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스타트업 in 홍릉] 아크로셀바이오사이언스 “조직 재생치료·인공장기 선두로”
[IT동아 차주경 기자] 장기와 인체 조직 이식은 불치병 환자에게 새 생명을 주는 기술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장기와 인체 조직을 기증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4만 3,182명이나 된다. 하지만, 장기 기증을 신청하는 사람은 매년 4,0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장기를 포함한 인체 조직 이식재의 약 87%를 수입한다.
이에 의료·바이오 업계는 장기와 인체 조직을 만들거나, 효과 좋게 치료하는 기술을 연구 개발 중이다. 여러 기술이 나온 가운데 최근에는 ‘세포·유전자 치료제’가 각광 받는다. 세포 치료제는 사람의 몸의 세포를 채취해 증식하거나 특성을 바꿔 만든다. 유전자 치료제는 치료용으로 개량한 유전자를 환자의 세포에 주입해 질병을 치료하는 원리다.
이 가운데 세포 치료제의 개념은 오래 전에 등장했었다. 단, 이전에는 기술 한계 때문에 상용화되지 못했다. 의료·바이오 스타트업 ‘아크로셀바이오사이언스’를 세운 송병호 대표 역시 20여 년 전 의약품 사업 개발을 하던 중 세포 치료제 부문의 성장 가능성을 깨달았다. 당시에는 그저 가능성 중 하나였던 이 부문의 기술이 무럭무럭 성장해 점차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것을 본 그는 곧바로 창업의 길에 들어선다.
송병호 대표의 목표는 하나다. 효과 좋은 세포 치료제를 만들어 우리나라, 나아가 세계의 장기 이식 대기 환자를 돕는 것이다. 최근 세포 치료제를 다루는 바이오 기업 대부분이 면역 세포를 활용한 항암 치료제의 연구에 집중한다. 송병호 대표는 연구의 범위를 넓혀 인체 조직과 장기를 치료하는 기술을 현실화하려 한다. 그래서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가 환자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일을 줄이는 기술로, 재생 치료의 성장 동력으로 세포 치료제를 만들려 한다.
2021년 4월 문을 연 아크로셀바이오사이언스. 송병호 대표는 자신이 쌓은 의약품 사업 개발 경력에 경희대학교와 광주과학기술원의 특허를 이전받아 조직재생 치료제 제작 기술을 고도화 중이다. 그와 뜻을 함께 하는 전문 연구진도 속속 합류했다.
아크로셀 바이오사이언스의 공동 창업자들은 송병호 대표와 친분을 오래 유지한 선후배와 직장 동료들이다. 국내 생체 재료 연구의 석학인 이재영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교수, 줄기세포 연구 전문가인 이은아 경희의과학연구원 교수가 송병호 대표와 손잡고 창업을 위한 원천 기술을 제공했다.
송지성 부사장 역시 송병호 대표와 LG생명과학 사업개발팀 시절부터 오랜 시간 함께 일 해온 제약·바이오 분야 사업 개발 및 해외 사업 전문가다. 올해 초에는 한화케미칼 중앙연구소와 이연제약 중앙연구소 등에서 항체 신약 및 첨단 바이오 의약품 연구 개발을 수행해온 정선기 박사가 연구소장으로 합류했다. 덕분에 아크로셀 바이오사이언스는 기술 상업화와 중개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포 연구와 재생 의학, 생체적합성 신소재 기술과 조직 유사체 배양 기술, 치료용 세포 조작 기술과 신약 개발 경력을 가진 아크로셀바이오사이언스. 이들이 만들 세포 치료제의 장점은 무엇일까? 송병호 대표는 먼저 장기나 인체 조직 유사체를 만드는 특허 기술 ‘SlabON(슬랩온)’을 소개한다.
아크로셀바이오사이언스의 슬랩온 기술의 원리는 세포에 유기 고분자를 첨가해 시트 형태로 배양하는 것이다. 바이오 3D 프린팅과 달리 지지체를 쓰지 않는다. 세포를 시트 형태로 쌓아 배양하므로, 특정 장기나 인체 조직의 세포를 쌓아올리면 그 조직과 유사한 특성을 갖는다.
기존의 세포 배양 기술로는 수백 ㎛단위 크기의 조직을 만들지만, 슬랩온 기술을 쓰면 수 ㎝ 단위 크기의 큰 조직을 만들 수 있다. 눈사람을 만드는 과정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기존의 기술은 눈을 잘 뭉치지 못해 큰 눈사람을 만들 수 없었다. 아크로셀바이오사이언스는 눈을 잘, 효율 좋게 뭉치는 기술을 개발해 큰 눈사람을 만든다.
아크로셀바이오사이언스는 슬랩온 기술을 연골세포에 적용해 판상 연골조직 구조체를 만들었다. 체외에서 만든 판상 연골조직이 우리 몸의 무릎 연골과 유사한 층상구조를 갖고, 70% 이상의 탄성과 경도를 가진 것도 확인했다. 이 결과에 고무된 송병호 대표는 슬랩온 기술로 무릎에 이식 가능한 연골의 판을 만들고, 자체 기술로 제작한 생체 접착제 '엘아파타이트(Elapatite)''와 함께 이식하는 연구 과제를 앞세워 TIPS를 수행한다.
이 과제가 성공리에 마무리되면, 무릎 연골 질환 환자들은 줄기 세포나 연골 세포 이식 대신 이 기술로 치료를 받는다. 줄기·연골 세포 이식과 상처 봉합, 이식 적응과 재활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치료 기간을 짧게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 치료 효과도 좋다. 아크로셀바이오사이언스의 목표는 2025년 이 기술의 임상 1상을 시작하는 것이다.
송병호 대표가 맡은 또 하나의 과제는 앞서 언급한 생체 접착제 엘아파타이트로 치과용 합성골 이식재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임플란트 시술의 효과를 극적으로 높일 기술로 주목 받는다. 지금까지는 임플란트 시술 시 소의 뼈로 만든 이종골이나 다른 사람의 뼈로 만든 동종골을 썼다. 이 탓에 거부감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았다.
엘아파타이트 성분으로 만든 합성골은 기존 합성골의 약점인 치조골 형성능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한다. 송병호 대표는 경희대학교 치과대학과 공동 연구해 만든 엘아파타이트 합성골이 우수한 치조골 형성능을 가진 것을 확인했다. 이미 동물 모델에서 초기 효과도 확인했다. 이 기술은 임플란트 소재와 적응성, 거부감 고민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크로셀바이오사이언스는 슬랩온 기술을 활용해 간, 췌장 등 생체 조직 구조체와 대형 오가노이드(줄기 세포로 만든 장기 유사체) 등을 연구 개발한다. 송병호 대표는 이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간경변과 같은 질환의 조직 재생 치료에 적용하려 한다.
아크로셀바이오사이언스는 슬랩온 기술을 적용해 간 세포를 뭉치고 조직화하는 방법의 초기 연구를 수행 중이다. 향후 이를 간 조직에 이식해 치료하는 방법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아크로셀 바이오사이언스의 슬랩온 기술은 지지체를 사용하지 않고 세포만으로 3차원 구조체를 제작하는 기술 가운데 가장 크기가 큰 3차원 구조체를 만든다. 작년 초 우리나라 특허 등록에 이어, 현재 세계 6개국에서의 특허를 출원 중이다.
송병호 대표는 자신들과 유사한 과제인 미니 간을 제작,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미국의 바이오 벤처 새틀라이트바이오(Satellite Bio)가 지난 4월 1억 1,000만 달러(약 1,475억 원) 투자를 받았다며, 슬랩온 기술의 완성도와 가능성이 이들과 견줘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술 연구 개발 성과를 앞세워 아크로셀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12월 서울 바이오허브에 입주했다. 올 5월 TIPS 연구개발사업과제에 지원해 7월 선정됐고, 6월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서울 4대 미래성장산업 유망기업으로 인정 받았다. 서울성모병원이 주관하는 유망 바이오 벤처 육성사업 '바이오 코어 퍼실리티' 참여 기업으로 선정됐고, 10월에는 홍릉강소연구특구의 그랜드 K 창업경진대회 초기창업트랙 우수상도 거머쥐었다.
뚜렷한 성과를 거둔 송병호 대표지만, 그는 아직 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인력 충원 문제다. 아크로셀바이오사이언스의 지금 임직원들은 모두 수십년 이상의 연구 경력을 가진 전문가다. 연구 범위를 넓히고 사업을 진행하려면 더 많은 연구자와 직원이 필요한데, 의료·바이오 업계의 특성상 인재를 영입하기 어렵다고 그는 토로한다. 초기 매출이 없는데다 의료·바이오 스타트업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까닭에 투자 유치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송병호 대표는 그 가운데 서울바이오허브와 홍릉강소연구특구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들 기관은 의료·바이오 기업과의 네트워킹(H 클럽), IR 피칭과 기업 운영 이론 등을 전수한 덕분이다. 경희대학교를 포함한 의료 기관과의 공동 연구 기회와 인력 파견, 정부 지원 과제 주선 등 다양한 성장의 기회도 마련했다.
이들 지원을 업고, 송병호 대표는 2022년 말 미국 LA에서 해외 VC들이 연 IR 행사에 참여, 아크로셀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과 성과를 알릴 계획이다. 경희의료원과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한 우리나라 의료 기관들과 진행 중인 공동 연구에서 성과도 거둘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2023년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 후 바이오 USA를 포함한 세계 전시 행사에서 슬랩온 기술과 조직 재생 치료제의 가능성을 소개할 계획이다.
송병호 대표는 “아크로셀바이오사이언스의 세포 치료 기술을 고도화, 의료·바이오 스타트업 업계에 불어온 한파를 실력과 성과로 헤쳐나가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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