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든 애를 봤어요' … 조지아주 학교 총격 사건으로 14세 용의자 체포

미국 조지아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해 4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당한 가운데 현장에서 체포된 14세 용의자는 살인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다.

조지아주 수사 당국은 배로우 카운티의 윈더 소재 아팔라치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이번 총격 사건으로 학생 2명과 교사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학교에 다니는 용의자 콜트 그레이가 학교 담당관 2명에 의해 체포됐다고 설명했다. 그레이는 성인범으로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다.

지난해 5월 FBI는 학교 총격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은 뒤 그레이를 조사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체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학생 약 1900명이 재학중인 이 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경찰이 처음 접수한 건 현지 시각으로 오전 10시 20분경이다.

사건 직후 열린 기자 회견에서 배로우 카운티의 보안관 주드 스미스는 이 사건을 “순수 악”이라 표현했다.

스미스 보안관은 “(신고 접수) 몇 분 만에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으며, 학교에 담당관 2명이 즉시 범인과 마주쳤다”고 설명했다.

“용의자는 즉시 투항하며 땅에 엎드렸습니다. 그리고 학교 담당관들이 그를 체포했습니다.”

한편 현지 당국은 정확한 동기는 밝혀지지는 않았으며, 사법 기관도 “현재로서는 특정 목표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FBI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수사관들은 총기 사진 등과 함께 온라인 상에 게시된 위협에 대한 제보를 받은 뒤 용의자의 집을 방문해 그레이와 그레이의 부친을 조사했다고 한다.

FBI는 성명을 통해 “아버지는 당시 집에는 사냥용 총들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용의자가 함부로 이 총기들에 접근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13세였던 그레이는 온라인에 협박성 글을 올리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며, 현지 당국은 “근처 학교들에 해당 학생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도록 경고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체포하거나 지방, 주 또는 연방 차원에서 추가적인 사법 조치에 나설만한 근거가 없었습니다.”

한편 지역 방송사 ‘WSB-TV’에 따르면 이번 총격 사건으로 숨진 이들 중에는 자폐증을 앓던 남학생 메이슨 셰머혼(14)도 있다. 가족은 사건 이후 셰머혼이 보이지 않자 SNS에 그의 사진을 올리며 호소했으나, 이후 총격 중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교사이자 코치인 데이비드 피닉스의 가족들에 따르면 피닉스는 발, 엉덩이에 총상을 입어 골반뼈가 산산이 부서졌다고 한다. 자신을 피해자의 딸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페이스북을 통해 피닉스가 수술을 받긴 했으나 안정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 당국은 용의자가 사용한 무기 종류, 발사된 총알 수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스미스 보안관은 용의자 구금 이후 수사관들이 면담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며칠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경찰관 수십 명이 신속히 대응해 학교 건물을 폐쇄하고, 학생들을 인근 축구경기장으로 대피시켰다. 이후 학생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졌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학생과 같은 반 급우로 알려진 리엘라 사야라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용의자가 수학 수업 시작 전 교실을 나갔다고 언급했다.

사야라스에 따르면 이후 그레이가 다시 돌아오더니 자동으로 잠겨 있던 문을 두드렸으나, 또 다른 학생이 그가 총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채고 들여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사야라트는 이에 범인이 옆 교실로 가서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학년에 재학 중인 여학생 알렉산드라 로메로는 수업 시간이여서 앉아 있었는데 누군가 들이닥치더니 학생들에게 엎드리라고 소리 질렀다고 기억했다.

로메로는 ‘애틀랜타 저널-컨스티튜션’과의 인터뷰에서 “손이 덜덜 떨렸던 기억이 난다”면서 “모두가 울고 있었고 다들 형제자매의 안위를 확인하려고 했다. 안타까운 기분이었다”고 언급했다.

“피, 고함소리 등 모든 것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

해당 학교에 다니는 남학생 마퀴스 콜먼(14)은 총격이 시작되기 직전에 범인이 “큰 총”을 들고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콜먼은 BBC의 미국 파트너사인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일어나서 뛰기 시작하자 그가 한 10발 정도 쐈다. 적어도 10발은 쐈다”면서 “선생님이 책상을 끌어와 문에 바리케이트를 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콜머는 일어났을 때 “같은 반 친구 하나가 바닥에 심하게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학생은 다리에 총을 맞았으며, 콜의 친구는 배에 총을 맞았다고 한다.

한편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는 X(구 ‘트위터’)를 통해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이용 가능한 모든 주 자원”을 투입하도록 지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이번 총격 사건을 “무의미한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매일같이 … 부모가 자녀를 학교에 보낼 때 과연 살아서 집에 돌아올지 걱정해야 한다는 게 정말 터무니없는 일입니다.”

“이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에 “이 소중한 아이들이 병들고 미친 괴물에 의해 너무 일찍 우리에게서 떠나갔다”고 적었다.

미국 내 사법기관 수장인 메릭 갈랜드 법무부장관은 연방 요원들 또한 나서 수사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