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일가 비자금' 의혹 눈덩이… 궁지 몰린 노소영

이한듬 기자 2024. 10. 15.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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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4월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김금보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된 이른바 '노태우 300억원 비자금' 메모의 후폭풍이 거세다. 시민단체들이 잇따라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을 조사해달라며 검찰과 국세청에 노 관장 등을 고발한 데 이어 국회 역시 이번 국감에서 비자금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시민단체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는 지난 14일 노소영 관장을 국세청에 고발했다. 환수위는 고발장에서 "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태원 노소영 이혼재산분할 재판에서 '선경 300억원' 등이 적힌 메모를 근거로 사실상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노소영의 돈이라고 인정했다"며 "이대로라면 결국 노태우-노소영으로 이어지는 불법자금의 완벽한 증여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노 관장은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선경그룹의 성장 토대가 마련될 수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펼치면서 1991년 선경건설 명의로 발행한 300억원치 약속어음과 1998∼1999년 김 여사가 작성한 메모를 제출한 바 있다. 해당 메모에는 '선경 300억원' 등 총 904억원 규모의 비자금 내역이 담겼다.

SK는 자금 유입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주장이 인정된다면서 재산 분할액을 1조3808억원으로 결정했다.

환수위는 이에 대해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의 범죄수익을 은닉했고 나아가 이혼 소송을 기회 삼아 이 범죄수익을 (재산분할로) 일체 추징금이나 세금도 없이 되찾으려 하고 있다"며 "이는 불법적인 증여일뿐만 아니라 편법상속이며 교활한 조세포탈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환수위는 앞서 지난 7일에도 노 관장과 그의 모친인 김옥숙 여사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실체를 밝혀 반드시 국고로 환수해 사법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요구다. 환수위의 고발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 배당됐다.

5.18기념재단 역시 노 전 대통령 일가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조세범처벌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14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재단은 "노소영은 에스케이 최태원 회장과의 이혼 소송에서 피고발인 김옥숙이 1998년과 1999년 작성한 비자금 내역에 대한 메모를 법원에 제출함으로써 그동안 숨겨둔 부정축재 은닉재산의 실체를 스스로 인정했다"며 "사실관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국회도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는 지난 8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노 관장과 그의 동생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 김옥숙 여사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 비자금 의혹을 따져물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노 관장 남매는 불출석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은 채 국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노 관장은 휴대전화를 꺼두는 등 국회의 연락을 피하고 우편으로 보낸 출석 요구서도 반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사위는 이달 25일 법무부 국감에 이들의 재출석을 요구했다.

국회는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자산 규모가 메모에 적힌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의심한다. 별다른 소득이 없는 김옥숙 여사가 2016~2021년 아들 노재헌씨의 동아시아문화센터, 노태우센터에 152억원을 기부했기 때문이다. 최근엔 김 여사가 2000~2001년 차명으로 보험료 210억원을 납입했으나 국세청이 추후 이를 확인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국회에선 은닉자산을 몰수하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몰수법을 발의했고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범죄자가 사망하더라도 그 범죄 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독립몰수제를 도입하는 형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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