
실제 자연의 나무는 성장의 과정을 거칠 때 어떠한 소리도 외부에 내지 않으며,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내적 성장이다.
특히 황혼기에 접어들수록 화려한 문장과 말로 자신을 포장하기보다 침묵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법을 체득해야 한다.

말이 사라진 자리의 눈물과 삶을 향한 깊은 사랑
인간의 언어가 멈추는 경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눈물이 시작되고, 그 눈물은 곧 삶 자체에 대한 깊은 경외심과 사랑으로 연결된다.
일상에서 너무 완벽해지려고 자신을 채찍질하며 애쓸 필요는 없다.
이미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험난한 세상을 묵묵히 버텨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삶에서의 승리를 방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면의 지혜가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실질적인 행동 지표로 변환되는 속도와 양상은 저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죽음의 수용을 통한 오늘 하루의 완성
이어령 교수는 인간의 종착지인 죽음을 마른 대지를 적시는 소낙비나 조용히 낙하하는 단풍잎과 같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죽음은 단순한 소멸이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생의 시작이며, 인생이라는 거대한 학교의 마지막 교육 과정이라는 관점이다.
죽음을 냉정하게 인정하는 태도를 확립할 때, 우리는 비로소 오늘 하루라는 시간을 온 존재를 다해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매사에 조급해할 필요가 없으며, 천천히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가도 얼마든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황혼기 이후의 삶은 지식을 채우는 확장이 아니라, 불필요한 욕심을 비워내는 지혜로 완성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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