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안보 질서 뒤흔드는 북한의 러 파병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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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에 4개 여단 1만2000명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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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로 군사기술 전수 가능성…중대 안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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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방들과 긴밀 공조 통해 강력 대응책 세워야
북한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설이 사실로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은 어제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2000명 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하고, 이미 병력 이동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와 관련 긴급 안보 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실은 “러·북 군사 밀착이 파병으로까지 이어진 현 상황은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를 향한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 17일 “북한이 러시아 편에 서서 우크라이나와 맞서 싸울 병력 1만 명가량을 준비하고 있으며, 일부 북한군 장교는 이미 러시아에 일시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포탄과 탄도미사일 같은 무기를 지원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병력을 전선에 보낸 것은 국제법을 정면으로 어긴 불법 참전 행위다. 국제 안보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한 도발로 철회돼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평양에서 ‘북·러 군사 동맹 조약’ 복원에 합의한 이후의 파병이라 더욱 주목된다. 새 북·러 조약 4조에는 한쪽이 침략당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 원조를 포함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도록 하는 ‘유사시 자동 개입 조항’이 들어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전쟁을 일으킨 것은 서방”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왔는데, 이를 북한의 파병 명분으로 삼았을 개연성이 있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참전은 북한 스스로 국제법상 전범(戰犯) 대열에 합류한 것과 다름없다. 지난해 2월 유엔총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에 맞춰 압도적 다수 회원국의 찬성으로 러시아의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철군을 결의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같은 해 3월 전쟁 범죄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대한민국 안보에도 북·러의 군사적 밀착은 초미의 위협 요소다. 러시아 외교부가 평양 상공에 출현한 무인기(드론)에 대해 사실 확인도 없이 “한국의 도발적 행동”이라 단정하면서 “북한이 침략당하면 군사 원조를 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이번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정찰위성,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핵무기 기술 등의 전수에 합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군이 6·25 이후 본격적인 현대전 경험을 쌓음으로써 도발 능력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거절해왔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을 개시하라는 국제 사회의 압력이 커질 수도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를 멋대로 폭파한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서울 작전 지도를 펴놓고 “주권을 침해하면 물리력을 거침없이 사용하겠다”며 재차 협박했다. 북한의 도발에는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로 대응해야 한다. 물론 러시아의 무책임한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활동이 지난 5월부터 중단돼 어려움이 생겼다. 다행히 지난 16일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호주 등 11개국으로 구성된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이 출범했다. 우방과의 공조를 통해 대북제재 감시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국가정보원은 국방부(정보본부·정보사령부) 및 외교부(외교전략정보본부)와 함께 북·러 군사 밀착 동향을 면밀하게 추적해야 한다. 지리적 고립 속에서도 자국의 안보를 지켜온 이스라엘 모사드의 정보 능력을 본받아야 한다.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외교 및 군사 정보 공조 노력을 다각도로 전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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